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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춘향골의 멋 - 국립민속국악원 정기공연 '거목' 본문

문화투어 - 작품을보다

춘향골의 멋 - 국립민속국악원 정기공연 '거목'

경기병 2023. 11. 1. 11:36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고,

이제 정처도 정하지 않은 채 길로 나선다.

 

그저 떠나고 싶어 나서는 길에 정처를 두면 뭘 할 것이며,

이리도 좋은 가늘날을 헤매이는 그곳이 오늘의 정처일 뿐이다.

 

 

 

춘향골의 멋 - 국립민속국악원 정기공연 '거목' (2023.10.28)

 

 

 

 

오도재 혹은 성삼재와 정령치를 마음에 두고,

11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서 지리산을 향해 차를 몰았다.

 

 

 

 

 

 

 

지리산자락이 보일 때쯤 아차 싶었다.

 

단풍으로 물든 산은,

오로지 산 뿐인 이들을 한껏 불러들였을 것이고,

그 혼잡함 속에 바라는 가을날의 운치는 있을리 만무할 터...,

 

지리산에 들 수 있는 단성, 생초, 인월을 지나,

14시10분쯤 섬진강 동쪽 동편제의 고장 남원까지 와 버렸다.

 

 

 

 

 

 

 

 

 

뻑뻑한 전라도식 추어탕이 구미를 자극했지만,

막상 그 농도를 접하니 묽은 경상도식이 그리워지는 맛이었다.

 

먼저 식당을 나와,

지리산 단풍과 바꿀 어딘가의 테마를 찾았고,

동편제의 고장 남원에는 국립민속국악원이 있었다.

 

누리집에 들어가니,

오늘 15시에 국악연주단의 정기공연이 열린다는 팝업창이 뜬다.

 

 

 

 

 

 

 

14시49분,

요천의 춘향교를 건너 국립민속국악원에 도착했다.

 

전라도식 추어탕이 입맛에 맞지 않아 이십여 분만에 모두 식사를 끝낸 득이었다.

 

 

 

 

 

 

 

15시 정각,

남원에서 가장 남원다운 여정이 시작됐다.

 

 

 

 

거목이 된 분들

 

거목이 될 분들 - 1

 

거목이 될 분들 - 2

 

 

16시30분,

거목이 될 분들이 거목이 된 분들을 기렸던,

2023 국립민속국악원 국악연주단 정기공연이 감동으로 끝났다.

 

 

 

 

 

 

 

 

태어나 처음 눈으로 접한 산조와 민요 그리고 살풀이와 농악...,

엄마에게 무엇인가를 안기듯한 뿌듯함까지 느껴졌다.

 

예매도 없이 찾았는데,

돈 한 푼 받지 않고 내 엄마를 중앙 로얄석에 앉혀 준 배려에 너무도 감사한 공간과 시간이었다.

 

 

 

 

 

 

 

 

 

 

 

 

 

대한민국에는 네 곳의 국립국악원이 있고,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 네 곳의 국악원 모두를 다 방문하고 싶어졌다.

 

 

 

 

 

 

 

 

 

지방의 소멸을 보면서도,

지방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는 수서란 아가리는 열였다.

 

젊음은 모두가 in 서울을 꿈꾸며 떠나고,

이제 지방은 퇴물 정치인의 보금자리로 전락중이다.

 

 

비록 8만 남짓의 인구를 가진 소도시 남원에 자리했을 뿐,

그 격은 서울에 자리한 국립국악원과 동일한 국립민속국악원이,

모든 역량을 다해 준비한 정기공연에 예원당 객석의 절반은 빈자리였다.

 

단지 원별 정원의 한계일 뿐,

학력 이력 별반 다들게 없는 국내 최정상 단원들의 수준 높은 공연이,

in 서울의 폐단에 그 열과 성이 허무해지는 너무도 안타까운 예원당이었다.

 

 

 

 

 

 

 

국립민속국악원이 있고,

춘향과 몽룡의 풋사랑을 간직한 광한루원이 있는,

 

그래서 또 다시 오고 싶어지는 남원을 17시쯤 나왔다.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나들목

 

지리산에서 보는 내일이 보름인 달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나들목을 나와,

람천을 따라 인월에서 마천으로 가는 60번 국지도,

 

날이 저무니 달이 뜨고,

스치는 지리산의 가을이 참 은은하더라~

 

진주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니 2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