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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15시15분, 선 개가 앞발로 공을 굴려가는 듯한 형상의 개도, 그 관문인 화산항으로 입도를 했다. 처음 온 섬이라지만,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는 화태대교 주탑들이 보이고, 섬을 둘러싼 바다도, 그 바다에 떠 있는 섬들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여타의 섬들처럼 개도 역시도 평화롭기 그지 없었고, 보돌바다에 떠 있는 섬답게 감청색 너울의 시림은 더 없이 진했다. 한국뱃길 - 개도 화산항에서 여수항 (2023.4.1) 서쪽으로는 나로군도가, 북쪽으로는 고흥반도와 낭도군도 그리고 고돌산반도가, 동쪽으로는 백야도와 개도 그리고 금오군도가 감싼 보돌바다는, 한반도 삼면의 연안에서 가장 짙은 감청의 물빛이 일렁이는 그래서 가장 시린 바다다. 보돌바다 물빛은 분명 엄마를 위로해 줄 것이다. 우선은 때를 놓친 점심부터..
금요일 저녁, 식사를 하는 엄마의 표정이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다. 원래는 1주였지만 2주를 휴약하고 또 다시 시작된 3주간의 항암제 복용, 그렇게 2년여를 잘 견뎌오고 있지만..., 아무리 표적이라지만, 매 회차 입안이 헐고 소화기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고,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아야하는 나는, 뱃길을 찾아 엄마를 바다에 데리고 나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 줄게 없었다. 토요일 아침, 식사를 끝낸 엄마가 안정을 취하는 동안, 먼저 집을 나와 세차와 주유 그리고 혹시나 싶어 빵과 음료를 샀다. 한국뱃길 - 백야도 백야항에서 개도 화산항 (2023.4.1) 11시쯤 집을 나섰다. 보돌바다로 갈 것이다. 그 감청의 너울은 약물에 지친 내 엄마를 충분히 위로해 줄 것임을 안다. 백야항에서..
그날 그 섬에서 내가 본 그 등대와, 그날 그 섬에서 내게 든 그 낯섬을, 엄마도 누릴 수 있게 함이 내 마음이었다. 허나 그 섬은 너무도 멀리에 있기에, 엄마가 감당할 여정은 결코 아니라서 세월만을 죽치고 있었다. 세월은 절대 기다주질 않는다. 무심히 흘러만 갈 뿐이다. 세월만을 탓하다가, '세상의 극치'를 엄마에게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국뱃길 - 진도 팽목항에서 하조도 창유항 (2023.3.11)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은 한 번 가 보자! 그 심정만으로 10시쯤 먼나 먼 그 섬을 찾아 집을 나섰다. 한국의 뱃길은, 해 질녘에 따라 그 운항시간이 하절기와 동절기로 구분된다. 그 변경의 기준일은 3월 1일이었고, 진도 팽목항에서 하조도 창유항으로 가는 ..
어제 강릉에서 집으로 오니 22시40분이었고, 홀로 소맥 4잔을 마시고 그대로 뻗었다. 일어난 일요일 아침, 창으로 들이쬐는 햇살이 너무도 고운 날이었다. 이리도 볕이 좋은날에 머물러 있음은 하늘의 성의를 무시하는 짓이라서, 엄마를 독려해 11시30분쯤 집을 나섰다. 한국뱃길 - 거제도 궁농항에서 저도선착장 (2023.3.5) 매물열도 선상투어를 궁여지책으로 거제도 남단 저구항으로 가는 길, 서너 번 신호를 받는 옥포시내와 비좁아 터진 지세포시내를 통과해, 편도 1차로의 굽어진 14번 국도를 따라가는 그 길이 출발부터 지겨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다 가덕해저터널을 나와 제1사장교를 지날 때, 어..., 저기..., 저나 가볼까..., 싶었다.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고, 검색을 한 선사에 전화를 넣으니 14시..
설날 아침, 한반도 동북단 마차진에서 엄마와 떡국을 먹으며 티비를 보는데, 한반도 서남단 청산도의 풍경과 그 섬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방영되고 있었다. 극점으로 와 그 극점에서 대각으로 극점인 곳을 접하니 풍경의 이질감은 대단했고, 봄이 오면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저 섬으로 갈 것이라, 마음을 굳혔다. 허나 기다리면 세월은 더디게만 간다. 제비가 와야 봄이 오는데..., 제비는 커녕 매화도 피지 않는다. 봄, 청산도..., 하지만 흐르는 세월에서 봄과 청산도만을 바라보고 마냥 머물 수 만은 없었다. 한반도 서남권역의 해역에는 아직도 엄마에게 보여주지 못한 무수한 섬들과 그 뱃길이 산재해 있고, 시린 겨울풍경만으로도 탐방의 이유는 충분하다. 한국뱃길 - 완도항에서 청산도항 (2023.2.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