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도청 옆 미술관 - 경남도립미술관 본문
투약은 피폐함을 수반하고,
그 피폐함으로부터 내 엄마를 보우하고자,
주말이면 엄마를 데리고 정처없는 떠돎의 길로 나선다.
그러기를 언 삼년,
이제 정처의 풍경도 그 정처로 가는 길의 풍경까지도 외워지니 참 갈 곳이 없다.
내일이 일요일인 토요일은 제법 먼 길에 나서지만,
내일이 월요일인 일요일은 가급적 근동에서 정처를 찾곤한다.
허나 토요일인 어제는 미리 떠오르는 잔상의 풍경들이 싫어,
근동의 낙동강하구 을숙도를 서성였다.
그러니 오늘은 좀 멀리 떠나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도무지 떠오르는 정처가 없으니,
어제의 미술관 투어를 이어나갈 수 밖에는 없었다.
도청 옆 미술관 - 경남도립미술관 (2023.11.26)
오랫만에 경상남도 도청소재지 창원으로 간다.
12시쯤 집을 나서,
13시쯤 도청 옆 '경남도립미술관'에 도착을 했다.
창원...,
이 도시의 탄생을 위해 의창군이 사라졌고,
이 도시의 성장을 위해 마산시와 진해시가 정체성을 잃었다.
어제의 부산현대미술관 관람은,
오늘의 경남도립미술관 관람에 약간의 설렘을 묻힌다.
엄마는 무료입장이었지만,
일천 원 혜택을 보고자 엄마에게 신분증을 받아오는 짓이 좀 그러해,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를 대고 우대를 사양했다.
그리고 들어 선 경남도립미술관...,
흔히들 오늘의 화두...,
그러는 그 화두가 이 화두를 뜻하는 것은 아닌지...,
첫 번째 화두는,
'무수히 안녕'이었다.
풍경을 만들어 풍경이라 우기니, 볼 수 밖에는 없는 풍경...,
어렵다.
그래서 그냥 볼 뿐 아니, 보는 척을 했다.
그저 엄마와 함께 미술관 와 있음이 좋다.
그렇게 치부를 하자면,
인류가 창안해 만들어내는 모든 유형물들은 예술이고 미술이다.
사람은 어떤 한 일에 평생을 매진하면,
분명 그 일에서는 특출난 재주를 지니게 된다.
발을 짜고 그릇을 만들었다고,
이리도 후한 대접을 해주나..., 싶기도 했다.
'무수히 안녕'과 작별을 하고...,
두 번째 화두,
'보통 사람들의 찬란한 역사'가 담긴 전시실로 이동을 했다.
볕이 몰려든 공간,
일요일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반백수처럼 쇼파를 점유한 채 늘부러져 있다.
그 꼴을 보아야 하는 미술관 사람들의 심정이 사뭇 궁금해지기도 했다.
미술관이 너거집 안방이야~
여가 어데라고, 당장 일어나~
이 말이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전시된 작품에서 조차도 늘부러진 놈이 있으니,
경남도립미술관이 마치 백수들 아지트처럼 여겨진다.
아니면,
전시물을 흉내내는 포퍼먼스 중인가...,
그림을 둘러보다가 또 잠시 앉았다가...,
엄마는 미술관이 재미가 없는 갑다.
실은 나도 재미가 없다.
바다나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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