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반도의 극치 - 고흥반도 본문
일어나니 아홉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날은 무더워지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갈 곳은 축소가 되었지만,
그래도 어디론가 떠나야 했기에 11시30분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한반도의 극치 - 고흥반도 (2023.8.15)
고성반도 달아항 학림도와,
고흥반도 신양선착장 연홍도를 두고 갈팡질팡하다가,
결국은 섬진강을 건너 순천을 지나 고흥반도로 들어섰다.
단지 통계에 따라 지역의 소멸을 거론할 때,
빠짐없이 오르내리는 곳이 전라남도 고흥군이다.
허나 이는 통계의 허구일 뿐,
녹동항 그 정열의 선창가를 거닌다면 소멸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였음을 알것이다.
고흥반도에 들면,
으레 삼겹살을 구워 조금은 거나한 점심부터 먹는다.
이유없이 고흥을 찾게 또 다른 이유로도 충분하다.
선착장이 그 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금대교를 건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고흥반도에 들면 대한민국 해상교량의 군계일학 거금대교는 무조건 그리고 또 건너봐야 한다.
15시30분,
백투백 해상교량들을 건너 거금도 서남단에 위치한 신양선착장에 도착을 했다.
살아았는 모든 것들은 그늘로 숨어버렸고,
움직일 수 없는 풍경들만이 8월의 태양에 녹아들고 있었다.
도선의 운항여부를 떠나,
감히 이런 날에 태양을 머리에 이고 저 섬으로 들어야 할지가, 의문이었다.
안갈란다.
아니 못간다.
하필이면...,
이제 더는 그런 멍청한 짓, 안할란다.
거금도를 일주하고자 익금해변으로 가는 길,
그간 스치기만 한 프로레슬러 김일기념체육관을 찾았다.
소시적 프로레슬링은 통쾌의 상징이었고,
그 통쾌함의 중심에는 박치기왕 김일 선수가 있었다.
노년의 김일 선수를 티비에서 본 엄마는,
병실에 누워 머리가 아파 눈을 못뜨겠다고 한 그의 말을 전하며,
박치기를 많이 해 그랬을 것이다는 조금은 이해가 되는 해석을 내놓았다.
거금도를 일주하고 나와 녹동항으로 내려가는 길,
우측 언덕마루에서 고귀한 기운이 저며온다.
엄마도 두 수녀분들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기념관은 17시에 문을 닫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녹동에서 장을 보길 원했지만 시장은 철시를 한 상태였고,
여자만을 가로질러 여수를 둘러 집으로 돌아가고자 77번국도를 타고 우두로 향하는 길,
오마방조제를 건넜다.
일전엔 잠시 차를 세워 방조제축조에 동원된 사연을 엄마에게 일러주었지만,
오늘은 휠체어가 있으니 '오마간척한센인추모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싫다는 엄마를 태우고 공원으로 오르는 데...,
아주 죽는 줄 알았다.
공원을 내려오니, 날은 저물고...,
이제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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