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국립청주박물관 본문
초정행궁을 나와 청주시내로 가는 길,
비는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장쾌하게 차창을 두드린다.
대한민국 육지부 중앙에 위치한 청주,
광역시와 수도권 도시들을 제외하면 창원 다음으로 큰 도시이지만,
살면서 갈 이유가 없어 그런지 내게는 참 안가지는 도시였고 오늘에서야 간다.
엄마와의 국립박물관 투어를 이어가고자...,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국립청주박물관 (2023.10.14)
사실은 생생정보통 청주고 나발이고,
국립박물관이 자리해 있음에 오늘 청주로 왔다.
16시40분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 우암산 자락에 위치한 국립청주박물관에 도착이 됐다.
아- 근데 엄마가 비를 맞기 싫다며 차에서 내리질 않겠단다.
곧 입장마감이 될 수도 있지만, 차에 앉아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비가 그쳤다.
아- 근데 엄마가 이번에는 다리가 아프다며 또 차에서 내리질 않겠단다.
허나 휠체어를 꺼내 펴니 더 이상 핑계꺼리가 사라진 엄마는 체념의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
셔틀버스 옆에 주차를 했고,
휠체어를 꺼내며 본 버스에 붙은 문구였다.
내가 오늘 운이 있는 날인가, 싶었다.
휠체어를 밀고 오르기에는 다소 버거운 박물관으로 들어서는 오름길이었지만,
어느 수집가가 남기고 간 국보급 유물을 접한다는 마음에,
그냥 걷는 이들보다 더 빠르게 박물관으로 들어섰다.
진주는 임란을,
김해는 가야사를,
경주는 신라사를,
부여와 공주는 백제사를,
그리고 공주는 금속을 주제로 하고 있었다.
본들 무심히 지나치고,
읽은들 그저 그런갑다하고...,
그렇게 엄마와 국립박물관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금속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라고는 했지만,
역시나 전시된 유물의 절반은 그릇으로 채워져 있었다.
허나, 오늘 국립청주박물관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본관을 나오니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피해 처마밑으로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특별전이 열리는 전시관으로 갔다.
조금은 아니 많이 설렌다.
마치 내가 특별해지는 기분마저 든다.
뱃길과 하늘길이 끝나니 엄마를 데리고 서성일 곳이 없었다.
그래서 찾기 시작한 각각의 전시시설들,
그 중 제일은 대한민국 도처에 위치한 국립박물관들이었다.
엄마 역시도,
오늘만은 기증된 작품들에 집중을 한다.
안목은 늘 그대로이지만,
확연히 뭔가 다른 도자기들이었고,
깨진조작들 붙인 그 조잡한 그릇들과는 비교불가였다.
비록 자수성가형의 입지적 인물은 아닐지라도,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 열정은 시대를 추월했다.
그리고 그가 남기고 간 그의 기증품들은,
전국의 국립박물관들에서 순차적으로 전시되면 그를 더 빛나게 하고 있었다.
한 점, 한 점, 눈을 뗄 수가 없는 명작들이다.
삼성이 만들면 차원이 다르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수집하면 차원이 달랐다.
이 말 밖에는...,
그저 바라만봐도 좋은 미술품들 사이를,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서성인 30여 분의 시간은 내 생에 주옥이었다.
'저래 귀한걸 남기고 우째 갔을꼬...,'란 감상평을 남긴,
내 엄마를 배려해준 국립청주박물관에 감사하며,
'우리나라 정치는 사류'라는 속 시원한 명언을 남긴,
고 이건희 회장님의 명복을 빌며,
18시가 다된 시각 국립청주박물관을 나왔다.
청주에 비가 내린다.
집으로 돌아 갈 길은 먼데...,
집으로 돌아오니 22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고,
가을비 소스라치게 내린 청주에서 보낸 하루가 그리워지면,
또 어떤 이유를 만들어 한 번은 더 가야지...,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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