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금오도 함구미항에서 백야도 백야항 본문
12시35분 한림페리9호는 금오도 북단 여천항에 접안을 했다.
3년 가량의 세월이 흘러 엄마를 데리고 세 번을 오게 된 섬,
허나 반기는 이 있을리 만무한 그래서 오늘도 잠시 머물다 떠날 섬이다.
한국뱃길 - 금오도 함구미항에서 백야도 백야항 (2025.1.12)
이제 좀 비렁길 인기가 수그러들었는지,
아니면 날이 차가워 오늘은 트레커들이 안오는 건지...,
겨울,
섬과 항은 그저 바다와 그저 햇살과 그저 바람뿐이다.
일단은 안도로 들어가 점심을 먹고,
이단은 안도를 나와 함구미항으로 가는 것이 오늘의 금오도 서성임이다.
하늘빛은 바다빛을 닮아가고...,
바다빛은 하늘빛을 닮아가고...,
그러함이 보돌바다 금오도를 오게 했음이다.
13시쯤 안도대교 건너 안도에 들었다.
철저히 금오도에 가려진 섬,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안도에 오고도 금오도만을 안다.
어쩌면 안도에 오고 싶어 금오도에 오는지도 모르겠다.
야속하게도 안도는,
그때나 오늘이나 여전히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었지만,
야속하게도 세월은,
그때보다 조금 더 엄마와 나를 늙게 만들어 놓았지만,
또 세월이 흘러도,
또 나는 엄마를 데리고 안도에 올 것이다.
안도에도 방앗간은 있다.
안들리면 안도에 왔음이 아니라서...,
점심을 먹고,
안도 두 곳의 해변 중 한 곳인,
금오열도 맨 꼬랑지 섬 소리도(연도)가 보이는 몽돌해변으로 나왔다.
오라는 곳은 고사하고 갈 곳도 없으니,
이리도 여유롭고 좋아서 그 햇살 그 바람 속을 잠시 서성였다.
처음엔 '와 이런 섬도 있네...,' 하면서 엄마를 데리고 와야지, 했었다.
그리고 엄마를 데리고 왔었다.
그러면서 세 번을 오게 된 섬 안도를,
또 와야지, 하면서 서고지까지 서성인 13시50분쯤 나왔다.
금오도 북측 해안으로 난 863번 지방도의 시점인지 끝은,
금오도 비렁길의 시작 함구미다.
14시10분,
오늘 금오도를 떠나는 플랫홈 함구미항에 도착을 했다.
젊어서는 어느 바다를 떠돌았는지는 몰라도,
늙어서야 보돌바다로 온 노쇄한 '한려페리7호'는,
14시45분 금오도 함구미항에서 백야도 백야항으로 가는 뱃길에 들었다.
기기에 무슨 이상이 있는지 연신 비상벨은 울리지만,
불어오는 매운 해풍에 갑판으로는 아무도 나타나지를 않는다.
상당한 선령을 가진 노쇠한 철부선의 힘겨운 항해에 승선했음이 너무도 미안스러웠다.
생명에 대한 소유권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비록 생명은 없지만 내가 그것의 주인이라면 주인다워야 한다.
주제넘은 말이지만,
신아해운과 한림해운 그리고 제주항공은,
지금까지 숱한 이익을 안겨주고 늙어버린 비행기들과 배들에게 이제는 안식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함이 그것들 주인됨의 도리이다.
늙은 한려페리7호가 힘겹게 월호도와 개도 사이 해협을 통과할 때,
77번 국도는 또 하나의 바닷길을 보돌바다에 놓고 있었다.
2026년 세계 섬 박람회를 개최하는 여수시는,
2027년 8월 개통을 목표로 가막만과 여자만 만입의 바다에 떠 있는,
10섬들을 해상교량으로 연결시키는 이른바 '일레븐 브릿지'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2020년 개통을 한 고돌산반도와 고흥반도를 잇는 바닷길에는,
화양조발대교(8), 둔병대교(9), 낭도대교(10), 팔영대교(11)가 있고,
2027년 개통을 할 고돌산반도와 여수반도를 잇는 바닷길에는,
이미 개통이 된 백야대교(7), 화태대교(2), 돌산대교(1)와 더불어,
화태도~월호도(3), 월호도~개도(4), 개도~제도(5), 제도~백야도(6)가 있다.
마냥 부럽기만 한 여수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뱃전으로 불어오는 바람 장난이 아니지만,
그 바람을 맞으며 보돌바다를 오가는 철부선들과 내가 걸었던 길들을 본다.
회상이 된 길의 기억은,
회상이 될 길의 탄생을 보며 오늘만은 그 의미가 없어졌다.
울산함양고속도로가 준공이 되면 그 길을 타고 엄마와 군산에 갈 것이고,
여수반도와 고돌산반도를 잇는 바닷길이 준공이 되면 그 길을 타고 엄마와 고흥에 갈 것이다.
15시15분 늙은 한려페리7호는,
일요일 오후 그 서글픈 그늘이 지는 백야도 백야항에 닿았다.
다행히 길은 밀리지 않았고,
진교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니 19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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