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34코스 - 묵호역에서 옥계시장 본문
담배도끊고, 술도 좀 작작 쳐마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해파랑을 빨리 끝내고 싶다.
해파랑길 34코스 - 묵호역에서 망상해변 (2017.09.23)
막상 끝을 내고나면 분명 서운함이 후련함보다 더 짙을테지만...,
아껴서 걸어야 하는데, 그걸 모른 채 또 한코스라도 더 걸을려고 34코스에 들어섰다.
[해파랑길 34코스 시점 - 강원도 동해시 발한동]
시각은 17시35분 남은 거리는 7.6Km,
두 시간이 소요된다 해도 19시30분 전,후로 오늘 1박의 대상지로 정한 망상해변에는 도착을 한다
아직 걸음도 좀 씩씩하고...,
[묵호항 수산시장]
3년전 연말여행 때,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 야영준비를 해 놓고,
둘이서 지금 내가 가야 할 길을 달려, 묵호어시장에 생선회를 사러 온 기억이 있다.
내 사는 곳에서 생선회를 뜨게 되면, 구입가격만 지불하면 되는데,
이 곳에서는 포 뜨는 비용을 별도로 받았고, 초장값 역시도 별도였다.
지금 그 길을 혼자서 걷고 있음에 약간 울컥해진다.
그리고 하늘을 보니, 또 새가 날아가고 저물녘이어서 울컥은 계속 되었다.
13시 30분이 되어서야, 오늘 걸음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4시간 소요되는 삼척으로 오는 첫 차의 시간이 09시13분인 탓이다.
울산, 포항에서는 좀 더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버스들이 있는지 확인을 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14시10분경 위 사진에서 보이는 곶의 끝에서 아득하게만 보였던 이 곶까지 쉼 없이 걸어왔다.
그 결과 18시쯤 묵호등대공원에 도착을 했다.
배가 좀 고프다.
오는 길에 들린 칠보산휴게소에서, 뭐를 한그릇 먹었어야 했는데 쳐디비자고 일어나니 입맛이 땡기질 않았다.
후회가 밀려온다.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부지런히 망상해변으로 가자!
그러면 회덮밥에 매운탕 정도는 먹을 수 있다.
돌문어를 찍고나니,
이제 더 이상의 셧터질은 부질없는 행위임을 암시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달해변]
또 집으로 불쑥 가 버릴까?도 싶었지만...,
만약, 오늘도 집으로 간다면 나는 해파랑길을 이을 의지가 없는 놈이 된다.
망상해변까지 4.4Km가 남았고, 해는 사라졌다.
대진항을 빠져나오니, 길가에 심어진 해바라기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한 없이 서 있는 해바라기들이,
눈 없는 얼굴로 노려보는 어두운 길을 걷고 또 걸었지만,
길은 좀체 끝나지 않았고 해바라기들의 도열 또한 끝이 없었다.
조바심이 한계치에 이를때 쯤, 저 멀리 불빛들이 보였다.
[19:20 망상해변]
횟집의 상호를 단 식당들이 몇 있었지만,
조심스레 되냐는 여부를 물어니 저녁식사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들 했다.
보이는 모텔로 들어 가,
닭이라도 좋으니 배달시킬 곳을 알려달라니, 주인이 안스러운 표정으로 없다고 했다.
[모텔 입방 전]
처참했다.
32코스 죽서루도 갔다 오지 않았고,
33코스 전천의 두 번째 다리를 건너야 함에도 첫 번째 다리를 건너 버렸고,
계획대로 30여Km를 걸은 것도 아니면서 이 꼬라지가 되어 망상해변에 도착을 했다.
[모텔 입방 후]
[배가 고프면 꿀맛이라고들 한다. 아니더라~]
양포항에서 야영으로 1박후, 두 번째로 집에 가지 않았다.
숙박업소에서의 1박은 오늘이 처음이다.
해파랑길 34코스 - 망상해변에서 옥계시장 (2017.09.24)
맨날 쳐 뜨는 해지만, 돋이는 쳐 볼 심산으로 06시13분 모텔을 나왔다.
오늘 11.3Km의 34코스 잔여구간에 이어 35코스 13Km를 걸어 정동진역까지는 가야한다.
부산으로 가는 기차가 13시35분이니 그 안에만 도착을 하면 된다.
[망상해변 입구]
바다 조망을 막은 상업시설과, 해송림 등으로, 오메가를 찍을려면 해변으로 나가야 했다.
해파랑길에서 부수적으로 걸어야하는 걸음은 정말 아깝다.
그래서 생략을 했다.
2017년9월24일 06시45분,
해파랑길의 아홉 번째 도시 강릉에 들어섰다.
이 기쁜 성과를 집에다 전화로 알리면 지랄만 들을테고...,
혼자서 두 주먹을 쥐고 엘보를 턱쪽으로 꺽어올리는 세레머니를 두어번 했다.
그 순간, 빵~ 하고 열차가 지나갔고 떠 오른 해가 사진의 실루엣을 조지고 있었다.
[돌아 본 망상해변]
[오늘 걸어 가야 할 해안지선]
보양온천에서 옥계역까지 통행하는 차들이 적어 다행이었다.
확장공사중인 길어깨조차 없는 위험한 도로를 몇 번의 횡단을 하며 걸은 다음에서야,
종점인 옥계시장으로 가는 주수천을 따라 난 제방길에 접어 들 수 있었다.
[해파랑길 34코스 종점 -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현래리]
채 08시가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면소재지는 분주했다.
나는 가는 날이 무조건 장날이다.
뭘 좀 먹어야겠는데...,
내부에 실내등이 켜진 식당으로 들어 가 '식사 되냐고 물으니, 사람이 시내에 나가고 없단다.
그럼 '니는 뭔데?'하고 되물어려다 그냥 나왔다.
'해파랑길 - 동해바닷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파랑길 6코스 - 솔마루하늘다리에서 태화강전망대 (0) | 2017.10.03 |
---|---|
해파랑길 35코스 - 옥계시장에서 정동진역 (0) | 2017.09.25 |
해파랑길 33코스 - 추암해변에서 묵호역 (0) | 2017.09.24 |
해파랑길 32코스 - 덕산해변에서 추암해변 (0) | 2017.09.18 |
해파랑길 31코스 - 궁촌레일바이크역에서 덕산해변 (0) | 2017.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