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축하뱃길 - 생일도가 보이는 금일도에서 케잌끄기 본문
영국의 한 언론이,
중국에서 발생한 황사로 인접국 한국과 일본이 피해를 입는다고 하니,
중국은 황사의 발원지는 몽골이고 자국 역시도 피해국이라며 강력 반발을 하고 나섰다.
황사의 발원지가 몽골이라도 그 원망의 대상은 중국이다.
그 궁핍한 변명의 팩트 체크고 나발이고 황사는 무조건 중국이다.
더러운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가 깨끗한 한반도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토요일,
그래도 그 곳으로 가고자 11시30분쯤 집을 나섰다.
축하뱃길 - 생일도가 보이는 금일도에서 케잌끄기 (2023.4.22)
한반도 연안에는 무수한 섬들이 있고,
섬을 지칭하는 지명들 또한 그 고유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다.
완도군 11읍·면을 형성시킨 섬들에서,
아직 비탐방으로 남겨둔 섬은 소안도와 생일도였다.
소안도는 순번에서 밀렸을 뿐 부러 남겨둔 섬은 아니었지만,
생일도는 그 지명에 따라 유용한 날이 오면 탐방을 하고자 남겨둔 섬이었다.
4월 29일은 엄마의 생일이다.
일주일 앞당겨 엄마의 생일을 생일도에서 축하하고자 그 곳으로 간다.
완도농협 생일지소 옥상에 설치된 케이크를 배경으로,
그 앞 주차장에서 진짜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섬을 간략하게 둘러보고 나오는 여정이다.
15시40분 항차를 입도의 시간으로 정하니 330km에 주어진 시간은 4시간이었다.
길만 밀리지 않는다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근데 시발 북창원에서 또 처밀렸다.
다음 항차인 17시30분 항차를 타기로 하고,
보성휴게소에서 널널하게 점심까지 먹고 약산도 당목항에 도착을 하니 16시25분이었다.
대합실로 가는데...,
뭔가 이상해지는 이 기분은 뭐냐...,
대합실에 붙은 철부선운항시간표를 보니,
앞이 노레지고 뇌가 하예지고 아무 생각이 안들더라~
이 시발!
15시40분에서 17시30분으로 바꾼 입도 항차는 동절기 마지막 입도 항차였고,
이 시발!
18시에서 18시30분으로 바꾼 출도 항차는 하절기 마지막 출도 항차였다.
18시 항차로 입도를 해 18시30분 항차로 출도가 가능하냐고,
모든 사항을 상식적으로만 생각하는 발매원에게 그 여부를 물으니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 케이크...,
아- 우짜지...,
닭은 21시30분까지도 항차가 있는 금일도였다.
하지만, 금일도는 지난번 엄마와 함께 거금도 우두항에서 동송항으로 입도를 한 섬이다.
금일도...,
저라도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그날 금일도는 동송항에서 일정항까지 횡단만을 했다.
금일도와 해상교량의로 연도가 소랑도를 가지 않았음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 금일도나 한 번 더 가자!
금일도에서 생일도를 보며 촛불을 끄면 된다.
내 폰에도 그날 찍어놓은 철부선운항시간표가 있었다.
사안의 중요성을 망각한 결과였다.
그래서 결국은,
생일도는 못가고 간 금일도를 또 간다.
29일이 당일인데,
22일을 당일로 삼으려하니 순리가 제동을 걸었다.
어쩌면 일주일이 지난 29일에도 이 곳에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엄마 역시도...,
그래도 좋았다.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바다를 서성이는 이 시절속에 있음이...,
완농페리3호의 출항 3분 전,
당목항에서는 또 다른 페리호가 4대의 급수 탱크로리를 싣고 항을 떠났다.
완농페리3호의 입항 1분 전,
일정항에서는 앞서 간 용진훼리5호에서 급수차들이 막 하선을 하고 있었다.
섬에 가뭄이 심각한 모양이었다.
엄마가 측은한 눈빛으로 급수차들의 동선을 유심히 살핀다.
엄마는 지난 금일도 탐방에서도,
완도농협 하나로마트 금일지점에서 딱 한 번 차에서 내려 금일도를 밟았다.
오늘 역시도...,
엄마가 화장실을 사용하였기에 나는 또 뭔가 소비를 해줘야 했다.
완도산 막걸리 한 병과 초방 한 병을 샀다.
차에 케이크가 실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일도가 보이는 금일도 서남부해안을 뒤지고 다녔지만 적당한 장소가 없어,
결국은 생일도를 등 뒤에 둔 명사십리해변에 차를 세웠다.
생일도 서성항 완도농협 생일지소앞에서 짠~하고 꺼낼려든 케이크를,
금일도 명사십리해변에서 불쑥 꺼내 불을 붙혔다.
반나절 이상을 차에서 시달린 케이크는 크림이 내려앉아 떡이 돼 있었다.
어차피 오늘은 당일의 리허설이고,
엄마만 오래오래 산다면 케이크가 떡이 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여든의 촛불을 문섬과 범섬이 보이는 제주도 법환포구에서 불은 엄마는,
여든둘의 촛불은 소랑도가 보이는 금일도 명사십리해변에서 불었다.
아를 낳아야 한다면 내 같은 놈을 낳아야 한다.
동서고금에 나 같은 자 더는 없다.
이제 금일도와 연도가 된 소랑도를 들러보고,
18시30분 항차로 두 번 다시는 안 올 금일도를 나가기로 했다.
18시20분,
평일도라고도 불리우는 금일도 서단 일정항으로 돌아왔다.
오늘 금일도로 옴은,
생일도를 가지 못한 대안도 아니었고,
그날 들리지 못한 소랑도를 가기 위함도 아니었다.
당목항에서 신분증을 달라고 하니,
엄마의 표정엔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즐거움이 있었고,
난 그 즐거움을 지켜주고자 금일도행 철부선에 엄마가 탄 차를 실었다.
섬이 있어 뱃길이 있고,
뱃길이 있어 삶이 아름다운 파노라마로 비춰지는 시절이다.
문득 한산도 뱃길이 그리워졌다.
내일은 어구에서 소고포로 들어 제승당에서 통영으로 나올까...,
근데 내일도 배를 타자고 하면...,
분명 미쳤다고 할텐데...,
요즘 내 인생사 최고의 가치는,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바다에 있음이고,
요즘 내 인생사 당장의 목표는,
엄마가 탄 차를 제주도로 가는 페리에 실음이다.
여수와 삼천포를 뭍의 입,출항 항으로 두고 그 여정을 짜니 배값만 백만 원이 넘었다.
돈이야 처벌고 있으니 그렇다지만,
문제는 항으로의 이동과 긴 항해시간이었다.
하늘길과 렌트카가 있는데,
구지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란 의문도 들고...,
강진읍에 들러 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오니 20시40분쯤이었다.
집으로 돌아 갈 밤의 길은 아득했지만,
귀로는 언제나 예상된 도착시간을 훨씬 앞당긴다.
집으로 오니 23시1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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