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겨울, 을숙도에서 2 - 부산현대미술관 본문
강 건너 대동으로 가 국수 한 그릇씩을 먹기로 하고 을숙도를 나서려데,
시각은 아직 17시가 안됐고 배도 전혀 고프지가 않다.
딱 한 시간만 서성일 곳이 있었음 좋겠다는 심정으로,
을숙도를 나가는 명지방향 길목에 담쟁이넝굴이 감싼 미술관이 보였다.
겨울, 을숙도에서 2 - 부산현대미술관 (2023.11.25)
내 언제부터 고고해져 박물관을 찾았고,
내 언제부터 풍류를 알아 국악원에 갔으랴 마는,
엄마와 더는 떠돌 곳 없어 간 박물관이었고 국악원이었다.
미술관 역시도,
국수를 먹자니 배가 고파지기를 기다려야 해 들어섰다.
또 돈을 안받네...,
요즘 왠만해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 시설들이 태반이다.
그러고보니 좀 전에 탄 카트도 둘러본 문화관도...,
선진국이 돼 그런가...,
뜸하게 스치기만 한 미술관...,
이런데가 다 있었네...,
내 이럴 줄 알았다.
여를 두고 거를 간게 억울해지는 기분이었다.
겉 멋에 내면을 씌우던 시절,
카페에 놓인 피아노를 치는 나였음..., 하는 마음에,
들렁 피아노교습소에 등록을 했지만 삼일을 다니고 때려치웠다.
또 언젠가는,
그림을 그리는 나였음..., 하는 마음에,
상담과 동시에 한 달 치 수강료를 선납하고도 단 한 번을 안간 미술학원이었다.
엄마도 차분히 미술품을 관람한다.
곁으로 가 '뭘 알고 보나?'
이 말이 하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이십여 년 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십여 년 전,
부산시립미술관...,
오늘,
부산현대미술관...,
온 김에 2층까지 올랐다.
이게 미술이냐? 영화 아바타의 소품이냐?
그 심오함에 놀람만이 인다.
지킴과 훼손...,
그런 주제를 다룬듯한 사진들을 본다.
시각과 관점의 차이인지,
내가 문외 한 아집이 있어 그런가,
새들의 땅을 갈아엎고 들어선 미술관이 과연 환경을 논할 처지인가,
나만 이율배반이고 싶어지더라~
아- 근데,
그림 봄이 이리도 좋을 수 있나...,
내 언제부터가 아니라,
내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나, 싶기도 했다.
걷기가 불편해진 엄마는,
모니터 앞 간이의자에 앉아 창밖으로 내려앉는 저물녁을 보고...,
전시된 미술품보다는 전시의 품격이 더 좋아진 나는,
한 점 한 점 전시된 작품들을 끝까지 다 보고...,
인생사 세 번째 간 미술관을 나오니,
저물어지는 을숙도 하늘에 달이 나타나 있었고,
낮에는 보이지 않던 어떤 새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이제 국수를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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