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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 본문

한국삭길 - 하늘풍경길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

경기병 2023. 3. 8. 10:18

사실은 출발을 하면서도 목적지를 정하지 못했다.

 

오늘은 어디로 가냐?고 물었을 때,

나도 모르게 '강원도'란 말을 튀어나왔다.

 

정오쯤 집을 나섰는데,

300km 이상 북상을 해야만이 들어서는 강원도란 말에,

듣는 사람도 말을 한 나도 긴가민가 할 뿐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 (2023.3.4)

발왕산 정상 스카이워크로 오르는 '발왕산관광케이블카'

 

 

 

잠재된 갈망속에는 그 하늘길이 있었다.

 

16시30분까지 용평리조트 드레곤프라지에 도착이 이뤄지면,

오늘의 목적지는 해발 1,458m 발왕산을 오르는 하늘길이 될 터이고,

여타의 지장이 초래되어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지하갱도를 구경할 수 있는 태백석탄박물관이 된다.

 

 

 

 

영덕휴게소 가자미횟밥

 

 

 

이제 7번 국도는 너무도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그 지긋함을 버텨야만이 강원도 동해안의 도시들로 갈 수 있기에 닥치고 북상이다. 

 

 

 

 

7번 국도 망양휴게소부근

 

 

 

 

 

 

영덕휴게소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딱 한 번 40여분 정차만을 하고,

내리 354km를 북상한 결과, 16시25분 평창군 대관령면 용평리조트내 드래곤프라지에 도착을 했다.

 

그로해서 엄마는,

미친놈이 양떼목장을 간다고 한 번,

미친놈이 안반떼기를 간다고 또 한 번,

그렇게 팔순이 넘어 대관령에 세 번을 오게 되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버킷리스트 그 열네 번째 줄은,

해발 1,458m 대한민국 열두 번째 고도의 발왕산 정상으로 가는 하늘길이다.

 

현존하는 대한민국 삭도들에서,

최장의 길이로 최고점을 오르는 하늘길이다.

 

 

 

 

 

 

 

 

 

16시 40분,

조금의 기다림도 없이 그 길에 올랐다.

 

 

 

 

상부역사행 - 1

 

상부역사행 - 2

 

상부역사행 - 3

 

 

 

엊그제 간 사량도는 봄이 한창 찾아들고 있었는데...,

 

강릉J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니,

아직도 녹지 않은 눈들이 산에 한껏 묻어 있었다.

 

발왕산으로 오르는 하늘길,

그 아래 세상은 여전히 겨울이었고, 마구잡이로 파헤친 산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상부역사행 - 4

 

 

 

대한민국은 70%가 산지의 지형이고,

그래서 산지의 보존도 중요하지만 산지의 이용과 개발도 불가피하다.

 

허나 기대를 한껏 하고 찾은 대한민국 열두 번째 고도의 발왕산은,

유희시설 안치를 위한 난개발로 흉측하기 이를때 없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 유희시설의 하나인 케이블카로 발왕산을 오르는 심정 조금은 참담해지더라~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된 지역들의 산들이,

지금 내가 마주한 발왕산처럼 무자비한 훼손이 불가피하다면,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더 이상 동계올림픽의 새로운 개최지를 선정하지 않아야 한다.

 

복구를 전제로 활강슬럼프를 낸 가리왕산은,

주민들의 시설존치 요구를 빌미로 복구는 커녕,

되레 출발대로 오르던 경기용 리프트가 관광용 케이블카로 둔갑되는 비운을 맞았다.

 

개발은 스치는 것이 아니라 고착이다. 

 

 

 

 

상부역사행 - 5

 

상부역사행 - 6

 

 

 

나는 지만 순수한척 고고한 환경론자도 아니고,

나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무자비한 개발론자도 아니고,

나는 그저 상황과 처지에 따라 환경쪽과 개발쪽을 넘나드는 기회주의자다.  

 

강원도민의 염원으로까지 부풀어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사업이,

환경단체와 산악인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산은 모두의 것이고,

산은 젊어서도 오르고 싶지만 늙어서도 오르고 싶은게 산이다.

 

내 엄마처럼 젊어서는 먹고 산다고 산에 못 간 사람들이,

늙어서라도 산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산길은 케이블카뿐이다.

 

발왕산에서는 마구잡이로 파헤쳐진 산꼬라지에 환경쪽 편이 되었지만,

설악산에서는 엄마도 끝청을 오를 수 있다는 바램으로 개발쪽 편이 되었다.

 

 

허나 묻히는 사실은,

케이블카를 이용한 밟지 않는 오름이 떼거지 집단 오름보다는 산을 덜 괴롭히고,

100~150m 간격으로 세워지는 지주 설치에는 헬기를 이용하기에 산림의 훼손은 극히 미비하다.

 

 

 

 

발왕산관광케이블카 상부역사와 발왕산스카이워크

 

 

 

17시쯤 해발 1,458m 발왕산 정상에 올랐다.

 

엄마는 생에 최고점을 찍었다.

내 때문에...,

 

 

 

 

 

 

발왕산 氣 스카이워크

 

 

 

17시쯤 해발 1,458m 발왕산 정상에 올랐다.

 

엄마는 생에 최고점을 찍었다.

내 득분에...,

 

 

 

 

 

 

 

 

 

더런 올림픽 한 번 할끼라고 산을 아주 개작살 낸 것이 풍경이었다.

 

스카이워크고 나발이고,

추워서 역사안으로 들어와 부엉이빵을 사고 있으니,

 

엄마가 오미자쥬스 한 봉지를 들고와,

봉지에 붙은 가격에 맞춰 천원짜리 한 장과 백원짜리 다섯닢을 카운터에 내려놓는다.

 

새보소, 맞지요?

업주가 방긋 웃었다.

 

 

 

 

하부역사행 - 1

 

하부역사행 - 2

 

하부역사행 - 3

 

하부역사행 - 4

 

 

 

17시30분쯤 하부역사로 돌아왔다.

 

네 시간을 북상해 1시간을 머물다 네 시간을 남하할려니 뭔가 손해를 크게 보는 기분이다.

강릉으로 내려가 초당순두부라도 먹어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18시를 조금 넘겨,

대표적 핵심관계자였다가 오새는 찌그러졌는지 보이지 않는 의원의 지역구 강릉에 들어섰다.

 

근데 처음 한 두 숟가락은 고소하지만,

그 다음 숟가락부터는 니맛 내맛도 없는 순부두를 구지 먹을 이유는 없었다.

 

급 검색을 했고,

아주 훌륭한 강릉의 맛집으로 갔다.

 

 

 

 

★★★★ ★

 

 

 

 

구워주고 짤라주고 계산까지 해주고...,

동서고금에 나 같은 이 더는 없을 것이다.

 

 

 

 

강릉 밤하늘에 뜬 달

 

 

 

먼저 식당을 나와 주차장 어귀에서 담배 한 대를 물고 강릉 밤하늘에 뜬 달을 본다.

 

엄마와 강릉에서 저녁을 먹은 오늘 밤이,

참 좋더라~

 

그나저나 집으로 갈 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네이비는 오늘이 넘어 도착이 될거라 지꺼렸지만,

달빛에 일렁이는 바다를 보며 무정차 354km를 달성하니 채 23시가 덜 된 시각이었다.

 

 

생은 젊어서는 기억을 만들고 늙어서는 그 기억으로 산다.

엄마는 아직도 기억을 만들고 있다.

 

아름다운 시절속,

발왕산과 경포대에서 만든 기억은 오롯이 엄마의 것이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14  -  (평창) 발왕산 관광 케이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