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25코스 - 기성버스터미널에서 수산교 본문
3주 연속으로 토요일마다 해파랑길에 나오고 있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은 해파랑코스 중 가장 긴 26코다.
기성버스터미널을 출발 해 망양휴게소를 거쳐 근남면의 수산교까지 23Km 이른다.
그리고 더하여, 26코스의 수산교에서 울진읍내 연호공원까지 5Km를 더 걸어야 한다.
해파랑길 25코스 - 기성버스터미널에서 수산교 (2017.06.03)
해파랑의 중심 도시는 포항인것 같다.
특히, 부산에 집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파랑이 걸쳐있는 지역으로의 이동에 있어,
부산에서 출발하는 모든 버스는 포항시외버스터미널을 경유한다.
그리고 7번국도를 따라 북상하는 버스는 영덕까지, 울진까지 등의 무정차와,
나루끝, 흥해, 청하, 송라, 장사, 강구, 영해 등에 정차를 해야하는 준무정차로 나뉜다.
오늘 내가 도착하는 기성버스터미널은 울진읍을 채 못 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기성터미널은 영덕까지 무정차인 버스가 강릉으로 가면서도 정차를 하지 않는다.
왜? 나도 모른다.
영덕까지 무정차를 타고 이후로는 준무정차를 타야한다.
영덕은 포항시외버스터미널 출발시간에 따라 무정차와 준무정차의 도착시간에 차이가 없다.
그 득에 같은 버스를 영덕에서 내려,
다시 티켓팅을 해 타는 멍청한 짓을 하고서야 기성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해파랑길 25코스 시점 - 경북 울진군 기성면 기성리]
버스에서 내리니 휑하다.
출발때와는 다르게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와 있고 차가운 바람마저 강하게 분다.
바람을 막을 점퍼도 없는데..., 춥다.
[터미널 앞, 보이는 농로를 따라 간 다음 산으로 난 아스팔트 길을 조금은 지루히게 걸어야 한다]
[두번째 고갯마루 생태터널을 통과하니, 또 다른 거센 바다가 역시 절정이다]
[이번엔 바다도 바다지만, 감당 안되는 하늘에 넋이 나간다]
오소소 해지는 스산함을 애써 외면하며, 1시간20여분을 걸어 기성망양해변에 도착을 했다.
비록 흐린 날씨였지만,
해변에 늘어 선 텐트들이 토요일을 알리고 있었다.
[이런~ 진경해수화를 봤나~]
[이런 몽유해원도를 봤나~]
07:30 빈속으로 집을 나와,
부산종합터미널에서 오뎅2개를 먹고 포항행 버스를 탔다.
12:20 기성버스터미널에 내려 2시간여를 걸었다.
[저만치에 망양휴게소가 보인다]
[2014년 12월 24일, 그 때 본 풍경 그대로다]
10여Km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13.7Km를 더 가야 망양정이고, 수산교까지는 또 거기서 1.7Km를 더 가야 한다.
25코스가 길기는 길다.
지난주 후포항에서 기성버스터미널까지 24코스 18Km를 걷는내내 해파랑을 걷는 이를 딱 한 분 만났다.
오늘은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대신에 동해안자전거길을 달리는 라이더들은 숱하게 많다.
수줍은 들꽃이 이리도 곱게 해파랑길에 피었는데...,
[오산항 입구]
목표로한 시간에 도착을 할려면 굳건히 걸어야 한다.
출발에서 처음 쉴 때까지 10Km 이상을 걷고자 했는데, 막상 트랩을 확인하니 9Km 남짓이었다.
간식을 먹고,
망양휴게소에서 서성이고,
오산항을 지나면서 다시 굳건하게 걸었다.
해안을 따라 4리까지 있는 산포리해안을 지난다.
할머니 두 분이 유모차에 의지해 힘겹게 도로를 횡단해 바다를 보고 그 길에 앉는다.
외지로 나간 자식들을 기다리며, 그 자식들의 고향을 지키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들 같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내일은 일요일인데...,
이 곳은 국토의 가운데쯤이기에 언제든 '엄마' 하고 올 수 있는 곳이다.
무심히 바다를 보고 앉은 할머니들께 '자식들 곧 올겁니다'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근데, 내가 왜 아침에 보고 나온 집에 있는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지...,
지난주도 너울이 상당했는데, 오늘은 그 치고오름이 더 높다.
파제벽을 넘어 온 바닷물이 도로에 적셨고, 포말로 분사된 바닷물에 옷이 젖기도 했다.
[저 모퉁이까지만 가면 망양정이다]
[망양정 입구(올라가지 않았다)]
망향정입구를 지나 수산교로 향하는데 부근에서 가냘픈 새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난 곳은 뚜껑이 사리진 가드레일 지주파이프안이었다.
들여다보니 부화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끼새들이 한가득 갇혀 어미새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들여다 보니 위험을 감지했는지 이내 조용해진다.
더워진 날씨에 쇠파이프가 뜨거워지면 어떻게 견딜지 여러모로 걱정스러웠지만,
아무리 새 대가리지만 어미새도 생각이 있겠지! 하고 돌아섰다.
다음번 26,27코스 길에서,
여건이 된다면 안부 확인을 하고도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왕피천이 동해와 만나고 있다]
[망양정을 돌아나와 수산교로 가는 데크길]
[해파랑길 25코스 종점 -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17시30분, 23Km 5시간을 처절하게 걸어, 25코스 종점인 수산교에 도착을 했다
석양에 물들기 시작하는 왕피천가에 앉아,
끝냄의 후련함과 또 다른 시작의 부담에 갈팡질팡인 뇌와 다리를 주물러며 그저 담배만 태웠다
이후, 26코스 5Km를 더 걸어 울진읍 연호공원에 도착을 하니, 저물녁이었다.
당초 계획한 찜질방 1박후 다음날 남은 26코스와 27코스를 이어가기로 한 일정은 행하기기 싫어졌다.
그냥 집에 가고 싶더라~
18시 50분 연호공원에서 오늘 걸음을 끝내고,
버스시간을 확인하니 다행스럽게도 부산으로 가는 막차가 19시40분에 있었다.
울진읍 시가지 2.1Km를 터벅터벅 걸어 터미널로 가는데,
길가 식당들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좀 서글퍼지더라~
티켓팅을 하고, 세수를 하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내가 걸어 온 25, 24, 23..., 코스의 길들이 어둠에 지워지는 차창밖 풍경을 보면서 잠이 들었고,
부산종합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22시38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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