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등대기행 42 - 하조도등대 본문
이제부터 섬이고 등대고..., 간다면 그 대상 수역은 모조리 서해다.
어제와 오늘처럼 이래야 갈 수 있겠구나! 그런 앞 날이,
바다에 낀 해무 만큼이나 답답해져오는 기분으로 07시 하조도-창유행 차도선에 올랐다.
100등대...,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산하에는 여섯 곳의 유명등대가 있고, 등대별 위치 분포는 난이도 최악이다.
완도 화흥포항에서 소안도를 거쳐야 갈 수 있는 당사도등대,
각기 1박2일의 일정으로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편도 4~5시간의 뱃길을 이용해야 하는 가거도와 홍도등대,
그리고 어제 밤 찾은 목포구등대와 지금 처가고 있는 하조도등대가 그 것이다.
(내 등대의 조건과 맞지 않는 가사도등대는 제외한다)
나는 위 다섯 곳에 더하여 만재도의 마구산등대와 맹골군도의 죽도등대를 추가했다.
나로해서 내가 미치는 꼴을 내가 볼지라도...,
등대기행 42 - 하조도등대 (2020.08.04)
섬으로 가는 뱃길에서 바라보는 등대의 자태가 최고라고 했는데...,
나였음으로 바다는 절대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제 그러려니~한다. 시발~
아침도 쫄쫄 굶고, 씻지도 못하고...,
07시40분, 노숙자로 변하기 일보직전의 몰골로 조도군도 창유항에 내렸다.
화장실에서 세수나 좀 할까?도 싶었지만, 트랙온을 시켜버려 등대로 가는 길에 곧장 들어서야만 했다.
등대는 창유항에서 5km쯤 떨어진 섬의 최동단에 서 있었다.
그 곳으로 가는 길은 너무도 호젓한 해안도로였다.
나는 이런 길이 좋고, 그래서 이런 길을 걷는 내 자신마저 좋아진다.
분명 호사였다.
혼자서 이 길을 걷게 될 수 있도록 살아 온 나였음에, 더는 가질 이유 없음도 알았다.
비우지도 않을 것이다.
채우지 않으면 된다.
3km 가량을 걸어가니,
해무속 하조도등대가 흐릿하게 보였고, 주기적으로 들리는 음향신호음도 귀청을 흔들었다.
이격감...,
걷다보면 닿게 된 곳에서 동떨어진 기분 듦은 이제 없다.
근데, 집에서 멀어질수록 커지는 회귀의 마음 듦은 사라지지 않는다.
도로반사경에서 멀리 와 있는 나를 보게 되었고,
도로를 횡단해 집으로 가는 게들을 보니 나도 집에 가고 싶더라~
08시45분, 5km를 걸어 하조도항로표지관리소에 도착을 했다.
출입문에 안내된 관람시간이 09시부터라서, 비워진 주차장에 퍼질러 앉았다
같은 배를 타고 온 60전후의 남자가 렌트카를 타고 나타났다.
셀카봉에 끼운 폰을 들고, 관람시간이고 나발이고는 상관치 않은 채 곧장 등대로 들어간다.
무개념이 개념을 바보로 농락하는 현상이 어디 한 두번이었나! 싶었다.
그러던가 말던가...,
무개념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 한, 등대의 빈풍경을 나는 볼 수 있다.
09시00분, 목포지방해양수산청-하조도항로표지관라소에 입장을 했다.
국토를 수호하는 생명체는 군인이다.
영해를 수호하는 조형체는 등대이다.
나는 부가된 복무기간을 다섯배로 늘려 국토를 수호 한 군인이었고,
대한민국령 섬들을 탐방하며 영해를 수호하는 등대를 위로한다.
하지만, 나는 아나키스트로 살 것이다.
비정상을 두둔해 정권을 잡고,
태어나지도 않은 후세의 국민들 세금까지 미리 거둬 선심성 포플리즘을 남발하는 민주주의,
약자의 편인척 그들의 등을 쳐 사리사욕을 채운자들의 거침 없는 여의도행,
직원을 자신의 성적 도구로 치부한 위선자들의 구속과 자살,
내가 그들의 리더를 받을 이유는 절대 없다.
나는 한반도와 대한민국령 섬들을 아끼고 사랑할뿐이다.
섬에서 만나는 등대는 희열이다.
느껴지는 이 희열 때문에 이 곳으로 왔다.
경매가 사상 최고치의 예술품, 국보급 문화재, 그런 것들에서는 절대 이 희열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 생에 만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아름다운 등대와 풍경을 보고,
09시20분 나는 하조도등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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