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본문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자 그 생명을 바친 순국선열을 기리며...,
주중 가장 지겨운 요일은 당연 화요일이다.
2023년의 현충일은 화요일이었고,
그 하루를 하늘길에서 보내고자,
10시쯤 먼 여정에 나섰다.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갈 것이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2023.6.6)
직전, 엄마와 오른 하늘길은 수도 서울의 '남산케이블카'였고,
왜 왔나, 싶을 만큼 그 모두가 실망스러웠다.
왜 갔나?의 피폐한 기억을 지우고, 잘 왔네!란 근사한 기억을 갖게 될 하늘길은,
내 사는 곳에서 400여 km를 북상한 도시의 강과 산에 있다.
오늘의 이 먼 여정을 부디 엄마가 잘 견뎌주길 바라면서,
한반도 내륙종주와 다를 바 없는 길고 긴 북상길에 들어섰다.
울산 - 포항 - 대구 - 안동 - 충주 - 원주 - 춘천순으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며,
군위와 치악휴게소를 들러 춘천에 들어서니 14시쯤이었다.
십여년 전 강원도청 근처에서 우연히 찾게 된,
회영루란 중국음식점에서 먹은 짜장면과 짬뽕의 맛을 잊지 못하고 살지만,
엄마는 중국음식을 내가 중국인들을 싫어하는 만큼 싫어하기에 인근의 백반집으로 갔다.
내 엄마를 엄마라 부르며,
내 엄마를 보며 자신의 엄마를 그리워한 여주인의 친절은 음식의 맛을 능가했고,
식당을 나오니 문밖까지 따라나와 누릉지가 든 봉지 하나를 엄마에게 건내며 또 오라고 했다.
400km 떨어진 춘천에 또 올 일이 있겠냐마는,
그 친절한 인성에 대한 답례는 없는 일을 만들어 또 와야지...,였다.
14시50분쯤,
발행된 영수증 상의 상호는 '삼악산호수케이블카'이고,
춘천시가 통용시킨 명칭은 '춘천 삼악산 호수케이블카'이고,
국립국어원의 띄워쓰기 규정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에 도착했다.
누적은 쌓음이 아니라 남음의 없앰이다.
남은 하늘길은 파주와 정선...,
궁하면 끼워야 할 대둔산과 내장산 그리고 설악산과 금정산...,
그리고 아껴둔 하늘길은 춘천...,
남은 것들 있음에 궁하지는 않았고,
남은 것들 있음에 아껴둔 것은 계속 아껴야 하는데...,
파주의 임진각 평화곤도라는 밀집의 수도권에 있어 싫었고,
한 번 탑승을 시도했다가 불발이 된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꼴도 보기 싫었다.
그래서 타 하늘길이 열리지 전까지는,
엄마와 오른 하늘길 그 대미를 장식하고자 아껴둔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를,
엄마와 오른 하늘길 그 열아홉 번째 길로 정하고 오늘 내 사는 곳에서 400여 km를 북상해 왔다.
지금껏 열여덟 하늘길을 엄마와 올랐다.
그 중 제일은 누가 뭐래도 눈 내린 겨울바다 장호항을 건너는 '삼척 해상 케이블카'였고,
명량을 시작으로 제부도에서 끝을 낸 해상 하늘길들 역시도 감동이었다.
제천의 '청풍호반 케이블카'와 유사할거란 단정으로,
처음엔 그렇게 치부를 하다가, 그 위용을 알아감에 아껴두게 된 춘천의 하늘길,
2023년 6월 6일 15시 5분, 엄마와 그 하늘길에 오른다.
어떤 놈은 케이블카 그거 뭐라고 그래 타샀노...,
또 어떤 놈은 그런 류의 여행이 재밌냐...,
고 들, 처 시부려샀지만,
나도 엄마를 집에 두고 홀로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던 시절에는,
등산은 물론 캠핑에서 시작해 백패킹 그리고 한반도 해안지선 트레킹까지 그 모두를 종식시켰다.
연로해지는 엄마를 집에 두고 홀로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는 시절됨에,
그 엄마를 차에 태우고 지갑만을 챙겨 세상을 떠돌지만,
그 지금이 분명 내 아웃라이프의 절정이다.
타 하늘길보다 그 운임이 좀 세다싶더니,
3.23km 목포해상케이블카의 연장을 능가한 국내최장 3.61km의 하늘길이었다.
북한강과 소양강이 합류한 의암호 상공을 가로질러,
삼악산 8부 능선 해발 450m 지점에 위치한 삼악산정차장으로 오르는 하늘길의 위용은 대단했다.
15시15분쯤 상부정거장에 올랐고,
발아래 펼쳐진 의암호와 춘천시내가 어우러진 풍경은 대한민국 제 1경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엄마를 정차장내 커피점 창밖 풍경에 잠시 부탁을 하고,
나는 이왕지사 올라왔기에 삼악산 9부 능선에 설치된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고금도에서 마량을 건너 가우도를 딛고 해남의 남창까지 54km의 밤길을 걸어 간 나였지만,
엄마가 아프기 시작하면서 말무리반도에서 보구곶을 잇는 한반도 해안지선 트레일은,
명량에서 멈췄다.
편도 0.5km가 채 안되는 데크 산책로였지만,
오랫만에 오르는 산길이었고, 오랫만에 걷는 걸음이라 너무도 좋았다.
삼악산정차장으로 돌아오니,
엄마는 밀크커피 한 잔을 창가에 두고 하염없이 의암호와 춘천시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나를 기다렸을 수도...,
15시40분쯤,
바라만 봐도 좋은 풍경속으로 내려가는 내림길에 들어섰다.
그간 살면서 엄마와도 두 번을 온 춘천이었지만,
춘천이 이리도 고운 도시였음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았다.
약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며 정신이 또렷해진 엄마는,
상부정차장에서 내려다 본 풍경속으로 스며드는 내림길에서 그 만족도가 대단했다.
더하여 십여 일 전 탑승을 한 '남산케이블카'의 흉봄도 잊지 않았다.
포항의 영일만에도 하늘길이 열릴거라 했고,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 해상에도 하늘길이 열릴거라 했지만,
단체장들의 우선 치적쌓기를 위한 하염없는 기다림의 전주곡만 몇 년째 처듣고 있다.
대 국민을 상대로 지들이 발표한 완공일은 이미 지난지 오래이지만,
아직 착공조차도 못하고 있는 꼴을 보노라면,
뭐를 우짜고 있는지..., 기가 찬다.
제발 좀 빨리 만들어라!
정선꺼 파주꺼 타고나면 더는 탈게 없다!!
16시05분쯤, 의암호정차장으로 돌아왔다.
호반의 도시 춘천이,
도시와 호수와 산을 연결시켜 세상에 내놓은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는,
대한민국 열아홉 하늘길을 오르내린 엄마 고객의 만족도 당당 1위를 기록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시리즈 19 「춘천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 제작사 및 운영주체 : 도펠마이어(오스트리아) / (주)소노인터
□ 연장 및 최고점 : 3,610m / 4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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