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ing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본문
비는 그칠 기미가 없었지만,
떠날 사람은 떠나야 한다는 심정으로,
09시30분 북위 38˚30'37"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를 출발했다.
7번 국도와 65번 고속국도로 양양까지 남하를 한 다음,
길의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60번 고속국도를 타고 서울로 갈 것이다.
...ing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2024.9.15)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야기시키는 서울...,
서울 때문에 지방은 소멸의 걱정이 한창이고,
서울 때문에 집값은 잠잠할 날이 없고,
서울 때문에 모두가 불균형이다.
그런 서울에 간다.
서울에 미친 대한민국이 그 시설마저 서울에 지었기에...,
예보상 지금 서울에도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도착이 되면 비는 분명 그친다.
수 년 전에도 마차진에서 서울로 향한 적이 있었다.
그날은 명절 당일이었고 귀경의 정체와 맞물려 서종에서 서진을 끊었다.
추석이 모레인 오늘은 절대 귀경의 정체는 발생하지 않기를,
더하여 귀성으로 서울이 조금은 비워져 있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심정이다.
내린천휴게소에서 딱 한 번 정차를 하고,
미사대교를 건너 서울로 들어서니 하늘은 더 없이 파랗고 시간은 13시를 지나고 있었다.
멍청하게도 통과를 하지 않아도 될,
중앙지하차도를 갔다리 왔다리 각기 한 번씩을 한 다음에서야,
그 옆볼떼기에 출입구가 처붙은 세종로공영주차장에 들어 설 수 있었다.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광화문광장으로 나왔다.
기온은 33ª,
시간은 13시45분,
길 건너에는 오늘 서울로 온 이유가 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보였다.
박물관 인근 더K트윈타워 지하푸드코트에서,
예상을 초월한 뜻밖의 맛상을 받아 아주 흡족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14시30분,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들어섰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그 산하의 박물관들 도합 열넷 곳 전부를 방문한 엄마와 나는,
이제 서울과 수도권에 산재한 다섯 곳의 박물관들을 방문할 계획이고,
오늘 그 첫 번째 대상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택했다.
관람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박물관 관람은 무조건 평일이 최적기임을 실감한다.
얼마전에는 상주의 '화령장전투전승기념관'에서,
또 얼마전에는 부산시민공원 '역사관'에서 한국전쟁의 기록들과 마주했다.
근데 오늘은 서울에서 또...,
이라다가 한국전쟁 박사 되겠다.
저 대연동아이가?
맞다!
엄마와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특별전시 <그대는 아직도 여기에> 주제관을 나왔다.
대한민국을 위해 대한민국에서 잠든 젊은 그대들을 기리며...,
다음 특별전시는 <석탄시대>였다.
몇 년 전에는 영월의 탄광문화촌에서,
또 얼마전에는 문경의 석탄박물관에서 마주한 주제였다.
근데 오늘은 서울에서 또...,
이라다가 석탄 박사 되겠다.
포털의 검색창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입력하니 '석탄시대'가 따라 붙었다.
구성과 나열은 나무랄 데 없는 전시이지만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보름 전 문경석탄박물관에서 마주한 사연들과의 중복이었고,
무엇보다 서울에서 마주한 막장에는 애잔함이 없었다.
이후에 태어난 아이가,
이전의 시대에 대하여 구지 알아야 할 이유는 없다.
절대 석탄의 시대는 도래하지 않는다.
묻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아이를 상대로,
그렇고 그런 사연들을 나불대는 어른의 심정은 교육이 아니라 잘난체다.
곧 태백과 보령을 가야겠구나..., 하면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정성을 다한 '석탄시대' 주제관을 나왔다.
대한민국의 역사에는 엄마가 있다.
엄마의 역사는 대한민국이다.
정리된 엄마의 역사를 보고자 오늘 서울로 왔다.
누구는 1919년을,
또 누구는 1948년을,
당췌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늘 정치만은 삼류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발 좀 국회의원들 잘 뽑기를...,
잘 뽑을 자신이 없다면 나처럼 스스로 참정권을 박탈하던지...,
역사관 초입을 지나니 1941년에 닿았고,
엄마의 생은 시작이었다.
1940년 일본 구주에서 한국인 이주노동자 부부의 3남1녀 중 세째로 태어난 엄마는,
해방이 된 1945년 대한민국으로 왔다.
닥치고 엄마의 역사를 본다.
그냥 사는 삶과,
살기 위해 사는 삶은 분명 다르다.
엄마는 내가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는 살기 위한 삶이었다.
하물며 그러할진데...,
대다않은 이유로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동정의 가치도 없다.
스치다가 잠시...,
닦지 않은 통유리창 그 창밖에는,
태정태세문단세...,들이 살았던 집구석과,
박,전,노,김,김,노,박,이,문이 살았던 집구석이 있었다.
엄마와 서울에 와 있음이 실감났을 뿐이었다.
근데 엄마는 이어지는 당신과 함께 한 역사가 다소 따분했는지,
집에는 언제 갈낀데?
이랬다.
16시가 다된 시각,
엄마와 함께 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나열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나왔다.
인파들 틈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눈으로 봤는지 코로 봤는지 모를 1시간이었다.
역시 박물관 관람은 평일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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