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고을탐방 - 한국유랑길 (29)
회상이 될 길의 기록

시월 두 번째 연휴의 첫 날, 금일도 혹은 생일도를 가고자 11시쯤 집을 나섰지만,100km/hr을 유지해야 할 속도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겨우 닿은 진주서부터 또 정체다. 아무리 그 맛이 진미라도 줄을 서야 한다면 그 맛은 후일로 미루는게 맞다.아무리 그 곳이 가고 싶어도 줄을 서면서까지 갈 이유는 없다. 덜덜 떨면서도 겻불을 쬐지 않는 그런 멍청한 아집은 없지만,난 기다리고 밀리고 하는 그런 정체된 순간속에 있는 게 살면서 제일 싫다. 일 없이 가는 길, 일 있어 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주고 곧장 진주로 들어섰다. 황진 장군이 없다 - 진주성 (2022.10.8) 뒤벼리를 지나는데, 남강에 난리가 나있었다.그러고보니 시월이었고, 시월엔 서울시에서도 탐을 낸 남강유등축제가 열리는 달이다. 하늘..

왜 그 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가뿐 숨을 헉헉대며 그 산의 꼭대기에 세 번을 올랐고, 지겨워 디지는 맛으로 그 산의 능선을 두 번이나 걸었지만, 어머니와의 동질성은 없었다. 지리산은 전남·북과 경남의 5개 시·군에 걸쳐진 산이다. 나는 구례 하동 산청의 산맥을 남부권역으로, 함양과 남원의 산맥을 북부권역으로 나눈다. 내가 나눈 두 권역에서, 나는 북부권역에 더 애착이 가고, 그 북부권역에서도 람천과 만수천이 흐르는 그 골짜기들이 가끔식 그리워지기도 한다. 가을이 왔고, 그 골짜기에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을 엄마에게 보여주고자 11시쯤 집을 나섰다. 지리산 냇물 - 람천 & 섬진강 (2021.10.23) 생초나들목을 빠져나와 엄천강을 거슬러 마천으로 가는 길, 산골엔 가을걷이가 한창이었고..

일어나니, 가을이 왔는지? 겨울이 왔는지 모르겠더라~ 근데, 하늘은 정말 맑더라~ 안기나갈수가 없더라~ 해바라기꽃을 아시나요 - 진안고원 (2021.10.17) 들깨가루도 좀 사고, 검정쌀도 쫌 사고..., 2일과 7일에 서는 장쯤이야~ 하면서, 11시쯤 집을 나섰다. 이렇게 맑은 날, 하늘 가까이 있는 곳을 찾다보니, 전라북도 진안군까지 갔다. 일단은 장부터 보고자 '진안고원시장으로 갔다. 장터만 있었다. 문을 연 가게는 그릇가게와 잡화점 단 두 곳뿐이었다. 마이산입구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고, 모래재를 넘어 전주로 갈라다가..., 마음이 변질되어 장수읍으로 향했다. 무주, 진안, 장수를 묶어 '무진장이라고들 한다. 눈이 많이 내려 무진장이 아니라, 투표용지가 쏟아져나와 무진장이라 했다고도 했다. 25k..

시월 첫 번째 삼일연휴의 세째 날, 어제 600여km 보성만 행차에 다소 진이 빠졌다. 멀기도 했지만, 길도 더럽게 밀렸다. 갈라면 가까운데로 좀 가자! 엄마의 엄명에 따라 지도를 긁적이다가, 근동에 있어 등안시한 박(朴)씨들의 본토를 찾아 길을 나섰다. 아라리가 났네 - 위양지 & 밀양아리랑시장 (2021.10.4) 밀양은 6.25동란 전, 대전에 버금가는 인구를 가진 고장이었다. 허나 산업화에 뒤쳐진 결과 현재는 시(市)의 인구기준인 10만명 유지도 급급한 소도시로 전락했다. 울산에서 함양을 거쳐 군산으로 이어지는 14번 고속국도가 조속히 완공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부산에서 군산을 가자면 둘러가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빨리 14번 고속국도 전구간이 개통되어 군산 아니, 서해로의 진출이 잦아지기를 ..

시월 첫 번째 삼일연휴의 둘째 날, 어제의 흐지부지한 바다나들이를 만회하고자 10시쯤 집을 나섰다. 진주분기점에서 차로를 바꿔 대전쪽으로 빠질라다가, 아니다 싶어 다시 급하게 순천쪽 차로로 바꿔 남해고속도로를 쭉 달렸다. 멈춰버란 세월 - 득량역 추억의 거리 (2021.10.3) 보성만으로 간다. 보성군 연안은 참 볼품 없는 바닷길이었다. 그 볼품 없었던 바다가 문득 보고 싶어졌다. 보성만으로 들어서기 전, 엄마에게 득량이란 지명의 유래를 설명하고 '득량역 추억의 거리'를 찾았다. 꽃만 시드는게 아니다. 사람도 시들고 풍경도 시든다. 모든 시듦은 안스럽더라~ 시들었어도 남았다. 시들면 어떻노? 누군 화무실일홍이 없었나?? 엄마가 득량역 주변을 제법 오랫동안 서성인다. 엄마는 가버린 세월을 만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