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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36코스 - 정동진역에서 안인해변 본문

해파랑길 - 동해바닷길

해파랑길 36코스 - 정동진역에서 안인해변

경기병 2017. 10. 9. 20:18

빠른 시일내에 이 길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모든 대한국민이 기다린 10월, 10일간의 긴 연휴가 시작되었다.

해파랑에 조바심이 인 나로서도, 세월이 준 선물에 부풀었다.

 

연휴가 시작되기전,

발바닥 물집의 표피를 뜯어내다가 원래 피부와 뜯어내야 할 피부의 경계선을 건들이고 말았다.

피가 났고 다음날은 발의 날을 세워야 걸을 수 있었다

 

그 상처가 아물고 나니 추석 연휴였고,

귀향과 귀성에 대중교통 이용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내 걷자고 그 절심함을 가로챌순 없었다.

 

추석 당일과 그 다음날은,

예정대로 가족들을 데리고 진주 유등축제를 보고 지리산으로 가 산 잠을 잤다.

 

 

추석 전,후로 1박2일의 일정으로 두 번 해파랑길을 잇고자 했지만,

그 모든 계획들의 순차적 질서는 사라져 버렸다

 

10월 7일,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자꾸만 해파랑길 생각이 났다.

내가 보살펴야 사는 것에 대한 오면을 한 기분...,

그런 죄책감 같은 기분이 들었다.

 

터미널로 가니 24시에 강릉으로 떠나는 심야버스의 잔여석이 3좌석 남아 있었다.

나는 염치 없이 티켓팅을 해 버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주저 없이 행낭을 꾸렸다.

 

 

 

 

 

 

분명 여섯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축농증을 앓는듯한 동승객의 주기적 코를 마시는 소리,

그에 아무렇지도 않게 코를 곯며 자는 승객,

겨우 잠이 들었는데...,

 

강릉입니다 강릉 다 왔습니다. 한다.

정신 없이 배낭을 챙겨 내리니, 약간 찌그러진 보름달은 휘영청한데 뭔가 휑하다.

 

시간을 보니 04시30분이다.

뭘 어쩌라고 이런 공간적, 시간적 환경에 불쑥 놓여지는지...,

 

강릉터미널에서 1시간만 서성이면 정동진으로 가는 109번 버스가 07시에 있다고 했는데,

이런 제기랄! 07시가 될려면 2시간30분이나 남았다.

택시를 탈까도 싶었지만...,

 

길 건너 터미널 건물로 가니 문은 잠겨 있고, 같이 내린 사람들의 반이 그 앞에 서 있다.

 

오거리쪽으로 내려오니 두 곳의 해장국집이 훤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뼈해장국을 시키니 내가 아는 레시피와 전혀 다르게 조리된 된장 내음 가득한 뼈다구해장국이,

양파, 쌈장은 고사하고 김치쪼가리 하나 없이 나왔다.

깍뚜기는 먹을 만큼만 담아라면서...., 

 

 

 

 해파랑길 36코스 - 정동진역에서 안인해변 (2017.10.08) 

 

 

 

자고 있는 태양을 억지로 끌어올린게 맞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은 07시가 되었고 정동진으로 가는 버스는 왔다.

 

차창밖 풍경을 찍으려 카메라를 켜니, 저장칩을 넣어라는 메세지가 뜬다.

뭐??

해파랑배낭 우짜고 저짜고 생오도방정을 떨다 컴퓨터에 내장칩을 꽂아 둔 채, 카메라만 챙겼다.

아~ 돌겠다.

 

 

 

[해파랑길 36코스 시점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저리로 가야하지만, 이리로 간다]

 

 

 

지난 회차에 "없나, 있나"하며 찾았던 종합게시판이 괘방산으로 오르는 입구에 서 있었다.

 

해발300m가 조금 넘는 괘방산 능선길이 정코스로 표기 되지만, 나는 싫더라~

그래서 바다로 난 길을 따라 북상의 첫 발을 내 딛었다.

 

 

 

 

 

 

이번 회차는,

연휴가 끝나는 날 심야버스로 내려 가 옷만 갈아 입고 바로 출근을 한다는,

배수의 진을 친 심정으로 북상의 좌표치를 최대한으로 올려놓고자 했는데..., 카메라 메모리가 없다.


덥지 않을 만큼의 햇살과 기온, 북상이니 늘 오른쪽으로 펼쳐진 바다, 거기에 추가된 철길의 풍경까지...,

이 길을 걷기 위해, 참 많은 부수적인 것들을 챙기고, 소모하고, 인내하고 있다.

 

3~4Km정도 걸어 오니, 넉넉한 터의 여유로운 절집이 산에서 바다를 보고 있었다.

 

 

 

[동명낙가사]

 

 

 

 

 

우로는 철책에 가둬진 해안,

좌로는 확장을 할려면 상당한 돈과 시간이 충당되어야 가능한 산비탈,

 

좁은도로는 통행하는 차들만으로도 감당이 버거운데,

거기에 동해안자전거길의 기능까지 부여를 해 놓으니 위험외에는 답이 없어 보였다.

차들이 교행을 하는 일직선상에 자전거와 나까지 가세를 하는 상황도 종종 있었다.

모두들 곤혹스런 순간들이다.

 

그래서, 이 길을 피하고자 괘방산으로 그 초입을 틀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안보공원]

 

 

 

20여년전 북한의 잠수함이 침투를 해 난파된 위치에 안보공원이 나타났다.

전시된 한국군의 함정과, 북한군의 잠수함이 고철로 썩어 가고 있다.

고철안을 구경하고도 싶었지만...,

 

나는 걷는 해파랑길에 빌붙어 있는 것들이 싫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안인해변이 보인다]

 

 

[해파랑길 36코스 종점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긴팔의 상의를 입고 걸었지만,

그렇게 덥지 않은 기온이었고, 걷는내내 머리속은 깨끗해지는 36코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