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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4 여름 제주도 여행기 본문

일박이일 - 짐싸여행기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4 여름 제주도 여행기

경기병 2024. 8. 22. 16:27

여름이고 휴가다.

허나 늙어가면서 맞이하는 여름은 덥기만 하고 휴가는 골칫거리다.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면 갈 곳은 아무리 박을 쥐어짜도 제주도 뿐이고,

그 제주도 마저 걷기가 힘겨운 여든넷 엄마와 함께 가자니 조금은 성가신 곳이 된다.

 

엄마와 제주도에 갈려면 힐체어를 차에 싣고 그 차를 배에 실어면 된다.

근데 이제 더는 육지와 제주도를 잇는 그 뱃길들에 놓이기는 싫다.

운임도 운임이지만 그 소요되는 시간을 견딜 인내가 없다.

 

항공사들의 홈페이지에는,

수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고객은 수화물이고 나발이고 곧장 탑승구로 오라고 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4 여름 제주도 여행기 (2024.8.6~8)

성산일출봉

 

 

대학병원 3과에서 이제 종합병원 1과까지 더해진 엄마와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그 제주도에는,

제주대학교병원 있기에...,

 

 

 

 

 

 

 

김해공항 푸드코트 - 개.맛.도.ㅜㅜ

 

 

 

 

 

출발 사십여분 전 티켓에 명시된 탑승구로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가니,

해당 항공사 수속담당 직원이 멘붕에 가까운 표정을 지었지만...,

 

김해에서는 항공기 출입문 앞에서 휠체어에서 일어섰고,

제주에서는 항공기 출입문 앞에서 휠체어에 앉았다.

 

교통약자를 위한 항공사의 대처가 너무도 고마웠다.

 

 

 

 

 

 

 

 

 

 

 

 

 

떠남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엄마이지만,

또 현지에서 어떻게 될까, 싶어 이번 제주행에는 처음부터 가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허나 이성은 떠나고 픈 마음을 절대 이기지 못했다.

 

 

 

 

 

 

 

 

 

 

15시30분 제주공항을 빠져나와,

15시55분 내 차와 같은 차종의 렌트카를 인수해 모슬포로 향했고,

16시40분 이번 제주여행의 유일한 계획이었던 대정오일시장에 도착해 장을 보고,

제주도에 오면 무조건적 숙박지가 되는 법환포구에 이르니 18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채 3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여기가 그리워졌음도 아니다.

 

엄마가 회복을 하면,

엄마를 데리고 법환포구에나 한 번 가야지! 하였기에 왔을 뿐이다.

 

 

 

 

법환포구에서 바라본 범섬

 

 

법환포구에서 바라본 섶섬과 문섬

 

 

여정에 지친 엄마는 곧장 숙소에 들어 누웠고,

나는 대정오일장에서 구하지 못한 때꺼리들을 사고자 곧장 이마트 서귀포점으로 갔다.

 

 

 

 

제주월드컵경기장

 

 

이마트 서귀포점

 

 

제주도에 오는 짓도...,

제주도에 와 하는 짓도...,

 

알고보면 이유도 없고 다 그냥이다.

그저 그런 행동들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일차 저녁

 

 

저녁을 먹은 엄마가 티비 앞에 앉으면,

반술이 된 나는 법환포구로 밤마실을 나간다.

 

 

 

 

 

 

 

제주올레 7코스 - 강정방향

 

 

제주올레 7코스 - 외돌개방향

 

 

 

 

 

 

 

 

석 달이 흘렀지만,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들을 하자니 재미가 없다.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선물가게에서 제주티셔츠 두 장을 사 숙소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떡실신 중이신 엄마

 

 

엄마가 회복되었음을 확인하고자 온 제주도다.

 

돌아다닐 곳도 정하지 않았고,

날이 더워 정했다고 한들 갈 수나 있을까, 싶었다.

 

 

 

 

 

 

 

주방의 창으로 맞이한 한라산

 

 

 

 

 

제주도는 말린 생선이 참 맜있다.

 

어제 대정오일장에서 싼 조기를 아침에도 구워,

엄마는 밥 한 공기를 나는 소주 반 병을 무난하게 비웠다.

 

 

 

 

 

 

 

 

 

 

작렬하는 태양을 보니,
제주도고 나발이고 밖에 나가기가 싫다.

 

 

 

 

 

 

 

 

 

 

 

 

 

니미럴 담배는...,

 

 

아침을 먹고 일동 한 숨 더 퍼질러 자고...,

 

그래도 제주도에 왔는데 아니 돌아다닐 수가 없어 12시쯤 숙소를 나와,

서귀포에 잠시 살았다는 화가의 거주지로 갔다.

 

땀은 흐르고 모기는 달라 붙고,

거주지고 미술관이고 나발이고 곧장 떠남이 상책이었다.

 

 

 

 

작렬하는 태양

 

 

지난 제주여행에서 먹은 갈치조림으로 점심을 먹고자 안덕으로 갔지만,

내 인생은 배루고 가면 늘 금일은 휴업이다.

 

 

 

 

 

 

 

 

 

 

산방산에서 온천이고 나발이고,

마라도에서 짜장면이고 나발이고,

 

날이 더워 다 포기를 하고 다시 서귀포로 돌아왔다.

 

 

 

 

 

 

 

 

 

 

이마트 서귀포점에서 엄마의 운동화 한 컬레를 사고,

숙소로 돌아오니 16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각자 알아서...,

 

 

 

 

법환포구 산책

 

 

이 풍경이 좋아 늘 법환으로 온다.

 

 

홀로 빌리아드

 

 

이제 제주도에 와도 딱히 갈 곳도 서성일 곳도 없다.

더하여 늙으니 핫플은 관심도 없어진다.

 

 

 

 

2일차 - 저녁

 

 

혹자들은 제주도에 맛집이 많다고들 하지만,

내 경험상 갈치와 돼지를 조리하는 식당들 몇 곳을 제외하면 맛집은 극히 일부다.

 

설령 맛집을 찾았다고 한들,

술을 마시고 엄마를 데리고 대리를 불러 숙소로 돌아오는 짓은 않고 싶다.

 

 

 

 

법환포구 해녀상

 

 

2일차 역시도,

저녁을 먹고 숙소를 나와 포구로 밤마실을 나갔다.

 

저 모퉁이를 돌면 그 풍경이 있을테고...,

이제 외워지기까지 한 법환포구의 풍경들...,

 

그래서 한동안은 안올란다, 하고 돌아섰다.

 

 

 

 

3일차 아침 - 1

 

 

3일차 아침 - 2

 

 

제주도까지 따라와 엄마를 수호한 최강경찰 볼트

 

 

드디어 일 없이 온 제주도를 떠나는 날 아침,

아침부터 기온은 인정이고 사정이고 나발이고는 상관없이 임계점이다.

 

11시쯤 숙소를 나가면,

공항에 도착하는 16시까지는 땡볕을 이고 돌아다녀야 한다.

 

한 여름 제주도는 비추다! 비추!!

 

 

 

 

제주민속촌 - 1

 

 

제주민속촌 - 2

 

 

제주민속폰촌- 3

 

 

제주도로 신고 온 신발에 발등이 아프다는 엄마의 말에 남원에서 뿌리는 파스 한 통을 사고,

오랫만에 우도나 가야지, 하고 성산포로 잘 가다가...,

 

우도를 가면 아무래도 탑승시간이 빠듯해질 것 같아서,

표선에 위치한 제주민속촌을 대안으로 택했다.

 

근데 입장료는 더럽게 처비싸고, 구경거리는 더럽게 처없고, 날은 더럽게 처덥고...,

 

 

 

 

 

 

 

 

 

 

 

 

 

 

 

 

돈만 처날린 잠심을 먹고나니 14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어디 한군데 들렀다가 공항으로 가면 되겠네, 싶었다.

근데 이 더븐데 어디로 가노...,

 

 

 

 

내가 걸었던 올레

 

 

아리랑길로 일주를 한 우도

 

 

월정리해변

 

 

휠체어 탑승이라 최소 한 시간은 일찍 공항에 도착을 하고자 했지만,

길을 모르니 멍청한 네이비의 안내에 따를 수 밖에는 없었고,

휴가철 제주시내도로는 어찌나 밀리든지...,

 

렌트카 차고지를 거쳐 공항으로 가니 탑승 40분 전이었다.

면세점이고 나발이고...,

 

 

18시20분 김해공항에 도착을 했다.

나는 여든넷 엄마를 데리고 또 한 번의 제주여행을 끝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사들을 만났다.

만나는 의사들 마다 엄마의 나이와 증상에 고개를 저었고 되레 나를 위로했다.

 

그랬는데,

엄마는 보란듯이 2박3일의 제주여행을 무난히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