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독짓는 마을 - 울산옹기박물관 본문
더 이상 스스로 갈 곳을 찾지 못하니,
여행 컨텐츠에서 소개되는 곳들을 가끔은 정처로 삼곤 한다.
지난주 일요일 밤,
한국방송 '아주史적인여행'에서는 울산의 명소들이 소개됐고,
그 중 집에서 재 하나만 넘으면 갈 수 있는 옹기박물관이 '가야지!'를 유발했다.
독짓는 마을 - 울산옹기박물관 (2024.10.19)
마음은 엄마와 함께,
완도의 비연륙 섬들을 다시 한 번 차례대로 탐방을 하고 싶지만,
철부선이 출항을 하는 항,포구들로 가는 그 길의 지겨움에 몸은 아직 움직이질 않는다.
대신에 지난주 테레비에서 본,
'울산옹기박물관'을 가고자 12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옹기박물관이 위치한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양읍 고산리 외고산옹기마을로 들어서니,
딱 꼴보기 싫은 인사의 방문을 기록한 판때기가 보였다.
에이, 하며 돌아설까도 싶었지만...,
집을 나선지 30분이 지난 12시30분쯤 '울산옹기박물관'에 도착이 됐다.
그 닿음이 멀면 왔음에 의미가 있겠지만,
뚫린 터널 득에 재도 넘지 않고 왔다.
청자고 백자고 나발이고는,
누구나 연습만 하면 만들 수 있는 밥그릇과 국그릇 그리고 술병일 뿐이다.
알고보면 그렇게 특별남도 없는 청자와 백자인데,
하물며 옹기 따위...,
옹기와 냉장고 둘 중 하나를 가져라고 하면,
옹기가 아무리 숨을 쉬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장고를 택한다.
그러함에도,
십여 년 전쯤인가,
울산시는 세계옹기엑스포를 한답시고,
이 곳에 독짓는 늙은이들을 불러모아 옹기마을을 조성했다.
그러나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독짓는 마을의 안길엔 팔리지 않는 옹기들만이 숨을 쉬고 있었다.
숱한 단지들을 보니,
그 중 하나를 머리위로 집어올려 확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인다.
혹시나 옹기를 깨부수는 공간은 없나? 싶어 주변을 살폈지만,
그런 공간은 없었다.
박물관을 나가 옹기 하나를 구입해,
길가 모퉁이에서 확 집어던져 뿌셔뿌셔를 하면..., 미쳤다고 하겠지...,
각각의 분야에서 저마다의 노력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를 했다.
과연 그 공영에 옹기가,
얼마나 이바지를 했기에 이리도 호들갑스런 대접을 받는지...,
단지 단지는 단지일 뿐이다.
별거 없다.
갈 곳이 없으니 옹기박물관이라도 와야만 했고,
할 짓이 없으니 애꿎은 옹기와 옹기장들을 씹고 있다.
양철동이가 나오기 전까지 엄마도 단지로 물을 기르날랐다고 했다.
물보다 단지가 더 무거운 고난의 세월이었다.
직접 옹기를 만들 수 있는 아카데미도 있었지만,
손에 흙 묻히기 싫더라~
단지 하나 살까도 싶었지만,
무거워서 싫더라~
13시30분쯤 옹기박물관을 나와,
지난주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초량의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또 무슨 축제를 한답시고 길에서 지랄 난리들을 피우고 있었지만,
오직 그 한 그릇을 위해 숱한 인파를 해집고 웨이팅 없는 식당을 찾아 들었다.
근데 우째그래 맛이 없던지...,
남부시장에서 장을 봐 집으로 돌아오니 18시쯤이었고,
티비에선 프로배구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첫 경기가 한창이었다.
'명작투어 - 그외박물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이 만든 - 무주곤충박물관 (0) | 2024.11.23 |
---|---|
국가등록문화유산답사기 - 거창근대의료박물관 (0) | 2024.10.17 |
내가 오만원권이로소이다 -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 (0) | 2024.10.14 |
...ing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0) | 2024.09.23 |
목요일 오후의 땡땡이 - 양산시립박물관 (0) | 2024.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