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목포 해상 케이블카 본문
안좌도 읍동선착장을 출항한 '섬드리비금고속페리는 17시50분 목포북항에 닿았다.
목포해상케이블카 북항스테이션까지는 차로 5분 거리였지만,
오늘은 케이블카를 타지 않게다는 엄마의 마음은 꺽이지 않았다.
이유는 어지럽다고 했지만,
반면에 약기운은 오후4시가 지나면 사라진다고도 했다.
내 고집대로 강행을 했다가,
행여 엄마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집에서 4시간 거리의 목포에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안다.
엄마는 아무리 황홀한 주제가 있을지라도,
그 주제에 접근하는 부수적 요인들이 귀찮게 느껴지면 단 번에 포기를 해 버린다.
시간대는 저녁이었지만 겨울 어둠은 엄마에게는 분명 밤이었고,
올 겨울 가장 추운날 낯선 도시를 헤집고 다녀야하는 짓은 엄마게는 분명 성가신 일이었을테고,
무엇보다 먼 집으로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어지는 마음은 엄마에게는 분명 조급함이 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목포거만 타면 남해안거는 다 타는 데...,
케이블카 안탈거면 여는 마로 왔는 데...,
혼자말처럼 푸념을 읊었다.
엄마가 말했다.
그래 밤야시가 돼 보자! 이노무 손아~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목포 해상 케이블카 (2021.12.18)
나도 미친놈이지~ 하면서도...,
-2˚의 기온속,
350km 떨어진 집으로 돌아갈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팔순의 투병중인 노모와 목포시 야경을 감상하고자 목포해상케이블카 북항스테이션으로 들어섰다.
룰루랄라~
바위들에서 밝혀진 화려한 조명들이 유달산을 수 놓고,
그 곁을 스치는 형용색색의 케이블카들은 목포 밤하늘을 유성별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아 저거 봐라~'
조금전까지 안탄다고 한 엄마가 금새 아이가 되었다.
"거 봐라! 잘 왔제!!"
할라다가 꾹 참았다.
목포는 목포인기라~
폰에서 '목포의눈물'을 찾아 틀었다.
우째그래 노래와 딱 맞는 풍경의 느낌이 드는지...,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높기도 높았지만 길기도 길었다.
또한 야경도 좋았지만, 낮에 타지 않았음이 조금은 후회가 되었다.
목포꺼는 한 번 더 꼭 탄다.
내려다보이는 야경에 정신이 팔려 몇 분이 걸렸는지?도 모른 채 고하도스테이션에 도착을 했다.
근데 북항스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줄이 장사진이다.
고하도 탐방에는 애초부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화장실을 갔다온 다음 나는 곧장 줄을 섰다.
출발을 하는 북항스테이션에서는 발권후 곧장 탑승이 되었는데,
돌아가는 고하도스테이션에서는 30여분을 기다려야 했다.
고하도까지 알뜰히 탐방을 끝낸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 상황이었다.
내려다보는 목포 밤바다는 고요했고,
올려다보는 유달산은 불야성의 요새 같았다.
불을 밝힌 사람의 집들이 지구에 내려앉은 별처럼 보이는 목포시내를 보다가,
목포가 고향이었던 그가 문득 생각이 났다.
입대 날짜는 그가 나 보다 4개월이 빨랐지만,
그는 후반기교육을 받고 자대를 배치 받은 처지라 나와는 더블백동기가 되였다.
그에게서는 전라남도인 특유의 얇쌉함은 없었고,
고참들 몰래 서로 친구처럼 의지하며 2년여의 세월을 함께 했다.
전역 후, 서울에서 두 번을 만났지만..., 이후론 인연을 잇지 못했다.
어쩌면 저 아래 어느 집에 그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잘 사소! 서 병장~
18시10분에 떠난 북항스테이션에 19시40분이 되어서야 돌아왔다.
별이 되었다가 돌아온 기분이었다.
병어회 나오는 목포한정식 한 상 받고 떠나면 좋으련만,
병들어 앓고 있는 세상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인냥 치댈순 없었다.
19시50분 북항교차로부근에서 김밥 두 줄을 사고,
동쪽으로 324km 떨어진 집을 찾아 귀로의 대장정에 올랐다.
사천휴게소에서 딱 10분을 쉬고, 집에 도착을 하니 22시40분이었다.
아~ 사람 죽는 줄 알았다.
허나, 이제 해상케이블카는 삼척, 딱 그 한 곳 밖에는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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