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나를 숨겨 너를 빛나게 - 국립익산박물관 본문
봄이 오고 꽃이 피니 여기 저기서 난리다.
23일은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지만,
23일은 대한민국 최초의 현수교 남해대교의 조명점등식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근교에 살면서도 북적임이 싫어,
여지껏 한 번을 찾지 않은 진해군항제는 올해도 패싱을 하고,
노량을 가로지르는 남해대교가 개통 50년을 기념해 불을 밝힌다고 하니,
거기에 혹해 그 광경을 보고자 11시30분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나를 숨겨 너를 빛나게 - 국립익산박물관 (2024.3.23)
점등식은 19시30분이었고,
날이 너무도 화창해 집을 나선 시각은 11시30분이었다.
8시간...,
어디를 서성이다 노량으로 가노...,
국립박물관 모두투어는,
열넷 곳 중 그 절반인 일곱이 남았고,
그 일곱에서 8시간을 소진시킬 한 곳을 찾으니,
전주와 익산이 견주어졌고 선택은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익산이었다.
이제 정처는,
길로 나서기 전이 아닌, 나선 길에서 찾는다.
나선 길에서 찾은 정처,
전북 익산시 금마면 '국립익산박물관'에 도착을 하니 15시쯤이었다.
나를 숨겨 너를 빛나게 하고자,
사지(寺地) 한 켠에 매몰시켜 건립이 된 '국립익산박물관'으로 들어섰다.
국립익산박물관은,
국립공주박물관과 국립부여박물관이 주제로 한 백제사를 다룬 또 하나의 국립박물관이었다.
승자의 박물관은 경주가 유일하지만,
패자의 박물관은 공주와 부여 그리고 익산까지 세 곳이나 건립되었다.
국립박물관의 입지 또한 지역 배분의 논리를 떨쳐내지는 못했고,
그에 따라 건립된 박물관들은 채움의 빈곤으로 불교 혹은 그릇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지 일천삼백여 년이 지났지만,
그 삼국의 나뉨은 아직도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일돼지이천만빼빼로공화국은 스스로 멸하지 않는 한 롱런이고,
호남과 대구·경북에서의 투표용지에는 한 당만 표기돼도 선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어쩌면 한반도는 삼국이 존재하여야 할 땅인지도 모르겠다.
두 줄의 사실로 백 줄의 역사를 만들며 그랬는지는 몰라도,
국가 규모에 비해 너무도 과다한 삼천의 궁녀를 둔 백제는 멸망을 자초했다.
납세는 환급이다.
그 환급의 만족도가 가장 선명한 곳은 국립박물관들에 있다.
지지난주 일요일,
국립나주박물관도에서 든 기분도 좋았지만,
오늘 무심코 찾은,
국립익산박물관에서 느껴지는 기분 또한 참 좋다.
내 어릴적 외운 전라북도의 시(市)는 전주와 군산 그리고 이리 뿐이었다.
지금은 지워진 도시 이리로 와,
이리와 이웃한 도시 군산의 군도를 주제로 한 전시물을 접하니 또 군산이 가고 싶어진다.
16시쯤 박물관을 나왔다.
이제 노량으로 출발을 한다고 해도 결코 이른 시각은 아니었지만,
처음 온 익산을 이대로 떠나기에는 뭔가 서운한 기분이다.
이리를 좀 서성이다 떠남이 맞을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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