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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왜 그 산을 어머니의 산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가뿐 숨을 헉헉대며 그 산의 꼭대기에 세 번을 올랐고, 지겨워 디지는 맛으로 그 산의 능선을 두 번이나 걸었지만, 어머니와의 동질성은 없었다. 지리산은 전남·북과 경남의 5개 시·군에 걸쳐진 산이다. 나는 구례 하동 산청의 산맥을 남부권역으로, 함양과 남원의 산맥을 북부권역으로 나눈다. 내가 나눈 두 권역에서, 나는 북부권역에 더 애착이 가고, 그 북부권역에서도 람천과 만수천이 흐르는 그 골짜기들이 가끔식 그리워지기도 한다. 가을이 왔고, 그 골짜기에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을 엄마에게 보여주고자 11시쯤 집을 나섰다. 지리산 냇물 - 람천 & 섬진강 (2021.10.23) 생초나들목을 빠져나와 엄천강을 거슬러 마천으로 가는 길, 산골엔 가을걷이가 한창이었고..
알딸딸해졌다. 그래도 금계까지는 간다, 다 방법이 있어니까..., 길은 걷는 자가 정한다. 컨텐츠가 된 길, 인증을 해줘야 걷는 길, 혼자서는 못가고 무리에 속해져야 따라가는 길, 대한민국 트레킹의 모순이다. 3구간은 남원의 인월에서 함양의 마천으로 가는 길이다. 근데 잘 만들어 놓은 길을 외면하고 삼봉산 능선의 해발 650m 등구치를 넘게 해 놓았다. 이런~ 미친것도 아니고!! 나는 이제 오름이 싫다. 나는 내가 아는 지리산의 둘레길로 갈 것이다. 나는 770km 해파랑길을 650km로 단축을 시켰다. 나는 길을 찾아내고 발굴하여 제시한 그 모든 선답자 혹은 주체들의 선형을 존중한다. 하지만, 길은 걷는 자가 정한다. 누구의 길이 더 지리산을 품었는지? 보다는 내가 품고자 하는 지리산길로 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