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본문
모레부터 장마가 시작될거라 했다.
맨날 천날 비가 내리면 뱃길도 하늘길도 이어가기가 지랄맞다.
허나 근해의 뱃길은 모조리 다 말아 먹었고,
몇 줄 남지도 않은 하늘길은 그래서 채우기 보다는 남겨둠이 맞는데...,
내일이고 나발이고 오늘 그 하나를 말아 먹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10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서고 말았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2023.6.24)
지난 4월 23일의 그 허탈함을 지우고자 또 정선으로 간다.
한반도가 태백산맥 고산준령에 꼭꼭 숨겨놓은 정선,
7번 국도를 타고 북상을 해 원덕에서 북서진을 할까도 싶었지만,
55번 고속국도를 타고 북상을 해 매포에서 북동진 함이 그 곳을 스치고픈 마음이었다.
13시 30분쯤,
엄마와의 스물한 번째 하늘길을 오르는 숙암역 50km 직전에 위치한,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북면 마차리 '강원도탄광문화촌'에서 잠시 차를 세웠다.
그 모든 삶의 파노라마는 세월에 묻히고 간혹만이 머물고 있는 풍경...,
내 생은 이 곳에 엄마를 데리고 세 번을 오게 되었다.
어쩌면 마차리를 서성이고 싶어...,
오늘 목적지를 정선으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콩국수를 시켜놓고,
애호박돼지찌개로 점심을 먹고,
살다보면 반드시 또 온다는 다짐을 남기고, 14시10분 마차리를 떠났다.
15시 정각,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숙암역에 도착을 했다.
마차리에서 오늘 여정에 든 설렘 7할을 날려버려 두근됨은 없었고,
지난 6일 '춘천삼악산호수케이블카'를 탐으로써 남은 하늘길의 기대치도 이젠 없다.
그저 엄마와의 하늘길을 이어가기 위함으로,
지난 4월 23일에 시도를 한 정선의 하늘길로 다시 왔을 뿐이다.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활강슬럼프 스타트부스를 오르내린 리프트를 활용한 하늘길이다.
당초의 약속은 폐막후 복원이었지만,
지역민의 거센 반대로 복원 대신 존치가 되었고,
그 존치의 결과물은 여든셋 내 엄마도 가리왕산을 오를 수 있는 하늘길이었다.
15시10분,
모든 캐빈이 베이지색으로 단장을 한, 그 중 51호기를 타고,
해발 1,382m 가리왕산 하봉으로 오르는 3.51km 하늘길에 들었다.
엄마는 단 돈 오천 원으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인 가리왕산을 오른다.
바다를 건너는 케이블카만을 타기로 한 하늘길은,
채움의 욕심이 생겨 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도 대상이 되었고,
근간에 설치된 산악 케이블카들에 탑승을 하면 훼손이란 무의미한 난제를 풀곤한다.
캐빈에는 작은 모니터가 내장돼 있었고,
모니터에선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의 설치 과정이 소개되고 있었다.
낙후된 지역민의 살고자하는 처절한 몸부림을,
훼손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도시의 이기주의를 정선군은 보란듯이 깨뜨렸다.
한반도의 산하는 그들만의 것도 아니고,
한반도의 산하는 그들에게 구원을 요청한 적도 없다.
인간이 아무리 지랄발광을 해도,
그 받고 안받고는 자연(自然)이 알아서 한다.
할 짓도 갈 곳도 없으니 결국엔 산이었고,
주구장창 산에 오는 사람들로 한반도의 산은 죽을 맛일테다.
취미의 다양성 대부분은 자연에 그 베이스를 두지만,
다양성을 모르는 이들 때문에 유독 산만이 죽어난다.
삶의 영위는 오로지 수도권이고,
삶의 여유는 오로지 산뿐인 이들로 인해 대한민국 쏠림은 이제 극에 달했다.
오름길에서 내려다본 가리왕산은 그 잘난 올림픽 한 번 치루고,
만신창이 된 몰골을 하고 있었다.
허나 자연은 스스로를 원래로 되돌릴 줄 앎에,
구지 '이봐라 이봐라'의 탄식을 내뱉을 필요는 없다.
길어도 너무 길어서 좀 지루했지만,
3.51km 고공행진을 한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탑승 10분이 지난 15시10분쯤 해발 1,382m 가리왕산 하봉에 닿았다.
역시 정선이었고,
역시 강원도였다.
고산들이 꽉 채운 풍경은,
그저 입을 닫고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는 없었다.
너와 함께 정선아, 보고 싶다.
엄마가 올챙이국수를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말에 처음으로 정선에 왔었고,
아우라지 그 삶의 파노라마를 찾아 두 번째 정선에 왔었고,
하늘길이 열였다는 소식에 세 번째 정선에 왔었고,
오늘이 네 번째 정선이다.
너무 사랑스러워,
그래 분명 정선은 너무도 사랑스러워, 한반도가 고산준령에 숨겨 둔 아리랑이다.
이제 올 일은 한동안 없을 듯 싶어 많이 서운하다.
때 묻지 않은 유월의 햇살을 받고,
아직도 차가움 스민 산바람을 맞고...,
비록 이십여 분을 머물고 내려가는 가리왕산이지만,
이토록 좋은 하늘과 산과 바람은 내 엄마에게는 분명 치유의 산으로 충분했다.
16시쯤 숙암역으로 내려왔고,
역사 2층 카페 1561에서 엄마의 여섯 번째 해발 1,000m 오름을 자축했다.
젊어서는 먹고 산다고,
늙어서는 내가 그 때까지도 아둔해서,
연로헤진 지금에서야 산에 오를 수 있었던 엄마였다.
숙암역 근처 파크로쉬리조트앤웰니스에는 스파시설이 있었지만,
그 사용은 투숙객에 한하고 있었다.
10만 원대라면 숙박은 하지 않더라도 미친척 입장을 할 의향도 있었지만,
아놀자로 숙박비를 타진하니 주말 1박 40만 원을 웃돌고 있었다.
돈이 없어 떠난다.
16시30분쯤 숙암역을 나서,
17시10분쯤 석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년,놈들이 운탄고도라고 처씨부려쌋는 만항재를 거쳐,
19시10분쯤 삼척시 가곡면 오저리에 도착을 했다.
오늘 여정에 가곡유황온천을 억지로 끼워봤지만,
정선으로 향하는 들길이었음 가능도 했겠지만 19시에 그 운영을 종료하는 날길에서는 실행 불가였다.
마차리의 유혹에 빠진 댓가였다.
해파랑길 26코스에 위치한 횟집에서 저녁을 먹고,
20시에 남은 211km를 줄이기 시작해 그 수가 0이 되니 22시30분이었다.
이제 타킷으로 정한 남은 하늘길은,
'파주임진각평화곤돌라'와 울릉도 '독도전망대케이블카' 뿐이다.
그 여정은 생각만으로도 엄마에게는 고행이겠지만,
다이아몬드제도 사각을 다 찍은 저력을 가졌기에 충분히 이 또한 가능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시리즈 21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
□ 제작사 및 운영주체 : 도펠마이어(오스트리아) / 정선군시설관리공단
□ 연장 및 최고점 : 편도 3,510m / 1,38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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