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봄이 오는 바다 - 삼덕항에서 욕지도로 간 뱃길 본문
한 해 한 해가 바람처럼 지나가더니,
어느새 오십줄도 그 반을 넘어서게 한 2024년이 됐고,
그 2024년도 1월이 사라지고 2월 마저도 하월로 치닫으니,
어느날 출근길 차창으로 아기처럼 피어난 하얀 梅가 스치더라...,
봄은 또 이렇게 왔다가,
봄이로구나! 하면 이미 떠나고 없음이 세월일테지...,
봄이 오는 바다 - 삼덕항에서 욕지도로 간 뱃길 (2024.2.17)
봄 왔음에 봄바다로 아니 나갈 수가 없어,
10시30분 엄마와 함께 욕지도를 가고자 집을 나섰다.
봄을 맞이하고자 남녘바다로 향한지 두 시간여가 지난,
12시30분쯤 미륵도 북서해안에 자리한 삼덕항에 도착이 됐다.
한국뱃길이고 나발이고,
오늘은 오롯히 욕지도 가는 뱃길에서 이른 봄이나 누릴란다.
남녘바다는 이미 봄이었다.
시림이 사라진 물빛,
차가움 없이 불어오는 바람,
봄! 좋네...,
만물이 소생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소생한 기분이다.
이리도 좋은 봄날에,
봄이 온 바다로 나왔음에 이 기분 너무도 화사하다.
엄마는 봄바다를 항해하는 철부선의 따뜻한 선실에 누워 스르륵 잠이 들었고,
나는 그 옆에 퍼질러 앉아 봄바다를 보며 캔맥주를 홀짝였다.
오랫만에 찾아가는 욕지도다.
섬에서 점심 한 그릇 사먹고,
섬에서 두 시간여를 서성이다가 뭍으로 나올 것이다.
신이 만든 최고의 정처는 바다이고,
인간이 만든 최고의 길은 그 정처를 떠도는 뱃길이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그저 서성이기만 해도 좋은...,
그게 바다고 그게 뱃길이다.
삼덕항부터 따라 온 갈매기들이 돌아가니,
욕지영동골드고속호는 욕지도 동부연안 동항만(가칭)으로 들어섰다.
욕지도에 다시 오기까지는 아마도 일년의 세월이 더 흐른 것 같다.
한산도와 사량도보다 멀리에 있는 섬,
그래서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섬을 오갈 때면 배삵으로 십만원이 날라가는 섬,
거기에 밥값에 길값에 기름값에...,
한 번 처갔다오면 근 이십만원이 날라간다.
장사가 안되는지,
제법 아니 많이 친절해진 식당에서,
비린내 풀풀나는 고등어 썩인 회덮밥을 먹고...,
오랫만에 온 욕지도 일주에 나섰다.
숱한 섬들을 다녔지만,
바다와 섬이 어우러진 풍경은 누가 뭐래도 욕지도가 갑이다.
욕지항에서 일주도로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동탄반도(가칭) 동단으로 갔지만 아직도 끊어진 일주도로는 그대로였다.
채 500m 남짓한 구간을 대상으로 아주 떡을 치고 있었다.
왕복 두 시간의 뱃길로,
두 시간 반을 머물고자 온 섬이었는데,
그 두 시간 반에서 한 시간이나 남은 시각 다시 항으로 돌아왔다.
한국뱃길 등재를 위해,
16시20분에 중화항으로 가는 '욕지카훼리호' 혹은,
16시40분에 통영항여객선터미널로 가는 '가자바다로호'를 염두에 뒀지만,
욕지카훼리호는 연화도를 기항하고,
가자바다로호는 미륵도를 우회하기에 둘다 먼저 떠나보냈다.
그리고 5분 뒤,
엄마가 탄 차를 실을 철부선 '욕지영동골드고속호'가 나타났다.
갑자기 나타난 세 척의 여객선들이,
섬을 활기차게 한 이들 모두?를 데리고 떠나면,
남겨진 섬은 그 황망함에 너무도 서글퍼질테지만...,
너무 서글퍼마라,
너는 충분히 그리운 존재임에 곧 다시 올테니까...,
16시45분,
욕지영동골드고속호는 노을지는 바다로 나왔다.
정처없이 떠도는 날에,
무엇이 걱정이고 무엇을 바라겠노...,
걱정되고 바라는 것 있다면 이리는 못산다~
그저 엄마가 만수무강하길...,
그게 바램이고 바램일 뿐이다.
바다와 섬 그리고 뱃길이 있어 내 바램은 이뤄진다.
17시50분,
욕지영동골드고속호는 석양빛 한껏 내려앉은 삼덕항에 접안을 했다.
통영중앙시장에 들러 횟감과 충무김밥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니 20시쯤이었다.
김밥은 충무가 제일이고,
숭어와 쥐치는 통영이 제일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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