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관람투어 - 정처없는길 (17)
회상이 될 길의 기록
예매를 한 출항의 시간이 되어야만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지난 제주도에서의 1박2일, 여름날 세상을 서성인다는 것이 얼마나 지독한 업보인지를 알게 되었다. 호들갑이 피해의 대부분이었던 태풍이 제 구실을 못하고 떠나니, 날은 다시 무더워졌고 서성일 세상은 불지옥의 아비규환이 한창이었지만, 그래도 머물기는 싫어 12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보존의 희열 - F1963 (2023.8.13) 다들 아수라로 떠났는지, 비워진 도심의 강변길을 달려 12시40분쯤, 고려제강 수영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을 한 F1963에 도착을 했다. 땡볕을 머리에 이고,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며 세상을 서성이는 꼴이 너무도 고달픈 요즘이다. 천정에 공조설비를 갖춘, 거기에 엄마를 태운 휠체어를 밀며 서성일 수 있는 ..
한양에서 하삼도를 바라볼 때, 경상도와 전라도는 좌우를 나눠 수영을 두었고, 임진왜란 당시 수군 통제사의 필요성을 실감한 조정은,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을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함으로써, 장군이 머물던 한산도는 조선 수군의 본영이 됨과 동시에 최초의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자리했다. 숱하게 들락인 한산도이지만, 매 번 제승당을 외면한 입도였다. 그 순간만은 비가 내리질 않기를 바라며, 엄마와 함께 사적113호 한산도 제승당을 참배하고자 11시30분 집을 나섰다. 가장 위대한 제독을 기리며 - 삼도수군통제영 제승당 (2023.7.9) 누적을 시킬 한국뱃길을 찾지 못하고 헤메이는 나날, 하늘은 흐리고, 비는 뿌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세상이 회색인 날에는 뱃길에 있음이 행복이라, 일년여의 세월 흐름을 이유로 또 다..
포(浦)는 사람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이다. 한반도 연안에 산재한 무수한 포구들에서, 나는 거제도 동측해안 가운데에 위치한 장승포를 가장 애뜻해 한다. 소시적 통영을 돌아가는 육짓길이 멀어 중앙동에서 배를 타고 거제도로 갈 때면, 으레 그 뱃길의 끝은 장승포가 되곤했다. 장승포시외버스정류장에서 장승포항여객선터미널까지 h와 걸었던, 그 길의 기억은 어쩌면 내 생에 가장 아름다웠던 겨울날의 밤길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모르는 그 길의 기억을 찾아, 삼십여 년 전 그에게 오만원을 쥐어준 기억을 잊은? 엄마를 데리고 12시쯤 집을 나섰다. 섬은 없다 - 외도 보타니아 (2023.6.18) 목적지를 장승포로 정했지만, 도착을 해 점심을 먹고나면 딱히 서성일 곳은 없다. 생각이 나면 생각난대로..., 수국축제가 열..
오후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될 확률도 있었지만, 엄마가 탄 차를 보돌바다 뱃길에 싣고자 백야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남해고속도로 창원JC에서 1지선을 외면하고 그대로 본선을 유지했다. 그 순간 창원1터널 부근 승용차 관련 사고 소식이 흘러나온다. 13시30분 도착이 왠일로 무난하게 보여지더라니, 안되는 놈은 안되는 게 세상사 진리구나, 싶었다. 운전을 잘 하는 이십대남은 안전거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운전을 못 하는 ㅇ여사는 추월선을 주행선으로 만들며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그런 두 년,놈들이 매칭되면 무조건 사고가 나는 대한민국 사고발생 1위 고속도로에서, 흐르는 시간만을 바라보다가..., 14시를 넘겨 도착한 선착장에서 뭘 하겠노, 싶었다. 오늘 못가면 내일 가면되고..., 함안나들목을 빠져나와 거..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로 치닫고 있다. 겨울을 나야하는 모든것들이 안스러운 풍경으로 세상을 버티고 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일어나니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 같은 하늘이었다. 겨울이었고 흐렸다. 이런날에 어디에선가 서성였던 기억은 먼 훗날에도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국가가 보내준 쉼터 - 남해유배문학관 (2022.12.10) 아웃터의 지퍼를 턱까지 올린 채, 조금은 낯선 세상으로 가 안스러워진 겨울 풍경속을 서성이고 싶었지만, 그 배경이 되어줄 그 어떠한 곳도 생각이 나질 않아 해를 따라 무작정 서쪽으로 갔다. 간만에 여수나 갈까도 싶었지만, 간다고 해도 고돌산반도 남부해안선이나 둘러보고 올 것임을 알기에 주춤이게 된다. 점심부터 먹자는 심정으로, 14시를 지나 나타난 첫 번째 톨게이트 진교로 빠져나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