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안도항에서 여수항 본문
17시30분에 섬을 나가기로 하고,
지난 탐방에서는 제척을 한 안도해변을 엄마에게 보여주고자 가는 길에서,
안도항으로 다가오는 페리호와 마주치자 나는 순식간에 날 잡은 놈이 되어버렸다.
아무렇게나 차를 세우고,
급하게 대합실로 들어가니 창구에는 사람이 없다.
뭣하러 들어와소?라 묻는 아주머니들에게,
저 배가 여수로 나가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고, 표는 배에서도 끊어진다고 했다.
엄마는 두 번을 나는 세 번을 온 섬이라서,
떡본김에 제사지내듯 미련없이 섬을 나가기로 했다.
한국뱃길 - 안도항에서 여수항 (2022.1.22)
운이 있었는지,
바랬지만 바랄 수 없었던,
돌산대교 하부를 지나는 페리호를 극적으로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노랫말처럼,
바라면 이뤄지는 그 간절함은 오늘도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
16시는 안도의 서고지 출항시간이었기에,
그 다음 기항지인 안도항은 제 시간에 접안을 한 페리호였을지라도...,
오늘처럼 엄마가 입맛이 없어진 날에 안도에 다시 와야지! 하고,
16시15분쯤 금오열도를 바라던 항로를 타고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한껏 묻은 세월이 녹으로 붙은 늙은 페리호는 들릴 곳이 참 많은 여객선이었다.
남면소재지에서 자전거를 탄 여객 한 명을 태웠고,
타는 이 없는 유송항을 지나친 여천항에서는 자신이 탈 배를 착각한 여객을 태웠다가 다시 내려준 뒤,
그제서야 여수로 가는 항로의 선을 찾았다.
오늘 비교적 이동거리가 짧은 통영으로 갈까?도 싶었다.
06시50분에 배를 타, 09시에 입도를 하고, 1시간여 일주가 끝나면, 16시가 되어서야 출도가 되는 두미도만이,
차를 싣고 떠날 수 있는 통영의 섬으로 남았다.
한국뱃길에 등재를 시키지 않은,
욕지도 사량도 연화도 연대도 등이 있지만,
갈 때의 항로와 올 때의 항로가 동일한, 이미 몇 번을 탄 항로라서 통영의 뱃길을 외면하고 여수로 왔다.
여수 바다 그 뱃길을 타고 집으로 간다.
차를 오래타고 집에 와서 잠을 자면,
차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좀 어지럽다고 했다.
엄마의 세월을 붙잡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지금은 세상떠돎뿐인데,
그 반경을 좁히자니 찾아 헤메이는 뱃길들은 지도속에 더 꼭꼭 숨어 버린다.
섬의 길들을 이어나간 아리랑길에서,
화태도 일주길 말미에 오른 꽃머리산을 바다에서 마주했다.
참 좋은 시절이었다.
홀로 후련히 집을 나서 배낭 메고 돌아다닌 세월이었다.
아니다.
엄마와 세상을 떠도는 지금이 먼 훗날에는 더 좋은 시절로 기억될 것이다.
1시간40여분을 가야 여수에 닿는 뱃길에서,
엄마가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쉽사리 잠에 들지를 못한다.
앞으로는 어쩌다가 한 번씩 멀리 와야지..., 싶었다.
그 고단한 뱃길을 하루 두 차례 왕복을 하는 금오고속페리호는,
오늘 마지막 항차가 끝나는 어둑어둑해지는 여수밤바다로 들어선다.
일전에는 안좌도에서 목포로 갔고, 오늘은 안도에서 여수로 왔다.
바다에서 쓰는 논픽션리포트에 이틀의 주말이 거둴나는 요즘이지만,
그게 지금의 내 본분이다.
여수밤바다,
팔순의 엄마도 보이는 저 문구에 마음이 들떴음 좋겠다.
안도항을 출항한지 1시간40여분이 지난 17시50분,
금오고속페리호는 화려해지는 여수밤바다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 접안을 했다.
어두워지면 집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오늘은 미래2터널이고 만성리해안이고 나발이고,
가장 빠른 길을 택해 집으로 오니 20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갈 때 올 때 두 방향다 같은 길이었고 이렇다할 정체도 없었는데,
2시간40분이 주어진 갈 때의 길은 시간이 촉박해 출항지마저 바꿨는데, 올 때의 길은 2시간20분 남짓이었다.
그건 아마도, 내가 계획한 여정의 오류를 시간이 바로 잡아준 득분이었다.
한국뱃길 시리즈 12 「안도항 → 여수항」
□ 운항선사 : (주)인천해상 금오고속페리호
□ 운항거리 : 23.1마일 / 1시간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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