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겨울에세이 - 비토섬에서 본문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천간의 계와 지지의 묘가 상봉을 해 계묘년이 되었다.
사주고 명리고 나발이고..., 십이지에 든 동물들 중 단연 예쁨은 토끼다.
진주만으로 가면 별주부가 토끼를 꼬득여 용궁으로 납치, 유인한 섬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나도 모르겠다.
겨울에세이 - 비토섬에서 (2023.1.28)
사실은 한반도 서남권역의 미탐방 섬으로 가는 뱃길에 오르고자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가,
시베리아에서 몰려온 극강의 추위에 짓눌려 곤양에서 남해고속도로를 이탈하고 말았다.
대안으로 사천만으로 가는 길,
스치는 도로표지판에 비토섬이 보이니 해가 해인지라 토끼나 보러 가야지, 싶었다.
정성을 다하는 KBS가 아니라,
정성을 다하는 사천시 서포면 '박서방네석쇠불고기'였다.
혼자라면 가성비고 나발이고 한 끼 먹으면 그만이지만,
밥 한 끼 사 먹는 소소한 재미로 나를 따라 나서는 엄마와의 여정에서는,
선택한 식당의 호불호에 조금은 민감해지고 주인의 영업형태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훌륭한 식당이었다.
비토섬은 백투백 해상교량으로 연륙화가 된 섬이고,
비토섬으로의 입도에서는 반드시 비토교를 건너 송도를 거쳐야 한다.
당일 내내 장대비가 쏟아진 날,
그날의 이순신트레일 사천만 1일차 숙소는,
브런치까페로 변해있었고 주인장들은 토끼빵을 구워 팔고 있었다.
아는척을 할라다가 토끼빵만을 사고 나왔다.
잘 살고 있음 그게 제일 반가운 재회이고,
어렴풋한 기억을 일방적으로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철조망에 손을 붙히니 예쁜 토끼 한 마리가 다가와 입을 댄다.
줄게 없어 참 미안했다.
조금만 신경을 써 섬을 꾸민다면,
신안의 테마섬들 그 이상의 유명세를 떨칠텐데, 그런 아쉬움 가득한 비토섬이었다.
비토섬을 나와 삼천포로 장을 보러 가는 길,
사천대교를 건너 사천만을 따라 남하를 하다가 대포항에 잠시 들렀다.
바다보다 더한 풍경은 없더라~
엄마가 장을 본다.
엄마가 장을 보는 모습이 이리도 소중하고 고마운 시절이 될지는 예전엔 미처 몰랐다.
고춧가루를 뿌사오는 엄마는 이제 다 나은 듯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룸밀러속 뉘엇뉘엇 해는 지고 엄마는 졸고 앉았다.
엄마 국수 한 그릇 먹고 갈래? 하니,
대번에 일어나 허기와는 상관없이 그라자고 했다.
한 번 처먹을라하면 이십여분은 예사로 기다려야 하는 국숫집으로 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다행히 시쳇말로 웨이팅이라 시부려쌋는 졸전의 기다림은 없었다.
아~ 우째 이래 맛있노,라 하니...,
그라이 이 추븐데 벌벌 떨며 저라고들 섰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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