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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떠나는 2023년이 삼일의 연휴를 선물했다. 여름과 가을에 이어 겨울 제주가기를 바랬지만, 물가가 올라 외식하기도 겁이 난다는 이웃들에 의해, 제주행 항공편과 배편은 이미 한 석도 남아있지 않았다. 정처는 이제 길에서 정할 수 밖에는 없다. 도무지 갈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초양도에 사는 슈빌 - 아루마루 아쿠아리움 (2023.12.23) 정처도 없이 11시30분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통영에서 물메기탕을 먹고, 오랫만에 욕지도나 들어갔다 나와야지, 싶었다. 합포만을 건너 통영으로 가는 14번 국도 임곡교차 직전에서, 물메기 보다는 숭어로 욕지도 보다는 초양도로 마음이 바뀐다. 정처는 나선 길에서 생각이 난다. 14시쯤 남해도와 마주한 하동땅 노량항에 도착을 했다. 여름부터 시작된 하동 전어 순례는..

화요일부터 찔끔찔끔 내리기 시작한 비가,나흘이 지난 토요일까지도 추책없이 내리고 있었다. 관람탐방의 카테고리 명분상 국립중앙박물관은 필히 한 번은 가야하는데,터질게 터져버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매 주말 시위와 집회로 비워질 틈이 없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동조한 정부를 상대로 한 야당의 시위...,치맛바람에 조롱당한 교사들의 집회..., 그런다고 방류를 중단할 일본도 아니고,그런다고 치맛바람이 잦아들 대한민국은 더 더욱 아니다. 수산물 안먹으면 될 것을...,선생질을 그만두면 될 것을..., 내 같음 그래뿌고 만다.제발 서울 좀 비워라! 국립중앙박물관 좀 가자!! 2번 국도 옆 - 경상남도 수목원 (2023.9.2) 난장판이 된 서울을 대신하여,얼마남지 않은 제철의 진미가 팔딱이는 포구를 ..

토요일 아침, 일어나니 하늘은 점점 흐려지고 몸은 찌뿌둥해지고 있었다. 차라리 비나 좀 내리지, 근데 문제는 하늘이 아니었다. 뼈마디는 쑤시고 근육들은 너덜너덜 찢어지는 듯한 간지러움, 점점 오한이 느껴져 쉽사리 이불을 걷어내지 못하는 오소소함, 처음엔 이거 루게릭병 아이가..., 했는데, 드디어 나도 중국산 시발바이러스에 걸렸구나..., 싶었다. 처박아둔 키트 하나가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검사를 하니 20분이 지나도록 선은 끝까지 하나였다. 단 한 번의 백신접종도 받지 않은 채, 주말마다 한반도 여기저기를 서성였고, 심지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식구들과 동료들까지 감염이 됐어도, 나만은 절대 중국산 시발바이러스 따위에 농락 당하지 않는 개념을 유지했다. 뼈마디는 좀 더 쑤셨지만 그로해서 기분은 나아..

엄마와 오른 하늘길, 그 최고점을 찍고 다시 대전통영간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엄마는 대전에서 사는 맹수들과의 재회를 원했고, 우리는 대전에서 파는 튀김소보로의 맛을 보고자 했다. 그로해서 대전으로 간다. 재회 - 오월드 아프리카사파리 (2023.4.8) 그날처럼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안영나들목을 빠져나와, 대전광역시 중구 사정동 오월드에 도착을 하니 16시30분쯤이었다.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동물을 사랑하는 놈도 아니고, 이제 와 이 나이에 동물원을 반 년새 두 번이나 찾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30분을 기다리면 야간할인이 적용된다고 했지만, 패쓰를 하니 입장료는 44,000원이었다. 또 21,000원을 지불했다. 도합 65,000원을 내고서야 곰, 사자, 호랑이 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도 시..

2022년으로 묶어진 365일의 마지막 날이다. 맨날 뜨는 해가 오늘 진다고 내일 안뜨는 것도 아니고, 세월은 그렇게 흘러갈 뿐이다. 내일 다이아몬드제도 남각으로 가야지! 다짐을 하면서 잠이 들었지만, 오늘 일어나니 10시30분이었다. 14시20분까지 안좌도 복호선착장으로 갈 방법은 없었고, 문득 설천봉 상고대나 보러갈까, 싶었다. 만남 - 오월드 아프리카사파리 (2022.12.31) 11시쯤 집을 나서, 거창에서 37번 국도를 타고 빼재를 넘어 무주에 들어서니 14시쯤이었다. 날은 다소 풀렸지만 길가에 쌓인 눈을 보니, 해발 1,500m 상고대에 엄마를 데리고 오름이 과연 잘 하는 짓일까?란 걱정이 든다. 룸밀러로 엄마를 보니, 엄마는 또 일전에 사준 아웃터를 입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도 출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