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호미곶 본문
21대국회가 모처럼 밥 값을 했다.
또 한 번의 휴가 같은 3일 연휴가 생겼다.
근데, 일어나니 이런~ 개시발비가 쳐내리고 있었다.
허나, 비 오는 바다에 가면 운치란게 있다.
문제는 그 운치는 나처럼 순정이 있고, 감성이 좀 있어야 보이는 데..., 모두들 늙어서 그게 없다.
오늘은 나가지말자라 했고, 그 말에 집구석엔 정적만이 흐른다.
운치의 불씨를 피워야 한다.
불씨는 수제비다!
1) 밀가루에 소금과 식용유 약간을 넣고 열나게 치대어 냉장실에 넣은 다음, 잽싸게 마트를 다녀온다.
2) 다시팩(멸치+디포리+다시마+표고버섯) 두 봉지와 바지락을 넣은 육수가 우려질 동안,
3) 야채(감자, 당근, 표고버섯, 호박)를 다듬고, 30분뒤 육수가 우려나면,
4) 다시팩과 바지락껍데기를 건져내고 야채를 넣는다.
5) 감자가 익을 때쯤, 최대한 얇게 뜬 수제비를 띄우기 시작한다.
6) 수제비가 둥둥 떠오르면 간장으로 간을 한 다음, 가스불을 끈다.
6) 무봐라~ 하고선 배란다로 나가 태연하게 담배를 태우며 평을 기다린다.
맜있다고 난리다.
흡족한 표정을 감추며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마디 한다.
먹고 바다나 보러 가자!
그러면 그라자!고 한다.
그렇게 운치의 불꽃을 살려, 밀가루반죽내 풀풀나는 손으로 핸들을 잡았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호미곶 (2020.08.14)
때는 바야흐로 15시쯤이었다.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도구로 가 호미반도를 돌기로 했다.
비오는 바다의 운치를 찾아나섰는데...,
이런~ 남포항IC를 빠져나오니 비가 그쳤다.
역시 되는 놈만 되는 이런 개 같은 운수는 앞으로 평생을 같이 할 것 같다.
비 대신 너울에 운치가 있었다.
파제벽가에 차를 세워 창문을 열어 두고 나는 차에서 내렸다.
각자의 바다타임..., 뭐 그런~
내가 걸었던 길들을 한 여섯 번째쯤 또 지나고 있다.
발산, 대동배 해샀는 해안가 마을들의 지명이 이채롭고, 영일만 푸른 바다가 너무도 시원한 바닷길이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이제 손모가지는 찍지 않았다.
지명은 지역의 특성과 지형 등을 함축시킨 유구의 명제이자 불변의 고유명사로 남아야 한다.
아- 근데 미친놈들이...,
포항의 대보면이 호미곶면이 되고, 경주의 양북면은 문무대왕면이 되었다.
그리고 군위군이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바꾸면서 미친개지랄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잘 해봐라~ 이 미친놈들아!!
문무대왕이 면장이었냐? 삼국유사가 종이지 땅이냐? 정말 얼척이 없다.
호접지몽...,
어쩌면 어떤 생명체로 자면서, 어떤 생명체로 세상을 떠돌고 있는지? 모르겠다.
홀로 떠도는 세상이 땡겨도...,
둘 중 하나의 생명을 부여해준 엄마를 두고 이제 혼자 떠돌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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