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철부선 대신 탄 명량해상케이블카 본문
영주에서 영동선을 타고 삼척의 도계로 가 점심을 먹고,
도계에서 태백선을 타고 제천으로 가 저녁을 먹고,
제천에서 중앙선을 타고 영주로 돌아오는,
그런 철길에서의 하루를 꿈꿨지만...,
예보는 그 철길이 놓여진 곳들이 추워질거라 했고,
뉴스는 중국산 바이러스에 독감과 급성호흡기감염증까지 들이대며 엄포를 놓으니,
팔순을 넘긴 노모를 데리고 그 추위 속 그 철길들을 서성이기가 겁이 나 예약된 모두를 지웠다.
그 아쉬움을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꾸고,
10시30분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철부선 대신 탄 명량해상케이블카 (2024.1.13)
처음엔 통영의 욕지도를 가고자 했지만,
중앙고속도로 대감분기점에서 우회전을 해 버렸다.
그리고 여수의 금오도를 가고자 했지만,
남해고속도로 옥곡나들목까지 지나쳐 버렸다.
그러니 가는 길은 오는 길의 고달픔 따위는 망각을 한 채 늘어만 났고,
결국은 명량의 우수영항에 이르고 말았다.
승선을 하지 않은 뱃길들을 찾다가,
화원반도 우수영항에서 신의도 신의동리항을 오가는 뱃길 있음을 알았고,
신의도와 하위도는 이미 탐방을 하였기에 그 뱃길의 경유지 장산도를 한 번 가야지 싶었다.
그 마음이 간절했는지,
아니면 이미 몇 번을 간 욕지도와 금오도가 시시했는지,
결국은 340km 서진의 종착지 명량으로 와 또 울돌목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다.
3항차의 출항시간은 15시30분,
14시20분쯤 우수영항에 도착이 됐고,
일단은 진도대교 초입으로 가 싸구려 점심을 먹고,
조금은 여유롭게 우수영항으로 돌아오니 15시쯤이었다.
검색을 한 정보에 의하면,
우수영항에서 장산도 축강항까지는 40여 분 소요가 된다고 했다.
장산도는 '장산도역사문화관'외에는 이렇다 할 명소도 일주도로도 없는 섬이라,
남부 앤두선착장에서 2번 국도로 지정된 약 7km 남짓의 중앙도로를 따라,
북부 북강선착장으로 가면 그 탐방은 끝난다.
40분 뱃길로 입도를 해 40분을 머물고,
17시 정각에 북강선착장에서 안좌도 복호항 또는 17시05분에 우수영항으로 나오면 된다.
근데...,
정보가 틀렸음에 계획도 틀렸다.
15시30분 입도에 17시05분 출도의 승선권을 요구하니,
발권을 하던 항해사가 부스 밖으로 나와 뱃길의 부연 설명을 한다.
장산도가 먼저가 아니라 신의도가 먼저였고,
남신안농협2호는 신의도 혹은 하의도를 들 때와 날 때 모두 장산도에 기항을 하지만,
드림아일랜드호는 신의도를 먼저 기항한 다음 장산도를 들러 우수영으로 돌아오는 항로라 했다.
서로 심한 자기지역 표준어로 나눈 대화의 결론은,
15시30분 항차로 장산도에 입도를 하면 우수영으로는 오늘 나오지는 못 함이었다.
17시 정각에 북강선착장에서 안좌도 복호항으로 나가는 남신안농협2호도 떠난,
17시05분에 입도를 해 어두워지는 낯선 섬의 풍경 속에 놓여질 수는 없었다.
19시55분에 섬을 나가는 마지막 배편이 있었어도...,
엄마와 명량에 또 한 번을 더 올 기회를 주는구나...,
썩소를 머금고,
친절한 항해사분께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리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화원반도 우수영항에서 다이아몬드제도 신의도와 장산도를 오가는 이 아름다운 뱃길은,
그리 되지 않기를 또 한 번 간절히 바라지만,
분명 조만간 지도에서 지워질 것임을 나는 직감했다.
이 아름다운 뱃길이 만성 적자로 지워지기 전,
반드시 이 아름다운 뱃길을 항해하는 드림아일랜드호에 엄마가 탄 차를 실으리라!
닭은 꿩 대신이다.
하늘길은 뱃길 대신이다.
우수영문화마을을 잠시 서성이고,
'해남우수영관광지'내에 자리한 '명량해상케이블카 해남스테이션'으로 왔다.
명량을 바라보니,
드림아이랜드호는 다이아몬드제도를 향해 떠나고 있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은,
2021년10월10일 오후17시10분 이곳 명량에서 시작이 됐다.
그 후 한반도 상공의 하늘길 9할 이상을 섭렵했고,
목포와 사천 그리고 하동에 이어 명량도 이제 두 번째 탑승이다.
엄마는 명량의 하늘길을 언제나 늘 최고로 치부했고,
15시45분 그 하늘길에 다시 올랐다.
어제 계획을 한 철길로도 가지 못 했고,
오늘 계획을 한 뱃길로도 가지 못 했지만,
그 득에 하늘길로 명량을 건너는 또 한 번의 호사를 누린다.
명량과 한산에 이어 노량까지 영화화가 되니,
대한민국은 또 다시 이순신 장군에게 열광을 하고 있다.
이 거센 조류가 흐르는 회오리 치는 바다에서,
금신상유십이전선에 백성들이 찾아 온 한 척을 더한 13척의 판옥선으로,
일본 함대 133척을 격멸한 명량대첩은 세계해전사 최고의 압승이었고 이순신은 최고의 제독이었다.
단언컨데,
명나라 제독 진린의 말처럼,
동서고금에 그만한 자 다시는 없다.
16시쯤 명량을 건너 진도로 들어왔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진도,
이 먼 진도에 나는 엄마를 데리고 도무지 왜 자꾸 오게 되는지를 나도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이 풍경 속을 엄마와 서성이는 지금들이 좋아서일 것이다.
티켓에는 진도타워 관람이 포함돼 있었다.
그렇다면...,
명량의 풍경은 황홀했다.
명량을 바라볼수록,
저 바다를 떠나는 철부선에 엄마가 탄 차를 싣지 못했음이 너무도 아쉬웠다.
그 아쉬움 외면하고,
타워내 2층 전시관으로 내려왔다.
남해는 이순신의 바다이고,
그 해안지선은 이순신의 길이다.
전라좌수사 임지의 여수,
초대 삼도수군통제사 임지의 한산도,
한산대첩의 전승지 한산도엔 '제승당'이,
노량대첩의 전승지 남해도엔 '이순신순국공원'이,
그리고 명량대첩의 전승지 울돌목 양안에는,
해남측 '명량대첩해전사기념전시관'과 진도측 '이순신명량대첩승전광장'이 장군을 그리워하고 있다.
진도...,
진도자연휴양림, 명량해상케이블카, 하조도, 국립남도국악원을 이유로,
엄마와도 이미 네 번을 왔고 오늘이 그 다섯 번째 탐방이지만 올 때 마다 설레이는 섬이다.
이러고도 부족해,
앞으로도 몇 번을 더 오게 될지...,
운림산방을 이유로,
국립남도국악원을 이유로,
최소 두 번은 더 엄마와 함께 명량을 건너 진도로 올 것이다.
16시40분 진도타워 모든 시설을 관람하고,
우수영으로 돌아가는 하행의 하늘길에 올랐다.
이게 풍경이다!
이게 하늘에서 명량을 내려다본 표현의 전부다.
16시50분쯤,
해가 뉘엇뉘엇 저무는 명량을 건너 해남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해가 진다?
건너 온 진도에서도 해가 진다??
그렇다면,
오늘은 꼭 거를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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