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서해랑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 본문
아직도 청춘이 남았는지,
금요일 밤은 유난히도 잠이 오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내일의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서일게다.
생각이 깊어지면 발췌를 해내는 답은 많아지고 결정은 혼란으로 빠진다.
끝내는 목적지고 결정이고 나발이고 일단은 잠부터 자야 그게 답인듯 싶었다.
일어난 토요일 아침,
폰에 한반도를 띄워 넓혔다 좁혔다를 반복했지만,
거는 안돼! 하면서도 거를 지우지 못한 마음은 거만을 향하고 있었다.
거는 디지게 멀지만...,
때가 되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서해랑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 (2023.2.11)
클리어...,
왜 이런 시덥지 않은 요즘말에 자극이 돼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재작년 12월 25일 삼척해상케이블카를 탐으로써,
바다를 건너는 해상케이블카는 다 탔는 줄 알았는데,
그 이틀 전 화성시가 전곡항과 제부도 사이 해역에 줄을 걸어버려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클리어고 나발이고...,
그걸 타기 위해서는 천리길을 왕복해야 하고,
그걸 타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는 수도권으로 가야함이 난제였다.
세월은 흐르고...,
숙제는 해 놓고 볼 일이다.
2023년 2월 11일 10시 35분,
엄마의 한반도 해상케이블카 클리어! 그 마지막 줄을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15시쯤 전곡항에 도착을 했다.
항꼬라지, 바다꼬라지 참 볼품 없는 풍경이었다.
에라이~
여를 맛집이라고...,
에라이~
16시가 다된 시간,
드디어 한반도 해역 상공에 단 마지막 줄,
'서해랑제부도해상케이블카' 탑승을 위해 전곡정류장에 들어섰다.
아름다운 시절,
엄마와 함께 마지막 남은 해상 하늘길에 올랐다.
엄마는,
2021년 10월 10일 울돌목에서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진도로 갔고,
2023년 02월 11일 전곡항에서 '서해랑제부도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제부도로 감으로써,
바다를 건너는 하늘길 그 모두를 클리어 한, 아마도 대한민국 유일의 팔순 어른이 되었다.
미친놈도 아니고...,
주말마다 장거리 운전기사가 돼 역동의 한반도 파노라마를 담고 있다.
설에는 강원도 고성의 마차진을, 지난주는 완도의 청산도를, 그리고 오늘은 화성의 제부도까지 왔다.
나도 대단하지만,
팔순의 엄마는 더 대단하다.
그래야만이 생이 늙지 않는다.
16시10분쯤,
2.1Km 하늘길을 건너 제부도로 들어왔다.
점심을 먹지 않았다면 정류장을 나서 섬을 둘러볼텐데,
노두길을 오가는 차들의 행렬을 보니 그 혼잡함속으로 나갈 이유는 없었다.
정류장 3층 전망대에서 뭐라도 좀 먹을라다가,
그 마저도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하는 짓이 귀찮아 이내 돌아섰다.
제부도...,
한참 간조일때 들어 선 섬은 뻘뿐이었다.
자립의 근원은 씨가 말랐고,
그렇다고 팔 풍경도 없는 섬은 탐방객의 뒷바라지를 하며 살고 있었다.
그게 내가 본 제부도였다.
17시, 10분 전 다시 전곡항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 갈 길도 아득했지만,
케이블카 한 번 탈라고 여기까지 왔음이 조금은 아쉬워 화성을 둘러 가기로 했다.
해질녘 수원에 입성을 했다.
수원...,
삼십년도 더 지난 그 세월이 아스라히 그리워졌다.
구포역에서 통일호 끝자락에 붙은 TMO를 타고 수원역에 내리면,
또 언제 집으로 가나..., 그런 막막함에 서성였던 도시가 내게는 수원이었다.
삼십여년이 흘러 찾아 온 수원은,
대한민국 기초자치단체 넘버원의 도시가 돼 있었고, 내 젊은날의 회상은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때는 국철을 타고 안양으로 갔지만,
삼십여년이 흐른 오늘은 내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
네이비는 영동을 타고 여주로 가 중부내륙을 타라고 했지만,
아집은 금강휴게소에서 엄마와 저녁을 먹고자 경부만을 고집했다.
금강휴게소...,
점점 맛탱이가 가더니 이제는 완전히 갔더라~
그래도 23시가 되기전 집으로 돌아왔다.
하기 싫어 미루고 미뤄뒀던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13 - (화성) 서해랑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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