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68)
회상이 될 길의 기록
사람들은 스스로 력(歷)을 만들어 세월을 세고, 그 세월을 따라 흘러간다. 2020년 첫 트레킹에 나선다. 세월이 없는 바다, 보돌바다 동북측수역에 위치한 화태도, 그 갯가길에서 세월 없는 바다나 실컷 보고자 한다. 버스가 고속도로에 올라서고, 차창밖으로 떠나는 풍경이 보이면, 이게 뭣 하는 짓꺼리인지..., 잠시 그런 마음이 든다. 올해 또 얼마나 많은 곳들로 떠나야할지? 여수종합버스터미널에서 10여분을 기다려 탄 106번 버스는 11시쯤 2주탑 사장교 화태대교를 건넜다. 아리랑길 054 - 화태도 (2020.01.04) 화태대교 중간지점에서 하차벨을 눌렀다. 하지만, 버스는 내가 내리고자 한 '화태대교진입부정류장을 지나 다음 정류장에 정차를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그도 그럴것이 '화태갯가길 출발점이라..
14시12분, 눌차도를 빠져나오며 다시 트랙온을 시키고 가덕도 서부해안길로 접어 들었다. 하늘은 더욱 흐려졌고, 기온은 더 추워졌다. 이거 이거 잘하다가는 눈이 내릴수도 있겠다는 부질 없는 기대를 부풀리며..., 아리랑길 002 - 가덕도2 (2019.12.21) 그 날, 동부해안의 산기슭 해안길을 걷다가 산불감시원 어르신께, 여기가 '숭어떼다 투망'이라고 고함을 치는 곳이냐고 여쭤보니, '거는 외양포라고 하셨다. 돌아 와 지도를 보니, 가덕도 남부 대항마을에서 세바지로 넘어가는 길에서 남쪽으로 분기된 길의 끝에 작은 포구 하나가 있었다. 외양포(外洋浦)였다. 돌아나와야 했기에, 그 닐은 가자고 했다해도 가지 않았을 곳을 오늘 간다. 가덕도 최북단 선창에서 서부해안길을 따라 최남단 외양포로..., [선창..
주구장창 해안트레킹만을 하다가..., 지난주 두미도의 천황산을 오르고나니, 때론 산길도 가끔은 걸어야지 싶었다. 일년에 한번은 지리산에 든다. 허나, 이제 극심한 오름과 오른 만큼 내려와야하는 지루한 하산길은 앞으로의 생에서 무조건 제척이다. 산길은 걷고 싶은데, 오름과 내림이 싫다면? 정답은 둘레길이었다. 토요일 지리산둘레길(2~3구간)을 걸어야지! 했다. 허나 금요일 퇴근 후 레이서를 늘렸고..., 아사 직전에서야 집으로 돌아와 혼절을 했다. 에라이~ 토요일 일어나니 10시가 훌쩍 넘어 있다. 난 역시 용두(龍頭)의 계획을 사미(蛇尾)로 실천하며 사는게 딱 맞는 인간이다. 방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구박이 봇물처럼 쏟아질테고..., 배낭에서 지리산둘레길에서 먹을려고 사 놓은 빵과 딸기우유를 꺼내 먹고..
거금대교가 보이는 은전마을 선착장 끝으로 가 점심을 먹고나니, 그 때부터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소록대교가 보이는 녹동항에 닿으니, 흩날리는 진눈깨비에 처음 온 낯선 곳 풍경이 왠지 짠했다. 허나, 마음의 동요(動搖)는 일지 않았다. 같이 왔기에..., 그 날 저녁 녹동항과 소록도 사이 해협에 조성된 인공섬에서 마신 그 소맥 한 잔이, 고금의 내 생에 최고의 한 잔이 될 줄은 그 때는 몰랐다. 노력도로 들어가는 회진대교를 건너는데, 약산도쪽으로 해가 진다. 섬을 나와 장흥반도가 보성만에 숨겨 놓은 회진항을 찾아 가는데, 어둠이 짙어져 홀로 걷는 심로가 서글펐다. 회진항, 그 낯선 밤거리를 서성이는데 누군가 내곁으로 오더니 팔짱을 낀다. 먼저 와 있은 해미누나였다. 길에도 순정은 있다. 년말이 되니, ..
13시27분, 3.3km 연대도 일주를 끝내고 만지도로 넘어가는 출렁다리 중간쯤에서, 트랙을 바꿨다. 아리랑길 052 - 만지도 (2019.12.07) 한번의 뱃길로 두 섬을 갈 수 있다는 것은, 통영시 예산집행의 위대한 분배이자, 대한민국 토목공학이 이제 설치예술로도 손색이 없음을 말한다. 그래서 덤으로 만지도도 간다. 0.23㎢의 면적, 너무도 작은 섬이다. 입도 3분여만에 선착장이 있는 섬의 중심부에 닿았다. 근데, 선착장 주변에 형성된 상업시설들이 연대도를 능가하고 있다. 북부해안으로 형성된 길의 막다른 지점으로 갔다 가, 돌아서 나가기로 했다. 내 트랙 늘리고자..., 마을 안길까지 침범하는 실례도 범하기 싫고, 호구조사하는 꼴은 더 싫다. 북부해안길의 끝에서 만지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