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고을탐방 - 한국유랑길 (29)
회상이 될 길의 기록

일어나니 아홉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날은 무더워지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갈 곳은 축소가 되었지만, 그래도 어디론가 떠나야 했기에 11시30분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한반도의 극치 - 고흥반도 (2023.8.15) 고성반도 달아항 학림도와, 고흥반도 신양선착장 연홍도를 두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은 섬진강을 건너 순천을 지나 고흥반도로 들어섰다. 단지 통계에 따라 지역의 소멸을 거론할 때, 빠짐없이 오르내리는 곳이 전라남도 고흥군이다. 허나 이는 통계의 허구일 뿐, 녹동항 그 정열의 선창가를 거닌다면 소멸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였음을 알것이다. 고흥반도에 들면, 으레 삼겹살을 구워 조금은 거나한 점심부터 먹는다. 이유없이 고흥을 찾게 또 다른 이유로도 충분하다. 선착장이 그 곳에 있다는 이유..

소매물도를 탐방하고 온 날 저녁, 장목항에서 구입한 회로 뒷풀이를 하며 내일은 '어디로 갈래?'라 물으니, 한동안 뇌를 쥐어 짠 엄마는 '지리산에 민물매운탕을 먹으로 가자'고 했다. 어디를 말하는 걸까..., 한동안 뇌를 쥐어 짜 엄마가 말한 지리산 그곳을 유추하니, 소막골에서 대원사 일주문을 지나고도 한참을 더 올라야하는 조개골 새재마을이었다. 그저 서성인 하루 - 산청 동의보감촌 & 진주 승산부자마을 (2023.7.2) 12시쯤 집을 나서,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새재마을을 찾아가는 길, 문제는 막상 새재까지 올랐는데, 지난 방문 때처럼 피래미가 없어 고동국을 먹는 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음이다. 단성나들목이 가까워질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고, 결국은 단성을 지나쳐 생초에서 통영대전고속도로를..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육신을 뻐근하고..., 온천욕이 땡기는 아침이었다. 일정 깊이로 천공을 해 나온 지하수가, 느슨한 규정이 정한 성분 하나를 충족시키면 그게 온천이다. 그 허울들에 가려진 숱한 온천들에서, 온천같은 온천찾기가 예삿 일이 아니다. 가야산자락 펀치볼지형에 제법 오랜된 온천 한 곳 있음을 기억해 냈고, 노천탕에 뻗어 떨어지는 비를 맞고자, 10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이유없이 간 전주에서 - 전동성당 & 전주 남부시장 (2023.5.29) 장장 800여 km의 여정이었지만 어제는 어제일 뿐이다. 어제가 그러했기에 오늘은 그러지않아야 함은 절대 떠돎의 이치가 아니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다. 윈도우브러쉬 3단을 내리 사용하며, 170km를 달려와 88고속도로 거창휴게소에..

02시에 기절을 했다가, 09시에 언 놈이 차를 빼달라고 해 부시시 밖으로 나와, 그 길로 기름을 넣고 현금을 빼고 습관적으로 마트를 들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봄날 떠나는 하늘이 맑다. 그래서 또 머물순 없어 엄마를 독려해 12시쯤 집을 나섰다. 주모!라 외치고 싶었지만 - 삼강주막 & 회룡포 뿅뿅다리 (2023.5.21) 어제는 동서를 잇는 짝수의 남해고속도로를 주구장창 달렸기에, 오늘은 남북을 잇는 홀수의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북상을 하다가..., 문득 그 곳이 생각났다. 아직도 굳건한 꼰대들의 버리지 못한 아집이 시대의 흐름을 막는 곳, 경상북도 북부내륙으로 파고들면,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을 젖줄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터에 닿는다. 14시30분, 다대포까지..

다락방은 삼도수군통제영의 통영이고, 골방은 전라좌수영의 여수다. 다락방은 주구장창 오르내렸지만, 골방은 한동안 문도 열지 않았다. 골방에 가면, 감청빛 바다가 있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한 갈치조림을 먹을 수 있다. 골방에는 더 이상 뒤질게 없다 - 여수 (2023.2.25) 당일 왕복 500km 이상을 오가야하는 여정은 이제 늙어서 더는 감당하기가 버겁다. 왕복 500km 그 뒤안길에는 아직도 엄마가 탄 차를 실어야 하는 뱃길들이 남았지만, 팔순을 넘긴 엄마도 그 긴 여정이 힘에 붙힐테고, 운전을 하는 나 역시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육짓길 반경 250km 이내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엄마가 탄 차를 실을 수 있는 뱃길들을 찾으니 통영의 두미도와 여수의 몇몇 섬들 뿐이었다. 하지만, 식전 댓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