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재물포의 유혹 - 차이나타운 짜장면 본문
훈련소 퇴소와 함께 곧장 열차에 태워졌고,
눈을 뜨니 차창밖 풍경은 누가 일러주지 않아도 서울임을 알 수 있었다.
안양시 박달동,
그 곳에서 26개월을 살았다.
정기휴가 외에도 한 달에 한 번은 1박2일의 외박이 주어졌고,
이수지역이고 나발이고 그 짧은 나날에도 김포로 가 비행기를 타고 집을 오갔다.
그러지 못한 날에는 전우들과 서울시내를 쏘다녔지만,
유독 인천만은 한 번도 가질 않았다.
오늘에서야 그 인천을 서성인다.
재물포의 유혹 - 인천 차이나타운 (2023.10.7)
한국이민사박물관을 나와,
엄마를 인천역에 내려준 다음 8부두로 가 차를 대고 다시 역으로 가는 길,
길 건너 차이나타운이 밝히는 홍등빛이 더 없이 좋은 인천의 저물녘에 내가 있다.
중국이 싫어 한동안 중화요리는 외면을 했지만,
인천으로 온 이상 오늘만은 짜장면 한 그릇 맛나게 먹고 싶다.
몇년 전 엄마와의 강화도여행에서 들린 차이나타운은,
집구석마다 늘어진 대기줄과 무엇보다 주차를 할 곳이 없어 지나치고 말았다.
인생사 살다보면,
그날은 행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행하게 된다.
당췌 어느 집구석에서 짱개를 먹노...,
언덕길 양쪽으로 늘어선 숱한 짱개집들에서 한 집구석을 특정해 들어서기 난감해진다.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는 엄마의 짜증이 폭발하기 전,
빨리 아무집구석이나 들어서야 하는데...,
짜장면을 못먹는 엄마는 볶음밥,
나는 짜장면,
아, 시발 더럽게 맛있네...,
간만에 진한 짜장면을 먹고,
공갈빵 한 봉지를 사들고 차이나타운 언덕을 내려왔다.
월미바다열차 탑승시간이 19시부터라,
이디야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공갈빵 하나를 꺼냈다.
저녁이면 공갈빵 사들고 집으로 와 '수주꼬...,'하며 건네주던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난다는,
엄마의 애잔한 기억이 홍등에 담겨 풍등되어 할배에게로 날아갔음..., 하는,
그런 차이나타운에서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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