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2코스 - 미포에서 대변항 본문
지난 밤, 대한민국이 흔들렸다.
리히터지진계 5.8까지 기록한 두 번의 지진은 "흔듦은 이런 것"이란 진수를 보였다.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흔들리고 싶어지면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면 된다.
해파랑길 2코스 - 미포에서 대변항 (2016.09.13)
내일부터 추석연휴다.
정오가 되기전 회사를 나와 집으로 가니 대목장을 보러 갔는지 아무도 없다.
찬물에 밥을 말아 먹고, 집에 있어 봤자다 싶어 해파랑배낭을 매고 집을 나왔다.
해파랑길의 코스별 선형을 분석하니,
내가 각인을 한 선형과는 달리 무수한 내륙의 길들이 각 코스별로 끼워져 있었다.
길이 없는 해안과 국가중요시설의 입지로 해안이 봉쇄 되었다면 이해가 되지만,
분명 해안으로 난 길이 있음에도 내륙으로의 우회를 하게 한 선형은 도무지 이해불가였다.
눈 앞에 뻔히 보이는 저기를 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왜 해파랑이란 어원과는 어울리지 않게 구지 내륙으로 우회토록 해 놓았는지??
그건 아마도 해파랑길을 이용한 각 지자체들의 생떼가 초래한 발품 더하기였다.
나는 가급적 해안지선만을 따라 갈 것이다.
더불어 내 걸어 갔음에 대한 그 어떠한 인증 따위도 필요치 않다.
달맞이고개로를 넘어 송정해변으로 가는 2코스 초반부,
얼마전 폐선된 동해남부선(미포~송정)으로 간다.
뷰는 좋은데...,
침목의 간격이 걸음의 간격과 맞지를 않아 어정쩡한 보폭으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정동진역이 있는 영동선 묵호에서 강릉까지의 바다 기차길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던,
해운대에서 송정까지의 동해남부선이었는데, 그 철길에 이제 기차는 다니지 않는다.
파란 하늘밑 푸른 바닷길을 걸어 구덕포까지 왔다.
한 때 단골이었던 횟집을 지난다.
아사 직전의 도미를 찜으로 내어주었고 회맛도 가격도 좋았다.
이제 갈 일이 없다.
제척을 할라다가, 죽도공원을 돌아 송정해변을 빠져나왔다.
시랑산을 끼고 용궁사로 가는 길이 잠시 헷갈렸다.
이리 가나 저리 가나..., 다!
공수항을 지나 용궁사로 가는 시랑산 기슭길을 찾지 못 해,
언덕길을 내려오니 뜻한바 전혀 아닌 용궁사입구에 도착이 되었다.
길의 시그널이 보이지 않음도 있었지만,
길가에 사는 사람에게 성가심을 주지 않을까, 하는 소심함 때문이었는도 모르겠다.
동암방파제를 지나 연화리로 가는 길,
힐튼에서 엄청난 규모의 휴양시설을 신축하고 있었다.
부디, 무탈하게 애초에 계획한 시설이 중단없이 완공되기를 바라면서, 나는 내 갈 길로 간다.
동암항에서 연화리로 가는 해안,
길의 형상은 없었지만 단언컨데 2코스 최고의 풍경이었다.
허나, 힐튼에서 신축중인 대형 리조트가 가용이 되면,
오늘 내가 걷는 이 길의 풍경은 어쩌면 기억속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숱한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연화리 해안길,
흘러 간 세월을 걷는 기분이었고,
대목에 이러고 다니는 내가 측은해지는 기분듦도 감출 수 없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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