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베이스캠프 - 국립변산자연휴영림 숲속의집 바다향기6 본문
봄엔 꽃이 피고,
여름엔 소낙비가 내리고,
가을엔 을사년스런 바람이 불고,
겨울엔 함박눈이 소리없이 내려앉고,
그러나 눈은 내리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눈은 내리지 않는다.
그러니 눈 내리는 곳을 찾아 떠날 수 밖에는...,
베이스캠프 - 국립변산자연휴양림 숲속의집 바다향기6 (2025.2.8~9)
다 좋은데...,
지독히도 눈이 내리지 않아,
겨울이면 저주의 땅이 되는 부울경 남동임해지역...,
고작 10만㎢ 반도에서 어떻게 이런 희한한 분포의 일기도가 생성되는지,
하늘과 기상청이 한통속으로 부울경 남동임해지역을 유린한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금요일 오전,
저주의 땅에 쌓이지도 않을 눈이 잠시 내렸다.
그 짧음에 사람들은 들뜨기도 했지만,
그 짧음은 분명 저주를 넘어선 우롱에 가까운 하늘의 처사였다.
며칠간 계속되는 폭설에 아비규환인 지역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비규환을 당할지라도 눈 내리는 그 곳을 찾아 09시30분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고,
남해고속도로(부산~순천)가 끝나고,
호남고속도로에 들어서니 그제서야 하얀게 보이기 시작했다.
콜라보는 접어두고,
콜라뷰는 두 요소가 합쳐진 풍경으로 간주한다.
이번 폭설의 최대 수혜?지는 변산반도였고,
그 변산반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세운 가장 아름다운 자연휴양림이 있다.
국립변산자연휴양림에 눈이 내리면...,
바램은,
그 콜라뷰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기를...,
더 바램은,
줄포만 만입의 바닷가 언덕배기에 지어진 '숲속의집 바다향기'에서...,
제발까지 붙인 간절한 바램과 더 간절한 더 바램은 이뤄졌다.
눈 안내린 2선의 고속도로와 눈 내린 3선의 고속도로 315km를 질주한 14시쯤,
변산반도로 들어서는 초입 줄포나들목을 빠져나왔다.
폭설에 방문객의 안전을 걱정한 휴양림에서는,
늦어도 17시까지는 꼭 입실을 해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 때 나는 이미 변산반도에 있었다.
변산반도에 들면 으레 격포항을 서성이게 된다.
떠돎의 습관이다.
서해안 횟집들의 칼질은,
회맛을 살리는 솜씨가 아니라 회맛을 조지는 솜씨다.
그러함에도 오늘 또 회포장을 했다.
그러했음은 격포항 서성임의 이유를 달고자 함이었다.
자연휴양림과 하나로마트는 콜라보이기에,
변산농협 하나로마트 격포지점에서 줄포산 막걸리 한 병도 샀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번 여정의 베이스캠프 '국립변산자연휴양림'에 들 수가 있었다.
15시30분이 조금 지난 시각,
다시 여기에 오기를 기다리며 산 3개월이 흘러,
다시 여기에 엄마를 데리고 왔다.
변산반도와 줄포만에 함박눈이 내리는 날에...,
올해 여든다섯이 된 엄마를 데리고,
또 다시 북위 38˚30' 이남의 한반도 여기저기를 떠돌게 한 계기는,
지난해 11월 서천군 소재 국립생태원 방문 시,
베이스캠프로 이용을 한 '국립변산자연휴양림'이 시발이었다.
더 정확히는 그날 예약이 된 연립동 '조기'가 보일러 고장으로,
줄포만 만입의 바닷가 언덕배기에 지어진 숲속의집 '바다향기1'로 대체되면서 부터였다.
그로부터 여덟 곳의 자연휴양림들을 떠돌았지만,
그럴수록 국립변산자연휴양림 숲속의집 바다향기는 더 각별함으로 여겨졌다.
떠나와,
눈 내리는 통유리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은 엄마는,
떠나오기 전,
떠남에 주춤였던 당신의 말은 넌지시 망각을 하고,
눈 내리는 변산반도 언덕배기에서 눈 내리는 줄포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엔 곰소항으로 갔다.
수족관 물이 어찌나 뿌연는지 이내 돌아섰다.
그리고 간 격포어촌계회센터에서 회를 구입하며,
잡는 도마 써는 도마가 같음을 보고 버려야겠구나..., 했다.
몇 점을 먹다가 역겨워 땔챠뿌고,
엄마는 따뜻해진 방바닥에 요를 깔고 눕고,
나는 휴양림을 둘러보고자 쓰레기가 된 회를 담아들고 객실을 나왔다.
산책로를 가진 휴양림들 중,
지금까지에서는 돌산도 '봉황산자연휴양림'과 '산청한방자연휴양림'이 최고였다.
국립변산자연휴양림에 조금은 기대를 가지며...,
여로 오면 여가 제일이다 시부려야 하고, 저로 가면 저가 제일이다 시부려야 한다.
그리 시부리는 까닥은 절경에 대한 치켜세움이자 간직에 대한 격려이다.
눈 내린 변산자연휴양림에서 바라보는,
눈 내린 변산반도와,
눈 내린 줄포만은,
이미 절경을 넘어서도 한참을 넘어서 있었다.
아직은 회상으로 넘길 수가 없어,
오늘 또 엄마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
오늘이 회상이 되려하면,
다음에 또 엄마를 데리고 이곳으로 올 것이다.
맛집이고 휴양림이고 나발이고,
내 사는 곳에는 어느 곳 하나 마음가는 곳이 없다.
더하여 평생을 처기다려며 살아도 눈 한 번 시원하게 처내리질 않는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내부도로 끄트머리 쌍계재에 닿아있었다.
신은 겨울이면,
당신이 만든 만과 반도를 가끔은 눈으로 치장을 시키고...,
그러면 인간은 그 곳으로 와 그 곳을 서성이며 신의 은총이라 떠들어 된다.
이 풍경속을 서성이고자 340km를 서북진하여 변산반도로 왔고,
이 풍경속에 머물고자 금요일 새벽 빈방이 나오길 3시간이나 기다렸다.
국립변산자연휴양림 앞 해안지선에는,
서해랑길과 변산마실길로 지정이 된 좁다란 오솔길이 지난다.
해안지선으로 내려와 그 길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휴양관 앞을 지나는 데,
그 수가 족히 열은 넘어보이는 사람들이 왔음을 기념하고 있었다.
근데 의외로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들로 보여져 왜 내가 안심이 되는지..., 모르겠더라~
산림청 혹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의 설립 취지는,
아마도 대 국민 휴양처 제공이 아닐까? 싶다.
떼거지로 몰려와 처마시고 처떠들고 처놀다가 처자빠져 자라고 만든 시설은 절대 아니다.
근데 간혹 있더라~
세월은 또 그렇게 흘러 와 있었다.
나는 또 그 만큼 늙었다.
에라이 시발~
세월이고 나발이고 시계를 보니 18시였다.
엄마 밥 해줘야 한다.
에라이 시발~
국립변산자연휴양림은 칭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특히 주방시설과...,
특히 밥 하는 입장에서는...,
인덕션 화구의 수와 크기별 냄비의 비치,
그리고 스테인레스후라이팬은 여타의 휴양림들을 압도한다.
저녁을 먹은,
그래서 휴양림의 밤이 찾아오면,
아무런 할 짓이 없다.
그래서 쫌 춥지만 또 기나갔다.
다 좋았는데,
덮는 이불과 베개가 전형적인 업소용이라 숙면이 불가한 밤이었고,
장에서 파는 닢이불과 집에 있는 내 베개가 너무도 그리운 밤이기도 했다.
이불은 걷어차 내삐리고,
베개는 모로 세워 베다가 접어 베기도 한 아주 몸서리 친 잠자리였다.
그래도 눈을 뜨니 창가에 아침은 와 있었다.
어쩌면 햇살 들이치는 창가에 엄마와 마주앉아,
엄마는 4,000원 짜리 재첩국에 나는 1,000원 짜리 곰탕에 밥을 말아 먹고자,
한반도 38º30'이남에 산재한 국,공립자연휴양림들을 찾아 떠도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함이 우려낸 국물보다 더 진한 인생인기라~
아침도 먹었고...,
그러니 이제 따나야 한다...,
그러함도 떠도는 생이 감당해야 할 자처다.
퇴실 한 시간 전인 10시,
떠나기는 너무도 싫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갈 곳 있음도 아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국립변산자연휴양림을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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