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4 봄 제주도 여행기 본문
머물다 떠나면 금새 그리워지는 그 곳이 늘 그리웠다.
이유도 없이...,
머물지 않는 바람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그 곳을 스친다.
이유도 없이...,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4 봄 제주도 여행기 (2024.5.4~5)
16시쯤 국립제주박물관을 나왔다.
서귀포로 간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가는 길,
동부고 서부고 나발이고 조금이라도 일찍 닿고자 한라산을 넘는 1131번 지방도를 탔다.
비도 비지만,
운무에 굴곡에 아주 디지는 줄 알았다.
17시쯤 제주도에 오면 늘 베이스캠프가 되는 법환포구에 도착을 했고,
여정에 지친 엄마는 숙소에 들고 나는 곧장...,
제주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행동은...,
법환포구 범섬이 보이는 펜션에 엄마를 두고,
근동의 이마트 서귀포점으로 가 저녁 때꺼리를 사오는 짓이다.
당장 그렇게 했다.
제주도에서 내가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행동은...,
저녁을 먹은 엄마가 쏟아지는 졸음에 모로 돌아누우면,
알딸딸해져오는 반술의 상태로 법환포구 밤마실을 나가는 짓이다다.
이번 역시도...,
세상의 모든 도시들에서 서귀포가 제일 좋다.
세상의 모든 포구들에서 법환포구가 제일 좋다.
법환포구 귀퉁이 현무암으로 만든 벤치에 뻗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밤바다만을 보며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살아지니 사는 삶에서,
꿈이고 현실이고 나발이고는 이제 아무런 의미도 소용도 없다.
떠나고 싶어지면 떠나고,
서성이고 싶어지면 서성이는..., 그게 삶이다.
1시간여 법환포구 밤마실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오니,
새벽 3시에 일어나 네시간 차 타고 여섯시간 배 타고 제주도로 온 엄마는 떡실신 중이었다.
일어난 아침,
서귀포 바다는 비와 바람에 난리를 치고 있었다.
빗소리 바람소리 파도소리에 어찌나 잘들 자는지,
깨웠다가는 창밖의 비바람보다 더한 난리를 칠게 뻔해 참고 또 참았다.
엊저녁 마시다남은 술을 홀짝이며,
비 내리는 법환포구 그 몽롱함을 더욱 몽롱스럽게 바라보았다.
비 내리는 날이 이리도 좋아지는 적이 있었던가...,
200mm 그 이상도 내릴 수 있다는 비는 점점 굵어지고...,
비행기가 뜨니 안뜨니 해샀는 바람은 더 강해지고...,
비와 바람이 오늘 떠나야 할 나를 잡아,
하루 더 법환포구에 머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마저 든다.
허나 나는 안다.
아쉬워질 때 떠나야 그리워지고 그래야 다시 오게 됨을...,
삼일의 연휴에서 이틀을 할당하고 온 제주도,
이틀이면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을거라 생각을 했건만 비가 내리니 떠나기가 싫어진다.
오늘 떠나는 시간은 19시30분,
선사에서 결항을 알리는 톡이 오기를 내심 기다렸건만 카톡 소리는 울리지 않는다.
첫 날은 국립제주박물관 방문이었고,
둘째 날은 마라도 입도와 산방산 온천욕 그리고 세화오일장 장보기였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남부해안도로를 따라 산이수동항으로 왔지만,
마라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꼴도 보이지 않고,
그래서 곧장 산방산탄산온천으로 갔지만,
비가 오니 돌아다닐 곳이 마땅찮은 사람들로 온천은 문전성시였다.
이래 비가 오는데 장이 설리도 없고,
안덕에서 점심을 먹고 곧장 제주시로 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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