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소양강에 봄비는 내리고 - 국립춘천박물관 본문
삼라만상의 근원을 따질수록 신의 존재에는 믿음이 가지만,
작금의 신은 인간이 만들었음에는 변함이 없다.
석가모니고 예수고 나발이고,
성모마리아와 알라의 생일까지도 국경일로 지정이 되길 바랄뿐이다.
오후에 비가 내릴거라고 한 부처님오신날,
국립박물관 모두투어 그 열세 번째 방문의 대상이 될,
국립춘천박물관을 가고자 10시30분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소양강에 봄비는 내리고 - 국립춘천박물관 (2024.5.15)
호반의 낭만이 가득한 도시,
내 사는 곳에서는 400km쯤을 북상해야 나타나는 도시,
춘천은 너무 먼데...,
하면서도 호반의 낭만을 찾아서가 아니라,
남은 두 곳의 국립박물관들 중 그 한 곳이 거기에 있어 간다.
춘천으로 가는 길,
그 길에는 중앙고속도로 안동휴게소가 있고,
엄마는 화덕에 구워나오는 '안동휴게소' 간고등어구이를 좋아한다.
먼 여정에 따라나선 댓가치고는 너무도 저렴한 보상이다.
아따, 더럽게 멀다.
집을 나선지 다섯시간이 흘러서야 춘천에 들어섰고,
눈치라고는 조금도 없는 비도 때를 맞춰 내리기 시작했다.
여든넷 엄마와의 국립박물관 모두투어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그 산하의 국립박물관들 열넷 곳을,
관람이기 이전에 방문을 목적으로 한 대한민국 투어이다.
경상권의 네 곳을 제외한 나머지 열 곳들은 내 사는 곳에서 너무도 멀리에 있고,
특히 서울과 제주 그리고 춘천은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일년 전 서울과 지지난주 제주에 이어 오늘은 춘천으로 왔다.
광주가 남았지만,
오늘 국립춘천박물관을 마지막으로,
엄마와의 국립박물관 모두투어는 종식이다.
봄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엄마와의 국립박물관 모두투어 그 마지막이 된 국립춘천박물관으로 들어섰다.
특별자치가 끼워지면 뭐가 달라지노...,
실없는 놈들의 개수작일 뿐,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펼쳐진 강원도는 그래서 강원도다.
태백산맥을 경계로 관서와 관동으로 나뉘는 강원도는,
수도권에서 2선의 고속도로와 1선의 고속철로 관서 관동 모두 수월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영남권에서 관서는 중앙고속도로, 관동은 7번 국도가 현재의 유일한 빠름길이다.
동해고속도로는 포항에서 삼척까지가 끊겼고,
동해선 전철화는 아직도 더디기만 하다.
기준의 차이일지는 몰라도,
사람 살아가기 가장 고달팠던 땅은 강원도였다.
내 본바로는 특히 정선이...,
깅릉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그 부인에게 노인이 꽃을 따다 주고...,
우짜고 저짜고 하는 설화로 봐서 강원도는 고대 신라의 지배를 받는 땅이었다.
다 그렇고 그런 한반도史,
강원도라고 특별할 이유도 없었다.
악랄한 독재 돼지가 장악을 하고 있는 북녘땅,
거기에 금강산과 총석정 있음이 오늘의 울분이다.
상설전시 '강원의 선사에서 근대까지'를 보고,
특별전시 '다시 찾은 신라의 빛'으로 갈 때,
벽면의 전부가 테레비였다.
강원도의 힘이었고,
국립춘천박물관의 경쟁력이었다.
갈 수 없는 총석정은,
갈 수 있는 국립춘천박물관에 있었다.
총석정에 엄마를 데리고 가는 나였음 하는...,
400km, 5시간의 북상,
그리고 400km, 5시간의 남하,
국립춘천박물관이 소장하고 전시한 모든 것들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16시45분,
창밖에 비는 더 세차게 내리고...,
400km, 5시간의 북상이 아쉽지만,
이 비를 맞으며 엄마를 데리고 배회하듯 더 서성일 곳도 없고,
닭갈비에 소주 한 잔 간절해지는 춘천이었지만 그럴 순 더 더욱 없었다.
이미 케이블카도, 소양강처녀상도, 김유정역도 엄마의 회상에 담겨져 었기에,
미련없이 춘천을 떠나기로 했다.
중앙고속도로 치악휴게소에서,
아주 흡족한 저녁을 먹고 여름 소낙비 같은 장대비를 뚫고 집으로 돌아오니 23시쯤이었다.
광주가 남았지만...,
오늘 국립춘천박물관을 마지막으로,
엄마와의 국립박물관 모두투어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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