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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삼척 해상 케이블카 본문

한국삭길 - 하늘풍경길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삼척 해상 케이블카

경기병 2021. 12. 28. 09:51

돌아다니다보면 내 사는 곳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안다.

적당한 밀집, 삶을 영위시키는 경제적 인프라, 무난한 기후, 그리고 두 면의 바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저주의 땅이 된다.

눈이 안온다.

열사의 땅, 중동에도 이제 내린다는 눈이 근10년째 도통 내릴 낌새조차도 없다.

 

 

강원도 영동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령될 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고 했다.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는 삼척, 그 한 곳만이 남았다.

 

12월25일은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삼척으로 가는 날이 되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삼척 해상 케이블카 (2021.12.25) 

삼척해상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장호항

 

 

 

점점 싫어지는 7번국도...,

 

2주 전, 왕피천케이블카 탑승을 위해 울진읍까지 북상을 했는데,

오늘은 삼척해상케이블카 탑승을 위해 삼척의 근덕면까지 그 연장을 늘려야한다.

 

개짜증 폭발시키는 흥해, 청하, 송라구간을 지나니 그제서야 우측 차창으로 동해가 보였다.

 

 

 

화진해변 - 1

 

화진해변 - 2

 

화진해변 - 3

 

화진해변 - 4

 

 

 

보이는 겨울바다의 너울이 장관이라 잠시 화진해변으로 내려갔다.

 

그래~ 이게 겨울바다다!

지난주 다이마몬드제도를 빠져나오는 뱃길에서 마주한 바다엔 겨울도 너울도 없었다. 

 

 

 

 

울진군 근남면 진복2리 해안

 

 

 

 

덕신삼거리에서 또 917번 지방도로 북상의 길을 잠시 바꿨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동해바닷길이다.

 

진복2리부근 해안도로가에 차를 세웠다.

너울이 장관인 바다에 근접해 점심(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7번국도 경북과 강원도의 도계지점

 

 

 

 

고포터널을 통과하니 강원도였다.

그제서야 드디어 쌓인 눈일지라도 눈(雪)! 그게 보였다.

 

 

 

 

 

 

 

15시를 조금 넘긴 시각,

삼척시 근덕면 장호리에 위치한 삼척해상케이블카 장호역에 도착을 했다.

 

엄마와 나는,

울돌목의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필두로,

송도(부산), 사천, 여수, 목포에 이어 오늘 삼척해상케이블카를 탑승함으로써,

대한민국 바다를 가르는 모든 해상케이블카는 다 탄 아주 위대한? 모자(母子)가 될뻔 했는 데...,

 

아~ 이런 개염병 할,

화성시가 이틀전인 23일, '서해랑제부도해상케이블카' 운영을 시작함으써 위대한 기록 달성에 제동을 걸었다.

 

 

 

 

 

 

 

지금까지 탑승을 한 해상케이블카는 많게는 50여대가 동시에 가동을 하는 곤돌라형 캐빈이었다.

중국산 바이러스 덕택?에 운영주체에서 가급적 일행 단위로 탑승을 시켜주었고,

그래서 간염의 걱정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엄마와 오붓하게 하늘길을 누렸다.

 

허나, 삼척해상케이블카의 캐빈은 버스형이다.

선라이즈와 선샤인으로 명명된 두 대의 캐빈이 채 1Km가 안되는 해상을 왕복하는 시스템이다. 

타인들과의 합승에 따른 간염의 우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수송 한계에 따른 대기시간이 길수도 있음이다.

 

다행히 오늘은,

올 겨울들어 가장 추운날이었고,

또한 영동지역의 폭설로 수도권에서의 접근이 용이치 않은 탓에 한적하기 그지 없었다.

 

 

티켓팅후 곧장 탑승장으로 갔고,

조금의 지체함도 없이 용화행 캐빈에 탑승이 되었다.

 

 

 

 

 

 

 

장호역 승강장에서 곧 엄마와 함께 건너 갈 동해의 하늘바닷길과 마주했다.

엄마는 오래오래 살 것이다!

그게 팩트였다!!

 

 

 

 

 

 

 

15시30분쯤, 빨간색 자태가 매혹적인 캐빈에 탑승을 했다.

 

혼자 걸은 해파랑길에서 무심히 지치기만 했던 용화해변으로 간다.

하늘바닷길을 타고...,

 

 

 

 

용화행 - 1

 

 

 

겨울이 만든 압권의 풍경이다.

눈 내린 성난 바다가 살을 에이는 강한 바람으로 그 길을 흔들지만,

그럴수록 더 짙어지는 겨울 풍경에 물을 이고 있는 생에 불이 붙은 기분이었다.  

 

 

 

 

장호항전망대

 

장호항

 

용화해안

 

 

 

아~ 삼척!

각인이 되었던 그 동안의 삼척은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삼척이 뇌에 박혔다. 

 

 

울진의 나곡6리쯤에서 고포마을로 내려서니 강원도였고, 삼척이었다.

더웠고, 길마저 지루해져 호산까지만 길을 잇고 집으로 돌아섰다.

 

호기롭게 나선 다음 번 역시도 얼마 걷지 못하고 임원항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1박을 작심하고 나선  그 다음 번은 한재를 넘어 삼척시내까지 갔지만 밤이 되니 집이 그리워 또 돌아서고 말았다.

 

총 네 번에 걸쳐 추진을 한 해파랑길 삼척구간이었고,

그 길에서는 삼척이 가진 진면목 대신에 길이 주는 지루함만이 있었을뿐이었다.

 

 

 

 

용화행 - 2

 

장호에서 용화로 건너 온 하늘바닷길

 

 

 

10여분뒤, 용화역에 닿았다.

내린 눈마저 얼어붙은 역사밖 겨울속으로는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허나, 담배는 한 대 피워야 될것 같아서 혼자서 삼척의 겨울속으로 잠시 들어갔다.

 

 

 

 

용화해변

 

 

 

 

 

고작 5분여를 서성이다가...,

추워도 너무 추워서 엄마가 있는 역사안으로 들어왔다.

 

강풍에 운행이 중단 될 수 있다고 했지만, 30여분을 기다려 무난하게 장호행 리턴 캐빈에 탑승을 했다.

 

 

 

 

장호행 - 1

 

장호행 - 2

 

 

 

기대를 한 그 이상의 풍경에는 겨울이 있었다.

그 겨울에 눈도 있었다.

 

평생을 기다려도 눈이 내리지 않을 저주의 땅에서 250Km를 북상하면 삼척에 닿는다.

진한 겨울이 그리워지면 또 삼척에 올 것이다.

 

 

 

 

장호항

 

장호행 - 3

 

장호행 - 4

 

 

 

17시가 채 안된 시각, 장호항으로 돌아왔다.

 

심정 같아서야 더 진한 겨울이 있을 강릉까지 북상을 더 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지에서 거기를 넘어가면 거기가 빛바래짐을 알기에..., 미련없이 남하를 했다.

 

 

 

이제 선정의 요건을 충족시키는 미탑승 케이블카는,

23일 운영을 시작한 화성의 '서해랑제부도해상케이블카'와,

평창의 '발왕산케이블카' 그리고 춘천의 '삼악산호수케이블카' 단 세 곳만이 남았다.

 

문제는 세 곳 모두 수도권과 근접한 거리에 위치를 하고 있어,

숱한 인파들의 무질서한 틈을 헤집고 과연 그 탑승을 강행해야 할지? 마음이 서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