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고을탐방 - 한국유랑길 (27)
회상이 될 길의 기록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육신을 뻐근하고..., 온천욕이 땡기는 아침이었다. 일정 깊이로 천공을 해 나온 지하수가, 느슨한 규정이 정한 성분 하나를 충족시키면 그게 온천이다. 그 허울들에 가려진 숱한 온천들에서, 온천같은 온천찾기가 예삿 일이 아니다. 가야산자락 펀치볼지형에 제법 오랜된 온천 한 곳 있음을 기억해 냈고, 노천탕에 뻗어 떨어지는 비를 맞고자, 10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이유없이 간 전주에서 - 전동성당 & 전주 남부시장 (2023.5.29) 장장 800여 km의 여정이었지만 어제는 어제일 뿐이다. 어제가 그러했기에 오늘은 그러지않아야 함은 절대 떠돎의 이치가 아니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다. 윈도우브러쉬 3단을 내리 사용하며, 170km를 달려와 88고속도로 거창휴게소에..
02시에 기절을 했다가, 09시에 언 놈이 차를 빼달라고 해 부시시 밖으로 나와, 그 길로 기름을 넣고 현금을 빼고 습관적으로 마트를 들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봄날 떠나는 하늘이 맑다. 그래서 또 머물순 없어 엄마를 독려해 12시쯤 집을 나섰다. 주모!라 외치고 싶었지만 - 삼강주막 & 회룡포 뿅뿅다리 (2023.5.21) 어제는 동서를 잇는 짝수의 남해고속도로를 주구장창 달렸기에, 오늘은 남북을 잇는 홀수의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북상을 하다가..., 문득 그 곳이 생각났다. 아직도 굳건한 꼰대들의 버리지 못한 아집이 시대의 흐름을 막는 곳, 경상북도 북부내륙으로 파고들면, 굽이굽이 흐르는 낙동강을 젖줄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의 터에 닿는다. 14시30분, 다대포까지..
다락방은 삼도수군통제영의 통영이고, 골방은 전라좌수영의 여수다. 다락방은 주구장창 오르내렸지만, 골방은 한동안 문도 열지 않았다. 골방에 가면, 감청빛 바다가 있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한 갈치조림을 먹을 수 있다. 골방에는 더 이상 뒤질게 없다 - 여수 (2023.2.25) 당일 왕복 500km 이상을 오가야하는 여정은 이제 늙어서 더는 감당하기가 버겁다. 왕복 500km 그 뒤안길에는 아직도 엄마가 탄 차를 실어야 하는 뱃길들이 남았지만, 팔순을 넘긴 엄마도 그 긴 여정이 힘에 붙힐테고, 운전을 하는 나 역시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육짓길 반경 250km 이내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엄마가 탄 차를 실을 수 있는 뱃길들을 찾으니 통영의 두미도와 여수의 몇몇 섬들 뿐이었다. 하지만, 식전 댓바람..
때는 바야흐로 2023년이 되었건만, 어제의 여정이 다소 피곤했는지 일어나니 12시였다. 맨날 처뜨는 핸데, 그 해 때문에 한 살 더 처잡쑤는데, 뭐이 좋다고 그 해를 처보러..., 그래야 할 이유는 추호도 없다. 흐르는 세월 때문에 늙어지지만, 늙지 않으려면 무조건 집구석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특히 엄마는..., 고래는 떠났다 - 장생포고래문화마을 (2023.1.1) 새해 첫 날, 바다에 떠 있고 싶었지만..., 오늘따라 멀리가기가 싫다. 13시쯤 집을 나왔다. 장생포로 가 고래문화마을을 구경하고, 광안리해변으로 가 토끼 조형물을 보고 올 것이다. 멍청한 고래, 잔인한 인간, 그 진실을 고래문화마을은 알리고 있었다. 울산시청부근에서 점심을 먹고 냅다 광안리해변으로 갔지만, 얼핏 보이는 토끼 조..
언제부터인가 늙어짐을 익어짐이라고 들 했다. 익어간다는 것은 다됐음을 암시하고, 익어버리면 끝임을 망각한 그 철 없는 은유에 터진 홍시의 처참한 형상만이 떠올랐다. 일어난 일요일 오전,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었고, 엄마는 이불을 덮고 새록새록 잠이 들어 있었다. 방바닥이 뜨거워 그런지, 요를 깔고 자고 있는 엄마를 보니 한참 익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안 돼! 엄마를 깨워 당장에 집구석을 박차고 나섰다. 겨울산 - 황매산군립공원 (2022.12.11) 12시30분쯤, 더 이상 늙으면 안되는 엄마를 데리고 세월이 보란듯이 집을 나섰지만 막상 갈 곳이 없다. 오늘은 또 어디를 서성이다 해가 지기를 기다리노..., 인생사 일요일 오후의 주제는 언제나 하늘보다 더 공활한 넓이에서 찾아야 한다. 오늘 역시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