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거제도 궁농항에서 저도선착장 본문
어제 강릉에서 집으로 오니 22시40분이었고,
홀로 소맥 4잔을 마시고 그대로 뻗었다.
일어난 일요일 아침,
창으로 들이쬐는 햇살이 너무도 고운 날이었다.
이리도 볕이 좋은날에 머물러 있음은 하늘의 성의를 무시하는 짓이라서,
엄마를 독려해 11시30분쯤 집을 나섰다.
한국뱃길 - 거제도 궁농항에서 저도선착장 (2023.3.5)
매물열도 선상투어를 궁여지책으로 거제도 남단 저구항으로 가는 길,
서너 번 신호를 받는 옥포시내와 비좁아 터진 지세포시내를 통과해,
편도 1차로의 굽어진 14번 국도를 따라가는 그 길이 출발부터 지겨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다 가덕해저터널을 나와 제1사장교를 지날 때,
어..., 저기..., 저나 가볼까..., 싶었다.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고,
검색을 한 선사에 전화를 넣으니 14시에 2항차가 출항을 한단다.
매물열도 선상투어를 날리고,
곧장 관포교차로로 빠져나와 궁농항으로 가니 볕도 좋고 바다는 더 좋았다.
엄마는 차문을 열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나는 유람선터미널로 갔다.
유람선은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했다.
삶의 파노라마는 섬으로 가는 뱃길에서만 투영이 되기에...,
그랬는데...,
옥포와 지세포를 거쳐 저구항으로 가는 그 길이 지겨워,
매물열도 어부의 노래를 저버리고 혈세로 만들어준 별장으로 가는 뱃길을 택했다.
유람선...,
과연 이게 잘 하는 짓인가?
그래도 엄마와 나는,
아직은 다큐의 모드로 논픽션에 충실한 뱃길들을 섭렴하고 있는데..., 말이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아직 시간이 충분한데, 유람선은 바삐 채워지고 있었다.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승선을 하며,
오늘 겪는 픽션들이 제발 번잡스럽지 않기만을 바랬다.
14시 정각,
그 선명도 요상한 해피킹호는 궁농항을 출항했다.
출항과 동시에 일층은 난장판으로 변했고,
엄마와 나는 난리를 피해 급히 이층으로 피신을 했다.
이층으로 피신을 왔지만,
이번엔 지붕에서 들려오는 선사 대표의 유람멘트에 시달려야 했다.
타자마자 후회를 한 해피킹호가,
저도선착장에 접안을 하기까지 그 이십오분이 참으로 딱한 처지를 만들었다.
인접한 창원과 통영뿐 아니라,
한반도 연안 도처의 바다에는 숱한 저도들이 떠 있고,
그 숱한 저도들 중 진해만 저도는,
청남대라 불리우는 대통령 별장이 자리한 섬으로 2019년 일반에 개방되었다.
개방 당시에는 일일 탐방객 수의 제한과 사전 입도 절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궁노항으로 와 발권만 받는다면 충분히 입도가 가능하다.
단, 대한민국 유람선 특유의 전통은 감수를 해야하고,
아직도 가용중인 별장과 군사시설이 있어 탐방에는 재약이 따른다.
대한민국 유람선의 전통은 리얼했다.
유람선임을 각오하고 승선을 한 항해이지만,
이건 항해를 하는 배가 아니라 바다에 떠 있는 카바레 혹은 저잣거리였다.
혼자 섬을 통째로 점유한 역대 대통령들도 문제지만,
이랄라고 저도를 국민의 품으로 뺃든겨?
14시 25분,
북부해안 선착장을 통해 저도에 입도를 했다.
이백이 넘는 탐방객들이 십여 명 안내요원들의 통제를 받으며 저도 탐방이 시작됐다.
엄마와 나는 그 끝을 자청했다.
사람들은 허용된 동선 모두를 소화하고자,
해안가 전시물에서 잽싸게 자신을 캡쳐한 다음 또 잽싸게 생각의 길로 사라졌다.
애시당초에 숲으로 난 산책로는 포기를 하고,
별장앞 잔디밭을 좀 서성이다가 선착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모습이 좀 그랬는지,
안내를 하는 한 분이 다가와 어머니는 제가 모시고 갈테니 탐방을 잇길 권했지만..., 그럴순 없었다.
볕 좋은 벤치에 앉아 출항시간을 기다린다.
봄바람은 불어오고,
내 엄마를 보며 사람들은 자신의 엄마를 그리워들 했다.
엄마와 함께 저도로 온 지금이,
있는 복 없는 복 한껏 받고 있는 중임에도 사람들은 내게 복 받을거라고들 했다.
그래 복 받는다고 대통령의 산책로도 못갔다!
이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출항과 동시에 사람들은 또 미쳐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완전히 미치기 전에 해피킹호는 궁농항에 접안을 했다.
픽션의 뱃길은 앞으로 더는 없다.
삶의 파노라마가 일렁이는 그 너울을 가르는 뱃길로만 갈 것이다.
진해만 만입의 바다에 감춰졌던 섬을 구경한 날은 봄볕이 참 좋은 날이었다.
나보다 더 내 엄마를 보살펴 준 안내자분의 마음 씀이 진정 봄볕이었다.
대동에 들러 국수 한 그릇씩을 먹고 집으로 오니 18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그러니 하루가 또 가더라~
한국뱃길 시리즈 24 「거제도 궁농항 ↔ 저도선착장」
□ 운항선사 : (주)거제저도유람선 '해피킹호'
□ 항해거리 : 0.54해리 /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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