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지리산(천왕봉) 본문
그러니까...,
2016년 8월, 천왕봉에서 중봉,써리봉을 거쳐 대원사로 내려오면서 나는 지리산에 학을 뗐다.
그리고...,
해파랑길과 이순신길의 바닷길에 미쳐갔다.
건너 뛴 채, 잇지 못한 트랙은 진도에 닿기전까지는 채워야 하는데,
혼자 나서야 하는 그 여정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서 심히 괴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장터목에서 하룻밤 자고, 천왕봉 일출이나 보고 내려 올려고...,"
수화기 넘어에서 들려오는 그 말에,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 듦의 기분이었다.
아- 우라질!! 또 가막만이고 여자만이고는 물 건너 가 버렸다.
■ 겨울 『지리산(천왕봉)』의 추억 (2019년1월26일~27일)
중산리로 간다.
그래~ 지리산에 들 때도 되었지...,
[중산리에서 본 천왕봉]
천왕봉을 오르는 최단 코스는 중산리다.
11시 남산동을 출발 해,
덕산에서 점심을 먹고, 산행 시점인 중산리탐방지원센터에 파킹을 하고, 배낭을 매니 13시35분이다.
칼바위삼거리와 유암폭포를 거쳐 장터목으로 올라,
노고단으로 지는 해를 보고 대피소에서 산 잠을 한판 잔다.
다음날 새벽,
개인적으로 그런 짓꺼리에 의미를 두지 않지만, 그렇게 하기로 했기에...,
천왕봉으로 올라 해돋이를 보고, 다시 장터목으로 복귀후 산을 내려 간다.
[0.2km 지점]
오름의 시작 고도는 650m 그 끝의 고도는 1,680m, 걸어야 할 거리는 5,300m이다.
S = H1,030 / L5,300 x 100 = 19.4% (-tan = 11.0º)
간만에 아주 디졌다.
[3.1km 지점]
물론 해안가에 있는 길이지만,
하루에 7~10시간, 35~40km를 걷는 나였기에, 오름에 대한 부담은 없다.
그리고 나는, 아직은 그 어떠한 산길이라도 노스틱이 원칙이다.
[제석평전]
꽁꽁 언 물줄기앞에서, 생오두방정샷(물론 나도)이 한창인 유암폭포까지 왔다.
그러고보니 한겨울에 지리산으로 온 것은 처음이다.
걷지 않으면 추워지는 산길, 그래서 또 열나게 오르막을 오른다.
삐질삐질 땀이 나지만, 그래도 춥다.
[겨울, 지리산]
4.8km 지점을 통과했다.
주능선, 장터목으로 오르는 500m 가파른 돌계단에 드디어 인생사 또 하나의 고난이 시작 되었다.
나무에 가려진 대피소는 보이지 않고, 계속 급경사의 아찔한 돌계단만이 보인다.
여수에 갔다면 가뿐하게 트랙 하나를 형성 시켰을 것인데...,
왜 산에 가냐고? 산이 거기 있어 간다. 그게 말인지 글인지...,
뭐? 대피소에서 이제부터는 술을 못 마신다고?? 이런 개 같은 사태를 봤나...,
힘이 들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야 하는데, 온갖 잡생각들이 난무를 한다.
고개를 푹 쑥인 채, 땅 아니 돌만 보고 걷는다.
숨은 벅차고, 쉬지 않은 걸음에 폐는 터질 것 같다.
100보를 걷고 앞을 보면 돌계단, 또 백보를 걷고 앞을 봐도 돌계단...,
아 놔~ 환장하겠더라~
[산 아래 천혜만리]
[그래, 언젠가는 끝은 나지~]
17시34분, 주능선의 장터목대피소에 도착을 했다.
해는 뉘엇뉘엇 지고, 몰아치는 바람의 소리에 들컥 겁까지 난다.
[지리산의 일몰]
모포 두장 속에 파 묻힌 밤은 이상하게도 길었다.
01시쯤 마려운 기분에 잠은 깨졌고, 바람소리 사나워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코곯이 소리, 앓는 소리, 뒤척이는 소리, 잠은 잘려고 할 수록 달아났다.
참다 못해 결국은 밖으로 나갔고,
지리산의 별빛은 쳐다도 못본 채, 오돌오돌 떨면서 볼 일만을 보고 잽싸게 대피소로 들어 왔다.
그 후로도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일행들 역시도 나와 비슷한 시간에 깨어 나, 나처럼 밤을 보냈다고 했다.
04시30분,
뭐라도 끓여 먹고 천왕봉에 오르자고 해, 전원 취사장으로 갔다.
번잡하지 않을 때, 천왕이와의 인증샷을 하고자 남들 보다 조금은 일찍 대피소를 나섰다.
새벽부터 눈만 내놓은 채,
대피소 뒤로 난 돌계단 600m를 어떻게 올랐는지?? 여튼 제석봉이 나왔다.
산아래 켜진 불빛과, 새벽 하늘 별빛이 여기가 지리산임을 실감하게 한다.
정규방송의 시작이나 종료전, 애국가 배경화면을 보면
일출을 기다리며 그 곳에서 동태가 되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맨날 뜨는 해인데,
무슨 기원할게 많아 저러고 있는지...,
그렇게 생각을 했고, 천왕봉으로 오르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
[천왕봉 일출맞이를 오는 사람들]
해가 나오자마자, 일행들을 두고 대피소 복귀에 들어 갔다.
해고 나발이고 추워 디지겠더라~
챙겨갈거라며 꺼집어 내 놓은 아이젠을 배낭에 넣지 않고 와, 얼어 붙은 빙판의 경사길에서는 아주 곤욕스러웠다.
[광양만 방향]
[함양 방향]
[노고단 방향]
08시20분 대피소로 복귀를 하니, 모포는 회수를 해 가 버렸고, 배낭만이 놓여져 있다.
파카를 이불 삼아, 밥을 먹어로 온나는 전화가 올 때까지 꿀잠을 잤다.
10시30분 대피소를 떠나 하산을 시작 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천왕봉은 아니어도 매년 지리산을 찾았다. 특히 북부권역의 계곡들...,
언제쯤 다시 지리산을 찾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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