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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수요일 아침, 주차를 해 놓은 곳으로 가는데, 차 지붕에 돌출된 장식물이 보여 '어 내가 어제 차를 어디에 세워뒀더라..., 잠시 멈칫하는 순간, 차 지붕의 물체가 퍼드득 하늘로 날아오르고 그제서야 장식물이 아닌 까치인줄 알았고 내 차인줄도 알았다. 목요일 아침, 정기진료가 있는 엄마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는 심정이 두렵다. 식도염 때문에 4개월 가까이 표적항암제를 복용하지 못한 엄마는, 지난주 CT, MRI, 뼈스캔 등 3개월에 한 번씩 도래하는 검사를 받았고, 오늘은 그 결과를 알게 되는 날이다. 겁이난 나는 진료실은 커녕 센터로도 들어가지 못한 채 센터앞 복도를 서성였다. 누군가에 의해 센터의 자동문이 열리니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엄마가 보였고, 짧은 진료시간이 결과를 짐작케 했다.. 까치야, 정말 ..

천문이 좋은 날들이 시작되었다. 추석보다는 연휴가 좋고 연휴보다는 휘영청 떠 있는 달이 비추는 그 빛에 물든 밤이 더 좋다. 달은 바다에서 봄이 제일이고, 이왕이면 그 빛에 물든 밤바다를 항해하는 철부선의 갑판에서 봄이 더 좋을 듯 싶었다. 한국뱃길 -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비금도 가산항 (2022.9.11) 연휴가 시작된 첫 날, 다아이몬드제도의 서각을 가고자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니 진영JC부터 주차장이다. 안갈란다..., 하고 차를 돌렸다. 그리고 이틀이 지났다. 일어나자마자 고속도로교통상황을 확인하니 목포로 가는 선의 색이 대부분 녹색으로 표출된다. 10시30분,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집을 나섰다. 부디 오늘 긴 여정을 엄마가 잘 버텨주길 바라면서..., 해를 따라 324km를 달려 14시30분쯤..

형님은 하루 더 있다 가라하셨지만, 나 역시도 그러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지금 내 인생사가 샘고을에서 머물 수 있게 해 준 날은 오늘까지였다. 엄마는 아픈데..., 혼자 놀러간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회사에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겨 어쩌면 밤새 일을 해야 될 것이라 말하고 샘고을로 왔다. 아침에 집에 전화를 하니, 내가 회사에 있음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일상의 어투에 좀 불안했던 마음은 그제서야 사라졌다. 줄포를 지나 변산반도 남부해안을 따라 격포로 갈 것이다. 격포에서 지난 기억속을 서성인 다음 채석강을 구경하고 위도로 가는 뱃길에 오늘 하루를 실을 것이다. 한국뱃길 - 격포항에서 위도 파장금선착장 (2022.7.27) 지명만으로도 설레이는 곳들이 있다. 서해안에서는 단연 줄포만과 격포항이 ..

17시20분에 노화도 동천항에서 완도의 화흥포로 나가는 마지막 항차를, 섬을 떠나는 뱃길로 정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그 항차를 놓치게 되면, 18시에 산양항에서 해남의 땅끝항으로 나가는 마지막 항차가 최후의 보루가 된다. 주어진 두 시간에 두 섬을 둘러보고자, 함박눈이 펄펄 내리는 낯선 섬속으로 들어섰다. 한국뱃길 - 노화도 동천항에서 완도 화흥포항 (2022.2.5) 읍(邑)의 행정단위를 가진 노화도는, 보길대교로 연도가 된 보길도와 함께 일정부분 자립이 가능한 사람 살아가는 규모가 제법 큰 섬이다. 그런 섬에서의 관광객 행세는 혼자만의 지랄이다. 노화읍의 번화가 이목을 거쳐 보길도로 향하는 길, 어라~ 섬에 전통시장이 있다. 섬에서 장을 보는 체험도 괜찮겠다 싶어 곧장 '노화전통시장'으로 갔다. 근..

한반도 서녘바다로 가지 않는다면, 엄마가 탄 차를 싣고 떠날 수 있는 처음 뱃길은 이미 동이 났다. 왕복 일곱여덟시간을 오가는 여정에 오롯이 운전을 해야하는 나도 그렇지만, 팔순을 넘긴 노모가 견뎌야 할 그 고됨은 오죽하겠나, 싶어 쉽사리 그 뱃길로 나서질 못했다. 일어난 토요일 아침, 일기예보에서는 그 뱃길에 눈이 내릴거라 했지만, 엄마는 멀리는 가지말자고 했다. 10시40분쯤 집을 나서 남해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한국뱃길 - 땅끝항에서 노화도 산양항 (2022.2.5) 엄마가 말하는 멀리는 경남도계를 넘어서는 거리다. 진주부근에서 지리산과 남해도 둘 중 한 곳을 선정하라고 하니, 오늘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곳이면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낯섦의 풍경에 있고자 한다면 그 댓가는 때론 상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