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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낮에 탄 사천바다케이블카 본문

한국삭길 - 하늘풍경길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낮에 탄 사천바다케이블카

경기병 2023. 7. 18. 11:33

본격적인 장마의 시작,

비가 내린다고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비는 내리지만,

그 빗속을 서성인 하루는,

세월이 흐른 먼 훗날에 유리창에 붙은 빗방울의 흔적처럼 시나브로 지워질지라도...,

 

지워질 기억 하나를 갖고자,

바람마저 불어대는 토요일 오전 11시30분쯤 집을 나섰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낮에 탄 사천바다케이블카 (2023.7.15)

각산정류장에서 대방정류장으로 내려서는 사천바다케이블카

 

 

경상남도 서남부에 위치한 사천시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사천만권역은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고,

진주만권역은 해양관광의 핫플레이스로 점진적 도약이 한창이다.

 

진주만 삼천포로 갈 것이다.

 

 

 

 

 

 

 

경부선 삼량진역에서 분기를 해 호남선 송정리역으로 가는 철길을 경전선이라 했고,

아주 옛날에는 그 철길에서 삼천포로 빠지는 선로도 있었다.

 

이제는 3번 국도가 된 삼천포선,

그 선을 따라 사천만 만입의 바다로 내려가면,

지금은 경남의 2,3위권 도시인 김해와 양산이 시(市)가 되기 훨씬 이전에 이미 시였던 삼천포가 나온다.

 

빌어먹을 놈들이 도농통합시킨다고 지랄들을 처해 지도에서 지워진 도시! 

나는 늘 그런 삼천포에 아쉬움이 인다!!

 

 

 

 

 

 

 

14시30분쯤,

3번 국도와 중복하는 77번 국도 3기의 해상교량(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들을 건너,

진주만 동측 만입의 수역에 위치한 늑도에 들었다.

 

 

 

 

 

 

 

 

 

원래는 창선대교와 창선교까지 건너 간 남해도 지족에서 멸치쌈밥을 먹고자 했는데,

늑도대교를 지나며 보이는 늑도항 촌락의 풍경이 예쁘다는 말에 늑도로 내려서고 말았다.

 

 

 

 

늑도항에서 바라본 늑도대교

 

늑도항에서 바라본 초양도와 각산

 

 

식당의 유리문 넘어 보이는 초양도를 가르키며,

점심을 먹고 저 섬으로 가 저 동그라미를 탈 것이라 하니,

엄마는 손사래를 치며 보기만 해도 골이 흔들린다며 강한 거부를 했다.

 

 

 

 

 

 

 

 

 

공중에서 진짜 골이 흔들리면 안되기에,

대안은 여지없이 사천바다케이블카 탑승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엄마와 오른 21곳의 하늘길에서,

그 중 최고는 단연코 작년 10월에 탑승을 한 '사천바다케이블카'였다.

 

그로해서 오늘 한 번을 더 탄다!

 

 

 

대한민국 케이블카 순위

 

해발 1,000m 이상을 오르는 하늘길에서 내려다보는 한반도 산야의 풍경도 좋았지만,

그 바다를 건너는 하늘길에서 그 바다를 내려다보는 한반도 연안의 풍경은 가히 압권이었다. 

 

그 중 바다를 건너 섬으로 가고 바다를 건너 산을 오르는,

사천바다케이블카와 목포해상케이블카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15시 정각,

내가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하늘길에 오르고자 대방졍류장 플랫홈에 엄마를 앞세웠다. 

 

 

 

초양정류장행 - 1

 

초양정류장행 - 2

 

 

근데...,

다 좋은데...,

 

초양도로 건너가는 해상에서 캐빈이 좌우로 심하게 요동을 친다.

바람소리 장난이 아니다.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풍경 - 1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풍경 - 2

 

 

어찌나 바람이 심한지,

운행중지가 되어야 할 풍속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빨리 해상구간을 지나 초양정류장에 들기만을 기다렸다.

 

 

 

 

 

 

 

이미 타버렸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짓 그 가운데에 있다.

 

인생사 가끔은 그렇게 돼버린 때가 있다.

우짜겠노..., 

 

 

 

 

초양정류장행 - 3

 

초양정류장행 - 4

 

초양정류장행 - 5

 

 

엄마도 그렇고,

마주오는 캐빈에 탄 사람들도 그렇고,

그 표정엔 바람에 흔들리는 캐빈이 주는 공포 따위는 전혀 없었다.

 

나만 떨었나...,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세 곳의 정류장을 가진 몇 안되는 하늘길이다.

 

쫄아든 심장의 이완을 위해 일단은 초양정류장에서 내렸다.

 

초양도는 지금 내가 타고 온 하늘길 이전에도,

77번 국도 삼천포대교로 이미 연륙화가 된 섬이다.

 

금번 사천시는 초양도 정상부에,

사천바다케이블카 초양정류장과 연계된,

대관람차 '사천아이'와 회전목마 그리고 아라마루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을 개장했다.

 

 

 

 

대관람차 - 사천아이

 

 

풍경만을 조망하고 다시 케이블카에 탑승하는 그 단조로운 대한민국 하늘길에서,

사천시가 초양도에 내놓은 선례는 분명 금자탑이다.   

 

 

 

 

 

 

 

 

 

엄마는 동물들을 좋아한다.

아쿠아리움까지 입장함이 타당했지만,

다음을 위해 수족관은 패싱을 하고 오늘은 아라마루동물원으로 이주한 분들만 만나기로 했다.

 

 

 

 

이 분의 학명이 뭐였노...,

 

이 분은 어딜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이 분들도 학명이...,

 

이 분들도 학명을 모르겠다.

 

 

 

 

이십여 분 초양도로 이주한 동물들과의 만남 후,

초양도를 떠나기로 했다.

 

제발 바람이 불지 않기를 바라며...,

 

 

 

 

초양정류장에서 대방정류장행 - 1

 

초양정류장에서 대방정류장행 - 2

 

 

다행히 대방정류장으로 돌아가는 하늘길에선 바람이 잦아들었다.

 

그동안 겁대가리는 상실한 인생이었는데,

왜 갑자기 오늘 캐빈의 흔들림에 심장이 쫄깃해졌는지 모르겠다.

 

늙어서 그런가...,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풍경 - 3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풍경 - 4

 

 

예상과는 달리 진주만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해마저 가끔은 드러났다.

 

 

 

 

초양정류장에서 대방정류장행 - 3

 

 

이제 삼천포는,

회를 먹고 수산물을 구입하고자 찾는 포구만은 절대 아니다.

 

삼천포바다가 가진 저력이,

곧 한반도 연안 관광도시들의 순위를 요동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산정류장행 - 1

 

각산정류장행 - 2

 

각산정류장행 - 3

 

 

초양도에서 다시 바다를 건너 대방정류장으로 돌아온 캐빈은,

진주만을 수 놓은 섬들과 삼천포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해발 370m 각산정류장에 올랐다.

 

 

 

 

마도와 저도

 

늑도와 신도

 

 

익곡만인 진주만에서 태어난 조그마한 섬들,

하지만 그 조그마한 섬들에도 엄연히 사람들이 산다.

 

내려다보이는 진주만의 절경은 남도의 어느 다도해들 못지 않았다.

 

 

 

 

각산정류장에서 대방정류장행

 

 

16시10분쯤 대방정류장으로 내려왔다.

 

늑도에서 점심을 먹고,

초양도에서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고,

각산에서 진주만의 예쁜 섬들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한 사천바다케이블카는,

대한민국 하늘길의 극치였다.

 

 

 

 

정곡삼거리를 지키는 공룡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상족암해안을 좀 서성이기로 했다.

 

16시30분쯤 변산반도 채석강에서 그리워 한 상족암군립공원에 도착을 했다.

 

 

 

 

 

 

 

 

 

 

 

엄마도 같이 상족암을 서성여야 하기에,

엄마가 탄 휠체어를 입암마을로 가는 도로변 주차장에서 경남청소년수련원까지 밀고 다녔다.

죽는줄 알았다.

 

 

 

 

 

 

 

진동시장에서 국수 한 그릇씩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20시쯤이었다.

 

비와 바람이 그 길로 나섬을 막을지라도,

그 길에 들어선 순간부터 비와 바람은 맥을 못춘다.

 

비로 인해 대한민국이 난리가 난 날,

어쩌면 비가 내려 더 한적한 삼천포에서의 망중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