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이순신길 15 - 여수반도 본문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간다.
불멸의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1598)장군께서 살다가신 그 바닷길을 잇는다.
이순신길 15 - 광양만에서 가막만 (2018.12.29)
지난 20회차 후,
율촌산단과 여수공항이 있는 광양만 해안지선을 따라 여수로 갈 수도 있었지만...,
이순신트레일은,
이순신트레일이라서 광양만을 건너 여수반도에 들어서는 이순신대교를 무조건 건너야 했기에 고심만을 했다.
『도로교통법』
제63조(통행 등의 금지)
자동차(이륜자동차는 긴급자동차만 해당한다) 외의 차마의 운전자 또는 보행자는 고속도로 등을 통행하거나 횡단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54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한다.
6. 제63조를 위반하여 고속도로 등을 통행하거나 횡단한 사람.
이순신대교는 자동차전용도로다.
해당 관서에 전화를 넣어, 그 보행에 대하여 문의와 사정을 해 보았지만...,
부득이,
동광양에서 이순신대교를 건너 여수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어, 그 버스를 이용 종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번이니깐, 두번이니깐, 그러다가 누적이 되었고,
그 마저도 계획을 한 날에 실천을 하지 못하니, 걸어야 할 길은 쌓여만 갔다,
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 종점인 진도의 세포항에 빨리 도착을 해야 할 이유도 없지만,
지금까지의 싸이클에 맞춰 그 길에 나서질 못하는 날의 마음은 애달팠다.
당초 남해안길종주대에 합류를 해 고흥반도측 여자만(汝自灣) 해안지선을 걷고자 했으나,
일정상 토요일 저녁 부산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이어야 할 여수구간 일부라도 걷고자 04시30분 집을 나왔다.
[이순신트레일 24회차-시점 (전남 여수시 월내동)]
08시30분에 동광양터미널앞에서 이순신대교를 건너 여수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다.
그 버스를 타야만이 오늘 걸음은 이뤄진다.
올 겨울 최강의 한파가 온 날 꼭두새벽,
지하철 1,2호선을 번갈아 타고, 서부시외버스터미널로 가 광양으로 가는 06시30분 첫 차를 탔다.
1시간30분을 달린 버스가 20분을 더 가면 동광양터미널인데, 섬진강휴게소에서 15분을 쉬고 간단다.
이러다 08시30분을 넘겨 광양에 도착을 하면 610번 버스는 탈 수가 없을테고...,
트레킹을 위해 택시를 타는 모순 같은 행위를 하여야 한다.
다행히 8시27분 광양터미널에 도착을 했고,
곧장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가니 타야 할 610번이 저만치에서 오고 있었다.
여천석유화학단지내 산업도로는 보행자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만들어져 유지되고 있었다.
백색 라인마커밖 길어깨는 10~50cm에 불구하고, 그 마저도 대형차량들의 보조 노폭에 그 목적이 있는듯 했다.
이 길을 왜 걸어가지? 그런 의문을 가질법한 차들의 눈치를 보며 3km여를 걸어가니 낙포삼거리가 나왔고,
조금 더 걸어가니 그제서야 보행로가 있었다.
포털에서 지도를 보면,
군사시설, 국가중요 산업시설들은 모조리 음영으로 가려져 있고, 거리뷰 또한 노면만을 보이게 해 놓았다.
정찰 위성이 다 내려다 보고 왠만한 정보는 적의 수중으로 다 넘어 가 있는 작금에서,
숨긴다고 숨겨질 보안도 아닌데, 왜 자국민만을 불편하게 하는 멍청한 짓을 고수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상암삼거리]
상암삼거리에서 산업도로를 벗어 나, 77번국도를 따라 신덕포구로 향한다.
시작전부터 보행의 고민이었던 첫번째 루트 하나를 끝냈다.
그리고 석곡고개에 올라서니, 바다도 보였고, 바다 건너 우뚝 선 망운산을 위시한 남해섬도 보였다.
이 때부터 오늘 걸음이 좋음으로 다가왔다.
[신덕포구]
춥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 더 그랬는지? 아담한 신덕포구에 정감이 들었고,
바다 건너 보이는 남해도 사람의 집들에게도 뭣 모를 그리움이 인다.
그건 아마도..., 남해섬의 해안 모두를 다 걸었기 때문인 것 같다.
[소치포구]
기온이 급강하를 한 날이라 그런지,
달리는 차들도 뜸하고, 길에서 스치는 사람도 없다.
뇌에 형성되는 이 생각, 저 생각들이 빨리 사라져 무념의 상태가 되었음 좋겠다.
그저 바라다 보이는 풍경속을 아무런 생각 없이 걷고 싶다.
시속 6km/hr에 육박하는 속도로 걸어니,
신발의 종류와는 상관 없이, 15km쯤부터 발바닥 여기저기에 물집이 잡혔다.
다음날이면,
절뚝거려야 했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왜 월요일만 되면 발이 아프냐고 물었다.
오늘 아니, 이제부터는 5km/hr 내외의 속도로만 걸을 것이다.
더하여 걷다가 걷기가 싫어지면 그만 걸을 것이다.
[모사금 해변(원경)]
[해미누나~]
[모사금 해변(근경)]
오늘 길의 최대 목표종점은, 가막만의 끝 고돌산반도 남단의 화양면 세포삼거리다.
얼핏 추정한 거리는 55km,
5km/hr의 속도로 걷는다 해도 10~11시간이 소요될 터이고, 09시에 시작을 했으니, 19~20시가 되어야 도착이 된다.
물 건너 갔다.
늦어도 21시까지는 부산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여수터미널에서 1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때문에 16시30분쯤에 도착되는 지점이 오늘 길의 종점이다.
35km~38km 사이가 될것 같고, 지도를 보니 가막만이 육지로 들어 온 구안부근이다.
[오천일반산업단지 관통 구간]
[만성리 해변]
겨울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만성리해변을 지났다.
이제 조금을 더 가면,
오늘 보행의 두번째 고민인 마래터널이 나온다.
버스를 타고 통과를 할까?
아니면 마래터널과 병행하여 놓여진 철길에 운영중인 레일바이크를 탈까?
그런데, 걸음은 마래터널입구로 향하고 있다.
[마래터널 입구]
통과를 하고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나는 모르는 사람들의 나에게로 향하는 시선 받음이 싫다.
그래서 그랬는지..., 보행로 없는 터널을 걷는 사람의 꼴이 조금은 창피스러웠다.
(차에서 보는 이들이 내 트레일의 뜻한바를 알지 못하기에~)
좌우지간, 600m 수제터널을 나오니 여수 도심이었다.
장군이 구한 나라를,
결국에는 같은 적들에게 또 한번 내어주고,
그 백성들이 적들의 편리를 위해 손으로 600m에 달하는 굴을 뚫어야 하는 지경으로 만든 李氏 朝鮮은 나라도 아니었다.
이은미 좋지..., 하면서 바다로 내려가니, 세계박람회장과 여수엑스포역사가 나왔다.
그나저나, 배가 고파서 배낭에 있는 빵을 먹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많아 빵을 먹을 적당한 장소가 없어 계속 걸어야 했다.
아놔~ 배 고파 디지겠는데~
오동도가 보였다.
저 딴 섬은 패스!!
그리고, 해안으로 길이 없어 산으로 올랐다.
그랬는데, 산 넘으로 가는 길에 의문이 들어 여수해상케이블카 엘리베이트를 타고 다시 내려 왔다.
[오동도방파제와 오동도]
이런, 니이미 니이미 하면서...,
거북선대교 하부를 돌아, 다시 해안으로 가니 여수해양공원이 나왔고,
이내 전라좌수영이었음을 과시하는 이순신광장에 도착을 했다.
[여수해양공원]
[돌산대교]
[거북선대교와 여수해상케이블카]
[이순신광장내 전라좌수영-거북선]
아놔~ 빵을 먹어야 하는데...,
이 추운날에 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
여하튼, 통영과 여수는 남해안의 대표적 관광지이고,
이 두 도시가 지금의 호황을 누릴 수 있음에는, 분명 장군의 추억? 같은게 아직도 있음이다.
[아놔~ 같은 길을 두번 걷는다]
수산시장에서 돌산대교초입까지, 21회차에 걸었던 그 길을 똑같이 또 걸어야 했다.
이제부터 바다는 가막만이다.
가막만을 둘러 나가면 여자만이고, 여자만을 둘러 나가면 득량만이고, 득량만을 둘러 나가면 강진만이다.
낯선 앞으로의 바닷길에 대한 설렘도 일지만...,
집에서 멀어만지는 그 바닷길을 회사를 때려치우지 못 한 채 이을 생각을 하니, 설렘은 이내 걱정이 되었다.
[국동항 수변공원]
[여수 어항]
국동항수변공원부터 해안으로 쭉 이어진 여수어항을 조금은 지겹게 걷고 있다.
뭔가 허전하다.
아~ 그렇지 "내 빵"
항의 한산한 벤치에 앉아 포카리에 적신 빵을 먹었다.
이런~ 니이미! 나이 오십에 이게 무슨 꼴인지...,
항의 길이 지루해, 조금의 오르막을 올라 차도로도 걸었다.
내려다 보이는 바다에 항의 시설이 끝나는 부근에서 다시 해안으로 내려 갔다.
[이런~ 넬리환타지아를 봤나~~1]
[이런~ 넬리환타지아를 봤나~~2]
비록 여수 자전거도로로 설정이 된 길이지만, 걷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길이다.
나도 어느날에는,
저 높은 테라스에서 이 바다를 봐야지~ 하며, 히든베이호텔을 지나니 해안으로의 길이 잠시 끊겼다.
차도로 올라 서, 조금 내려가니 다시 바다에 접한 해안길을 걸을 수 있었다.
겨울이니까...,
겨울바다를 볼 수 있음에, 추위는 당연한 댓가로 견뎌야 한다.
근데, 뭔 바람이 이리도 불어 오는지??
윤슬에 잔잔히 일렁이는 너울을 보는 댓가 치고는 심히 괴롭더라~
[여수시가 만든,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최고 해안도로!!]
[히든베이호텔]
30km를 넘어 선 피로감마저 잊게 한, 신월로가 끝이 났다.
하수종말처리장을 우회하여 다시 해안으로 나오니, 웅천해변공원이었다.
[이순신트레일 24회차-종점 (전남 여수시 웅천동)]
16시04분, 35.7km를 걸어오니 6년전 야영을 한 웅천친수공원이 나타났다.
그 때는 공원이 아니라 공간이었는데...,
혼자서 이 추운날,
뭣하는 짓꺼리인지...,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었다.
30분 정도만 더 걸을까도 싶었지만...,
다리도 무거워졌고, 허기도 지고, 무엇보다 그만 걷고 싶어졌다.
이상하게도, 요즘은 내가 탈려는 버스들이 정류장에만 가면 금새 쪼로록 나타난다.
82번을 타고 여수터미널로 갔다.
길 건너, 오천원 하는 한식뷔페에서 허겁지겁 오늘 첫 끼니를 떼우고,
터미널 담벼락 화단에서 담배 한대 테우는데, 아둑어둑 해 진다.
세밑에 이 무슨 짓꺼리를 하고 돌아다니는지, 내 꼬라지에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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