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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거제도 해금강이 자리한 반도의 지형을 사람들은 갈곶이라고 불렀다. 해금강 주변을 운항하는 유람선의 선장이 말하길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그렇게 불러왔다고 했다. 한반도 서남해역으로 가지 않는다면 나 역시도 갈곶과 맞닥트린 심정이다. 주중엔 꼼짝없이 집안에서 투약의 고통을 버티는 엄마는, 내가 회사를 안가는 주말이 바깥 바람을 쐬는 유일한 이틀이고, 그 이틀이 투약에 지친 심신을 바다를 보며 위로를 받는 날들이기도 하다. 일어난 토요일 아침, 담배 한 개비와 지도를 띄운 폰을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여기저기 아낌없이 쏘다닌 결과 마차진에서 마량까지의 해안선에는 더 이상 낯섦이 남은 바다는 없었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갈 곳 없는 바다1 (2022.2.19) 정오가 다돼서야 집을 나섰다. 정처 없이 떠..
일어난 토요일 아침, 봄비는 소리도 없이 내리고 있었다. 엄마가 말했다. 영동할매가 며느리를 데리고 왔는데, 나가겠나..., 뭔 말인가 싶어 급검색을 했다. 음력 2월은 영동달이고, 무서운 달이다. 음력 2월에 내리는 비는 하늘에 사는 영동할매가 며느리를 데리고 땅으로 내려와, 며느리가 곱게 차려입은 명주치마를 얼룩지게 하기 위해 내리는 비란다. 뭔 말 같잖은 소리를..., 엄마는 일전에 다시멸치가 떨어졌다고 했고, 다음번 바닷길에서는 멸치를 사야겠다고도 했다. 그 말을 이유로 비 내리는 바다로 갔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지족해협 (2021.03.20) 포항에서도, 여수에서도, 다시멸치를 사봤지만 남해멸치만 못하다고 했다. 멸치하면 지족해협이다. 비도 오고..., 맑은 날의 바다도 좋지만, 비 내리..
왜 나는 출발 당일이 되면 잠이 오지 않는 것일까? 퇴근을 해 배낭을 꾸리고, 밥을 먹고나면 20시쯤이다. 그 시각에 잠이 들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10시쯤 아니 11시쯤 되면 잠이 와야 하는데..., 평소 10시만 되어도 잠을 자는데..., 남해안종주대는 남하하는 버스에서 3시간여를 자고 오는데..., 오기 싫음 오지마라라~ 그렇게 단념을 하고, 01시쯤 집을 나왔다. 그랬는데..., 이런 니이미~ 출발을 한지 30여분 지나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잠이 아예 쏟아진다. 아놔~ 뭔 몸의 생체리듬이 이따구인지? 돌겠다. 04시 삼천포터미널에서 종주대를 만났고, 04시 30분쯤 창선도 단항선착장에서 18회차 출발을 했다. 아리랑길 012 - 창선도1 (2018.08.18) 유엔해양법협약 제121조 An is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