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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12코스 - 감포항에서 양포항 본문

해파랑길 - 동해바닷길

해파랑길 12코스 - 감포항에서 양포항

경기병 2016. 9. 27. 16:00

11코스를 끝내고,

편의점에서 딸기우유 한팩과 물 한병을 사 다시 걸음을 제촉했다.

 

걷는 내 그림자가 나를 따라 오니 심심하지 않았다.

 

 

 

 해파랑길 12코스 - 감포항에서 양포항 (2016년 9월 24일) 


 

 

 

입질이 오기를 기다리며 방파제에 줄지어 선 낚시꾼들,

지나가는 차들이 멈춰주길 기다리는 횟집 상가들의 호객꾼들,

 

토요일 오후의 감포항은 애타는 기다림만이 넘쳐난다.

 

 

 

[해파랑길 12코스 시점 -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리] 

 

[감포항 시가지]

 

[이제 지가 먼저 앞서 나간다]

 

 

 

 

감포항 원의 내선을 돌아나오니 송대말등대가 풍경의 주체인냥 우뚝 서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배기,

소나무 그늘에 앉아있는 엄마와 어린남매의 뒷모습이 등대보다 더 풍경이다.

 

 

 

[송대말등대]

 

 

 

 

 

 

 

 

 

 

1시간여를 걸어 오류해수욕장에 다달았다.

긴 모래해변과 그 해변을 감싸고 있는 해송숲,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토요일 오후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 남해를 우선시한 바다에 대한 내 생각에 변화가 올것 같다.

 

 

 

 

 

[오류고아라 오토캠핑장]

 

 

 

[해안지선으로 내려가고~]

 

[다시 도로로 올라오고~]

 

 

 

 

 

 

 

 

[저물녘의 풍경]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저물녘이 되면 이유도 없는데 그냥 쓸쓸해지곤 한다.

왜 이런 염병이 생겼는지...,

 

이십여년전 지리산부근에 잠시 살았다.

 

늦가을이었고, 해가 막 떨어진 저물녘이었다.

준공검사를 위해 감독관, 사장, 나 이렇게 셋이 벽소령부근에 위치한 산골마을로 갔다.

차에서 내려 현장으로 가는데 서너살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아닌 할아버지 쉬쉬 하면서...,

지나가는 아이를 통해 성별을 파악해 쉬를 해주고 찬 손을 감싸줘도 계속 훌쩍였다.

 

그 뒤로 이런 염병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소봉대]

 

 

 

 

 

 

길의 형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 앞에 있는 길과의 이음을 위해서라면,

모래사장, 몽돌밭 가리지 않은 채, 무조건 걷게 해 놓았다.

 

 

 

[ㅋㅋㅋ]

 

[해저문 바다]

 

 

 

 

 

 

 

 

20Km 이상을 걸은 발은 양쪽 모두에 물집이 잡혔고,

빨리 양포항 그 곳에 텐트를 치고, 한 잔 찐하게 넘기고 싶은 마음뿐이다.

 

코스 하나라도 원래의 선형을 존중하고자 했고, 12코스에서 그 존중을 다하고 싶었다.

 

그냥 31번국도를 따라 양포로 갈 것을...,

손?? 문화유산전시관을 보여주겠다는 해파랑의 안내에 따라 제법 긴 내리막길을 올라 올 걱정으로 내려 갔고

폐교를 리모델링한 전시관은 굳게 닫혀 있었다. (열려 있었어도 들어가지 않았을테지만)

나는 그저 해파랑에 충실하였을 뿐이다.

 

해파랑 표시가 있어 끝까지 간 길의 끝은 절벽이고,

득분에 오르막이 된 길을 방전 직전의 몸으로 남은 힘을 다 쏟아내며 국도로 올라오니 완벽한 밤이었다.

 

그냥 31번국도를 따라 양포로 갈 것을...,

이왕 이렇게 된거 마지막까지 코스 선정자의 노고를 존중하자는 심정으로 또 해파랑의 안내에 따랐다.

짙어진 어둠에 동서남북 구분이 안되는 해변 모래사장에 봉착이 되었다.

양포항 불빛을 길라잡이 삼아, 작은 조선소를 가로질러 겨우 모래사장을 탈출했다.

 

 

 

 

 

[해파랑트레일 12코스 종점 - 경북 포항시 장기면 양포리]

 

 

오십여일전 아주 더운 토요일 오후,

 

차에 야영장비를 싣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가족들을 데리고 무작정 집을 나섰고,

새로 난 울산-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려 죽도시장으로 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장을 보고, 인터넷사이트에서 본 양포항으로 간적이 있다.

 

양포항은 해파랑길 12코스와 13코스의 경계점이고, 합법적 야영이 가능하다.

 

양포항에 도착을 하니, 자오선기준 항의 북쪽끝과 남쪽끝에 야영구역이 둘로 나눠져 있었다.

그 때 야영을 한 구역이 북쪽구역임을 대번에 알았고,

그 때 야영을 했기에 달갑지 않은 귀소본능인이 있는 나는 죽을 힘을 다 해 1Km를 더 걸어 북쪽의 에리아로 갔다.

 

아쉽지만 해파랑의 코스경계점에 위치한 종합안내판은 찾지 못했다.

 

 

 

 

[개도 안먹을 저녁을 먹고...,]

 

 

주말이었고, 캠핑은 대세였기에 적당한 영지는 없었다.

한적한 화단에 탠트를 설치하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인근의 슈퍼에서 끼니꺼리를 사왔다.

 

시덥지 않은 것들을 뎊혀 저녁을 먹다가..., 피곤하면 밥 보다 잠이 먼저라 그대로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