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39코스 - 솔바람다리에서 사천진해변 본문
13시09분, 추석을 끝낸 사람들이 이틀 남은 연휴의 끝을 불들고 있는 남항진해변에 도착했다.
해변은 포화상태를 넘어 있다.
차도, 사람도...,
해파랑길 39코스 - 솔바람다리에서 안목해변 (2017.10.08)
그 속에 무심히 서 있는 종합안내판을 만나고,
아수라장이 된 해변을 솔바람다리로 건널 수 밖에 없었다.
[해파랑길 39코스 시점 - 강원동 강릉시 남항진동]
[솔바람다리]
[남항진해변 전경]
솔바람다리를 건너 강릉항을 지나 안목해변에 이르니, 이건 뭐!
차, 자전거, 사람, 커피용기, 마구 흩어진 모래, 그 와중에 그네 타는 사람들까지 난장판이다.
나를 포함한 모두들이 풍경을 보러 왔다가 되레 그 풍경을 조지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빈 풍경이 좋다.
그런 빈 풍경을 만날려면 그저그런 해변이어야 한다.
테레비에 나오지 않아야 하고, 수려한 경관도 없어야하고, 맛집도 없어야 하고,
무엇보다 평일이어야 이 빈 풍경은 이뤄진다.
지금 내가 온 안목해변은,
테레비에도 수십번 나왔고, 바다조망도 있고, 대한민국 커피프렌챠이즈들은 다 모여 있고,
무엇보다 어제도 휴일이었고, 내일도 휴일인 휴일이다.
빈 풍경은 아니라도,
채울 수 있는 만큼만 채워지면 좋을텐데, 채울 수 있는 량은 이미 넘쳐나고 있었다.
2017년10월8일 내가 본 강릉 안목해변의 풍경이었다.
최근 커피를 가지고 생호들갑들을 떨고들 있다.
커피농장의 노동자는 죽어라 땡볕에서 열매 따고 뽁고 온갖 생고생을 해도 늘 빈곤하다.
시급 7,000원을 받아도 그 금액의 절반에 해당되는 커피를 사 마시는데 한치의 주저함도 없다.
무시 큰거 한뿌리 사면 채나물, 국, 심지어 깍뚜기도 다 담는데, 삼천원이 넘어면 비싸다고 당장 뉴스에도 나온다.
앵겔지수 같은 계산법으로 증명을 한다면 내 말에 온당성이 부여 될텐데...,
얼마전 비 오는날 의류매장에 들어서며 우산을 꽂으려 하는데 모두들 나를 쳐다 본다.
심지어 내 등을 때린다.
알고보니 커피용기 놓는 곳이었다.
아니 옷을 사러 가면서 커피는 뭐하러 쳐들고 다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말들을 어느 모임에서 하니, 누군가 내 보고 평생 채나물과 깍뚜기만 먹어면 되겠네~란다.
이런 무시로 싸데기를~
나는 아직도 커피맛을 모른다.
어릴적 커피, 프리마, 설탕을 골구로 타서 마시던 시절, 커피병 뚜껑을 열면 풍겨지던 그 향이 좋았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들리는 휴게소에서 가끔 라떼를 주문한다.
커피도 아니고 우유도 아니고 뭔 맛으로 마시냐고 핀잔을 준다.
배 고파서 마신다.
라떼 한 잔을 사 빨며,
도로와 모래사장의 경계에 설치된 난간에 지도를 보는 척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오늘 나처럼 해파랑을 걷는 사람도 없고...,
밧데리 잔량도 빨간불이고...,
잠도 실실오고...,
집도 그립고...,
그만 걷고 싶어졌다.
오늘 못걸어면 다음에 걸어면 된다.
집에 갈란다~
약22Km, 5시간20분을 걸었다.
강릉이 집이고 부산에 다니는 학교가 있는 여학생과 나란히 앉아,
배낭속 주전부리들을 나눠 먹어면서 5시간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오니,
더 잇지 못한 해파랑의 아쉬움보다 어제밤에 떠난 내 사는 곳에 왔다는 기분이 더 좋더라~
해파랑길 39코스 - 안목해변에서 사천진해변 (2017.10.14)
코스의 수가 오를수록 걷다만 그 곳으로 가는 여정이 상당한 괴로움으로 느껴진다.
(이제, 그 곳에 갈려면 무조건 심야버스를 탄다)
이번주는 쉴까도 싶었지만,
지난 7일에 이어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금요일,
일요일 저녁이 되면 '차라리 해파랑이나 갔다올걸' 하는 후회가 들 것 같아 발권을 하고 말았다
부디 마음에서 목표로 한 그 곳까지 걷기를 나에게 바라면서...,
퇴근 후, 알람을 22시30분에 맞춰놓고 잠을 잤다.
04시10분 강릉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우째된게 지난번 보다 20분이나 빠른 시간이었다.
버스에서 내리니 빈택시 한대가 서 있었고 주저 없이 잡아타고 안목으로 갔다.
울릉도에 가냐고 묻는다.
낙산사를 간다고 했다.
기사가 룸밀러로 나를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물끄럼히 보았다.
휑하다.
편의점 몇 곳과 카페 몇 곳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버스에서 잠을 어떤 자세로 잤는지? 주머니속 있어야 할 담배곽이 없다.
온 갑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보이지 않는 풍경을 바라보며 한 대 진하게 풋고 어둠만이 꽉 찬 길로 들어갔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강문에 도착을 했다]
지난 안목해변에서 넘쳐나는 것들이 짜증스러워 20Km 남짓한 길을 걷고 돌아섰다.
새벽녘 해변은 많이 비워져있다.
근데, 날이 새지 않아 뭐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이 다리를 건너다, 발 아래 바다를 보니 조금은 어둠이 주는 겁이 났다]
[곧 이어, 경포대에 도착을 하고]
강릉도 평창에 묻어 올림픽도시의 반열에 올랐다.
D- 이럴때가 좋다.
지금 강릉의 곳곳들에는 그런 기다림과 설레임이 지천이다.
경포호를 돌아야 하지만, 북진만이 가득 찬 마음은 외면함이 당연했다.
순긋해변을 지난다.
수평선이 빨게지고 있었다.
이제 날은 완전히 밝았고,
사천항 부근으로 오니 일어난 사람들의 모습도 뜨문뜨문 보였다.
(제발 내 좀 쳐다보지 말고, 하던 일들이나 하면 좋겠다)
[사천항의 동틀 무렵]
[해파랑길 39코스 종점 -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사천진리]
나름의 인증을 행하고,
드디어 40코스대에 접어들려는 찰나! 바다 저 멀리에서 뭔가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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