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덕유산리조트 관광 곤도라 본문
모처럼 파란 하늘이 드러난 토요일,
이런날은 푸른 바다를 항해하는 뱃길에 있어야 함이 타당한데,
남은 뱃길은 너무도 멀리에 있기에 당일 여정에 그 뱃길을 짜맞추기는 힘겨웠다.
그렇다면 하늘길이다.
남은 하늘길 역시도 멀리에 있지만,
출항시간 같은 특정시간까지 도착이 돼야 한다는 조건은 없다.
지금껏 열여섯 번을 누적시킨 엄마와 오른 하늘길에서,
가장 높은 고도는 해발 1,458m 발왕산이었다.
그보다 더 높은 해발 1,520m,
대한민국 하늘길 최고점을 오르고자 10시30분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덕유산리조트 관광 곤도라 (2023.4.8)
오늘 여정은 작년 12월31일의 재현이다.
그날은 시즌이 시즌인지라,
곤도라 탑승장까지는 갔지만 숱한 인파에 주저없이 돌아서고 말았다.
대안으로 대전으로 가 오월드 사파리를 관람했고,
엄마는 부산의 동물원들이 문을 닫아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동물들을 반가워했고,
봄이 오자 그날은 추워서 사육사 밖을 나오지 못한 동물들까지 한 번 더 봤음 싶다고 했다.
무주로 가 대한민국 하늘길 최고점을 오른 뒤,
대전으로 가 그날은 볼 수 없었던 코끼리와 기린을 보는 하루가 될 것이다.
이래나 저래나 오늘 역시도 700km에 육박하는 여정이다.
몇몇 구간의 정체를 뚫고,
14시20분 전북 무주군 설천면 덕유산리조트 설천하우스에 도착을 했다.
리조트로 들어서는 길에 식당들은 즐비했지만,
지난 경험상 별로였다는 의견 일치에 힘입어 오늘 점심은,
해발 1,520m 설천봉에서 먹기로 하고 도착과 동시에 발권을 했다.
바람도 세차게 불고 기온도 다소 떨어잔 봄날,
엄마 생에 최고점을 찍어주고자,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점의 하늘길을 오르는,
하지만 여지저기 녹이 슨 낡디 낡은 캐빈에 탑승을 했다.
설천봉에 가까워질수록 케빈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린다.
지금 엄마와 탄 곤도라는 대한민국 하늘길에서 가장 고장이 잦은 삭도로 유명하고,
그 운영을 하는 주체는 개인적 불신을 있는 부영그룹이고,
그 이전의 주체 역시도 지금 말 많은 쌍방울그룹이었다.
이 바람이면 가용중지가 아닌지 싶었고,
내림길에서 또 느껴질 불안감은 미리하는 걱정이 되었다.
14시50분,
영하 2˚의 기온속 해발 1,520m 설천봉에 올랐다.
세월은 흘러흘러 8년이 지나고서야 다시 이 고도에 설 수 있게 했다.
엄마와 같이...,
쌀쌀함을 넘어 갑자기 오소소해지는 추위에,
세월이고 풍경이고 나발이고는 뒷전으로 넘기고 피한의 장소부터 찾아들었다.
메뉴는 도합 3가지,
각자에게 맞는 메뉴를 하나씩 고르니 그 3가지 모두를 다 주문하게 되었다.
돼지갈비외에는 육식을 하지 않는 엄마라서,
점심을 미리 먹고 설천봉을 오를까도 싶었지만,
해발 1,520m에서의 우동 한 그릇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0.6km 떨어진 향적봉을 혼자서라도 얼른 갔다올까 싶었지만,
엄마가 계속 추위에 노출됨이 걱정돼 식당을 나와 곧장 내림길로 들어섰다.
살아오면서 내가 본 풍경 전부를,
살아가면서 엄마에게도 다 보여주고 싶음이 지금 내 마음이다.
나는 2015년 1월 5일에서 6일까지,
영각탐방지원센터에서 남덕유산으로 올라 삿갓재대피소 1박 후,
무룡산과 향적봉 그리고 설천봉을 잇는 덕유산종주의 주코스인 영구종주를 했다.
비록 상고대의 몽환적 풍경은,
때에 따른 밀집과 여타의 사정으로 보여 줄 수가 없었지만,
해발 1,520m 설천봉 하늘가에는 엄마를 꼭 한 번 데려오고 싶었다.
덕유산에 노란 원추리꽃이 피면...,
덕유산에 칼바람이 얼음꽃을 만들면...,
어쩌면 다시 이 하늘길에 엄마를 데리고 온 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5시50분 설천하우스로 내려왔고,
볕이 녹아든 차에 타니 그제서야 설천봉을 오른 하늘길 끝났음에 안도가 됐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은,
바다를 건너는 하늘길과 고도를 오르는 하늘길로 구분을 했고,
바다를 건너는 하늘길은 이미 종식을 시켰고,
고도를 오르는 하늘길은 아직 몇 줄이 남았지만,
그 정점은 누가 뭐래도 민통선내 백암산을 올랐던 그 하늘길이었고,
오늘은 최고점 설천봉을 올랐기에 남은 몇 줄의 하늘길은 앞으로 그 수의 채움일 뿐이다.
후련하다.
이제 코끼리와 기린을 만나러 간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17 - 덕유산리조트 관광 곤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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