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남산 케이블카 본문
일어나니 비는 아직 내리지 않고 있었지만,
폰에 띄운 날씨지도에는 부산을 제외한 전국이 우산을 받치고 있었다.
비가 내린다고 하니,
안그래도 갈 곳이 없어 처량했는데 더 처량해진 기분이었다.
반주 몇 잔에 잠이나 더 자야지 하고,
아침을 먹다가...,
혹시 예보가 틀려 비가 안오면 내만 손해인 것 같았고,
꼴랑 비 때문에 세상으로 나가지 못함도 그렇고 해 엄마에게 '나갈래?'라 물으니,
말은 '비 온다는데 어디로 가겠노'라 했지만 그 표정엔 분명 나가고 싶음도 있었다.
에리이~ 모르겠다.
간만에 서울이나 한 번 가자!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남산 케이블카 (2023.5.28)
몇년 전,
돼다 않는 산악회에 가입을 해 두어번 서울로 올라갔고,
내려오는 길은 늘 술이 떡이 돼 심야고속버스에서는 실신의 상태였다.
오랫만에 서울로 가는 길,
고속철을 타고 갈까도 싶었지만,
엄마와의 서울시내 이동에 있어 그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오늘 서울로 감은,
연휴를 맞아 비워진 서울일거란 기대에,
엄마와 오른 하늘길에 '남산 케이블카'는 등재가 되어야 할 듯 싶어서다.
10시30분쯤 출발을 해,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휴게소에서 핫바 하나씩을 사먹고,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에서 맛도 없는 점심을 먹다 때려치우고,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를 통과하니 15시30분이 지나고 있었다.
그래도 간만에 처올라온 서울이라서,
남산으로 가기 전 경복궁과 고궁박물관을 여정에 넣었다.
남산1호터널을 나와 경복궁으로 가는 길,
명동성당교차로 통과에 속에 천불이 날 지경이다.
아직도 이런 루저한 교통망을 가진 도시가 대한민국에 존재함이 개탄스러웠고,
다소 비워진 서울일거란 오판에 막심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비는 처내리고...,
길은 더럽게 처밀리고...,
고작 2.9km를 무려 40분이 걸려,
16시50분 십몇년 전 엄마와 나들이를 한 '경복궁'에 도착이 되었다.
주차장에서 협생문을 지나 궁궐로 들어서니,
내리는 비에 흥례문 앞마당은 물 구덩이 천지로 모두들 갈팡질팡에 여념이 없었다.
우산을 받쳐 든 엄마의 걸음을 갈지자로 도모하며 흥례문으로 가니,
이런 니기미 관람시간이 끝났단다.
할 수 없이 방향을 틀어,
또 우산을 받쳐 든 엄마의 걸음을 갈지자로 도모하며 이번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가니,
또 이런 니기미 관람시간이 끝났단다.
18시가 관람종료면,
17시50분쯤에 다 나가라고 하면 될 것을,
왜 17시부터 안들라주는지..., 이건 분명 관리자 칼퇴근 확보를 위한 시스템이었다.
더러워서 안보고 만다.
나는 열에 아홉은 개판이었던 조선의 왕들을 극협 할 뿐더러,
그들과 그 식솔들이 내관과 궁녀들의 인권을 유린하며 산 집구석 따위에도 관심도 없다.
단지 서울을 왔기에 들렸을 뿐이다.
엄마와 나는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었을 때,
그걸 타고 서울로 와 근정전까지 둘러보았고 더하여 수문장 교대식도 구경을 했다.
관람시간이 종료되었다는 그 잘난 유세에 조금의 아쉬움도 없었다.
엄마는 궁보다는,
그 뒤에 가려진 파란 집구석을 더 궁금해 했다.
경북궁 돌담을 타고돌아 효자동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했다.
파란집이 보이니,
저 좋은 집을 두고 용산으로 간 그가 더는 이해가 안되는 표정이었다.
국민에게 돌려준 것이 아니라,
어쩌면 국민에게 내던져 버린 산물처럼 보였다.
17시30분,
오늘 서울로 온 이유를 달성하고자 3.7km 떨어진 남산케이블카로 향한다.
길은 여지없이 처밀렸고,
성질 같아서는 케이블카고 나발이고 이 멍청한 도시를 당장 떠나고 싶었다.
한 번 걸렸다하면 하세월인 다음 신호를 기다리며 서울을 본다.
이 도시에 무엇이 이 정체를 버티며 사는지...,
그들이 지방이라 일컫는 그들의 고향은 그들이 돌아오지 않아 소멸을 걱정하는데...,
소시적 마포에 본사를 둔 한 통신회사에서 특채를 제안해 왔지만,
나는 엄마를 두고 내 살아왔던 곳을 떠나기는 싫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18시쯤 서울시 중구 소파로에 위치한 남산케이블카에 도착이 되었다.
비와 안개로 남산이고 타워고 나발이고는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고,
도로를 횡단해 남산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만이 공중을 가르고 있었다.
아...,
이걸 탈라고 이 빗길 400km를 달려 여기까지 엄마를 데리고 왔나...,
명량에서 처음 엄마와 오늘 하늘길을 시작하며,
알프스 산악국가들이 설치한 캐이블카만을 탈 것이라 단정을 했지만,
그 수의 한계에 따라 단순히 산을 오르내리는 목적으로 설치된 유물같은 삭도들도 자연스레 추가가 되었다.
오늘 그 유물같은 삭도들의 상징인 '남산케이블카'를 타고자 서울로 왔지만,
비는 내리고 안개마저 풍경을 감추고 있으니 심히 유감이다.
물론 그 선택은 나였지만...,
18시10분,
대한민국 삭도의 상징 남산케이블카에 탑승을 했다.
버스형 캐빈에 좌석은 없었고,
할 수 없이 팔순의 노모는 빗물 흐르는 창가에 기댔다.
허나 편도 채 3분이 소요되지 않는 하늘길이었다.
18시15분쯤 상부역사에 내렸다.
빗물은 뚝 뚝 떨어지고...,
타워로 가는 데크길은 상그랍고...,
타워에 오르자고 해도 오늘 엄마도 아니고...,
타워에서의 저녁식사고 나발이고는 단념을 하고 이내 하행의 플랫홈으로 갔다.
18시20분쯤 하부역사로 내려왔다.
그로해서 '엄마와 오른 하늘길' 그 열여덟 번째 '남산케이블카'는 섭렵이 되었다.
벌써 내려왔냐고 묻는,
한국삭도공업 소속인지는 몰라도 케이블카에 대하여 제법 상식이 있는,
주차관리자에게 그간 엄마와 탑승을 한 케이블카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보여주었다.
이 정도는 돼야 감흥이 있지...,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비도 오고..., 그렇게 말을 하다 말았다.
때가 됐다.
집이 그리워진 엄마는 인자 그만 집에 가잔다.
그래 더 머물러야 할 이유도 없다.
이 지랄같은 밀집으로 사는 도시를 더 서성이고픈 마음도 없다.
18시 30분,
일단은 충주휴게소(창원방향) 사과돈까스를 목표로 낙향을 시작했다.
20시 충주휴게소(창원방향)에 도착을 했지만,
이런 니기미..., 영업이 종료돼 이단의 목표를 괴산휴게소로 정하고 다시 낙향의 길을 이었다.
다행히 괴산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22시40분쯤 문수나들목을 빠져나오니 내 사는 곳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질 않고 있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18 - 남산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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